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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세계일주? 마누라한테 무슨 말인들 못해"

송고시간2016-06-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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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디어 마이 프렌즈'서 자린고비 마초 영감 '석균'역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석균이, 난 매력 있던데? 그놈은 원래 그런 놈이야."

올해 여든의 배우 신구는 석균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껄껄 웃었다.

석균은 tvN 금토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신구가 맡은 자린고비 마초 '꼰대 영감'이다. 못되고 심술궂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 '영감'이 나타난다면 현실에서는 100m 앞에서 도망가고 싶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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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결혼은 했냐?" "너 작가라며? 소설은 썼어?" "희자가 성재랑 잤냐, 안 잤냐?"라며 다짜고짜 무례하게 시비를 걸고, 평생 고생시킨 조강지처에게는 지금까지도 사사건건 고압적이다. 가계부를 쓰면서 300원, 500원을 따지는 수전노다.

그런데 그런 석균의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는 인기다. 신구의 꼬장꼬장한 연기가 맛깔스럽고, 석균이 차마 표현은 하지 않고 가슴에 품어둔 사연들이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 주변에서 석균과 같은 할아버지, 아버지, 아저씨를 많이도 봐왔다. 석균은 실재하고 있고,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공감이 간다.

최근 인터뷰한 신구는 석균의 인기에 대해 "나야 고맙지 뭐. 이 나이에 관심도 받고 이런 역할도 연기하고"라며 껄껄 웃었다.

그는 "주변 반응을 실제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독특한 성격의 인물이라고 회자는 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못된 자린고비 석균이 요즘 인기다.

▲ 나는 석균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살아온 과정이 어려웠기 때문에 그런 거다. 대책없고 까다로운 인물로 보이지만,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거나 손해를 입히는 사람은 아니잖나. 아주 어려운 집안의 장남으로 예닐곱 형제를 건사하며 살아야 했으니 돈을 아끼고 사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나. 가방끈이 짧아서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질 수도 없으니 절약이 몸에 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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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부인한테는 너무 한 거 아닌가. 세계일주 시켜준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 아니, 결혼하면서야 손에 물 안 묻히고 살게 해주겠다는 약속은 누구나 하지 않나.(웃음) 세계일주는 무슨. 부인한테 당치않게 까칠하게 구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우리 윗세대는 물론이고, 우리 세대에서는 답답하다 싶을 만큼 권위적이고 완고한 남자 많다. 요즘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까칠한 캐릭터일 수 있지만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다. 난 매력 있던데? 걘 원래 그런 놈이야.(웃음)

-- 석균이가 그래도 모아둔 돈이 많을 것 같다. 마지막에 세계일주 진짜 가는 거 아닌가.

▲ 글쎄 돈은 별로 없을 것 같은데…석균이는 돈 벌어서 지금껏 형제들에게 나눠주며 살았고 지금도 돌보고 있다. 그러니 수중에 돈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세계일주는 모르겠고, 석균이 이제 서서히 변화한다. '내가 넘 지독하게 살았구나'라며 뉘우치고 반성하면서 뒤늦게 철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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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딸 순영이를 생각하는 석균의 속마음이 드러난 게 감동을 전해줬다. 사위 차를 때려 부술 때 힘들지는 않았나.

▲ 비록 자기가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석균이 '그거 키우면서 얼마나 고생을 많이 시켰는데' 하는 생각에 순영이에 대한 마음이 애틋하다. 사위놈이 평소 자기한테 잘해줬기 때문에 순영이 맞고 사는지 전혀 모르다가 뒤늦게 알고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거다. 차 때려 부수는 액션 연기 괜찮았다. 안 힘들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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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니들이 게맛을 알아?'로 유명한 광고로 코믹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했었는데, 석균 역으로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며 또다시 인기다.

▲ 실제로 '니들이 게맛을 알아'와 정반대 이미지라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더라. 하지만 연기자는 역이 어떠냐에 따라 변신하는 것 아니겠냐. 배우는 어떤 하나의 모양이나 색깔에 매몰되면 안 된다. 다양한 역할에 적응하고 최대한 그 캐릭터에 가깝게 가는 게 배우다.

-- 그래도 실제로 석균과 비슷한 면은 없을 것 같다.

▲ 왜 없어. 있지. 나 역시 넉넉하게 살지 않았기 때문에 아껴서 살자는 주의다. 석균이 그놈처럼 그러지는 않아도.(웃음)

-- '꽃보다 할배'로 세계여행도 많이 다녔다.

▲ 그거야 돈 안내고 방송사에서 데리고 가주니까 좋았지.(웃음) 또 동료들하고 같이 가니까 너무 좋았다. 자기 몸만 추스를 수 있으면 얼마든지 더 간다. 백일섭이 같은 경우는 무릎이 안 좋으니까 잘 못 걸었지만. 촬영 때문에 정해진 스케줄과 코스대로 움직여야하니까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다닐 수 없는 게 좀 불편하지만 그거 말고는 너무 좋다.

--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춘 동료들과 연기하는 게 즐거울 것 같다.

▲ 그거야 말해 뭐해. 분위기가 아주 좋다.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분들이 모였고, 드라마 내용도 충실하고 좋다. 다들 베테랑이라 호흡도 아주 잘 맞아서 촬영 시간도 길지 않다. 그중에서도 나문희 씨와는 연극도 같이 해보고 했는데 이번에 부부 연기를 또 하게 됐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신구(80)가 최연장자다. 김영옥(79), 나문희(75), 김혜자(75), 주현(73), 윤여정(69), 박원숙(67), 고두심(65)이 그 뒤를 잇고, 이들을 수발하는 막내 고현정은 '불과' 45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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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가 왜 인기일까.

▲ 노희경 작가의 글이 좋다. 우리 '노털'들의 마음을 잘 읽고 표현했다. 이번에 처음 같이 해보는데 대본이 참 좋다. 심지어 16부 대본이 다 나와 있다. 쪽대본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이런 경우가 많지 않다.

우리 같은 '노털'들이 그룹으로 나와서 해보는 게 처음인데, 이런 차원의 드라마가 자주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다. 인생을 살아본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가 귀감도 되고 좋다. 사랑 찧고 까부는 것보다 훨씬 느낌이 있다. 젊은이들이 봐서 손해 볼 게 없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다.

-- 건강은 어떤가.

▲ 특별히 불편한 데는 없다. 먹는 건 잡식이라 다 잘 먹는다. 걷기를 자주 하려고 한다. 매일 1시간씩 걸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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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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