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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중남미> ②'탄핵ㆍ국민소환투표…' 위기의 중남미 좌파

송고시간2016-06-0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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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타이드' 차베스 당선 1999년부터 시작…고유가·원자재 수출호황 속 확산아르헨티나 대선·베네수엘라 총선 이후 쇠락…경제난, 부패, 중산층 확대가 주요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정권교체, 탄핵, 국민소환 투표…'

21세기 초 중남미를 지탱해온 정치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15년간 반(反) 신자유주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공조해온 중남미 좌파 정권들이 경제난과 부패 스캔들 등과 같은 파도를 넘지 못한 채 연이어 선거에서 패배하거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일각에선 한때 중남미를 물들였던 '핑크 타이드'(Pink Tide·온건한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물결) 시대가 끝난 것 아니냐는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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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재분배를 통한 사회·경제적 불평등 축소를 지향하는 온건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물결은 1999년 태생했다.

1999년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의 전 대통령의 당선을 시작으로 브라질(2002년), 아르헨티나(2003년), 우루과이(2004년), 칠레·볼리비아(2006년) 등에서 좌파가 줄줄이 정권을 잡았다.

중남미 좌파 국가들은 미국 중심의 경제체제에 반대하고 경제자립을 위한 지역통합을 지지하며 소외계층을 위한 재분배 정책을 강조하는 공통점을 지녔다.

중남미 좌파는 2010년을 전후로 세력이 약해졌지만 같은 해 10월 브라질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페루, 베네수엘라 등의 대선에서 좌파 후보가 당선돼 건재함을 보여줬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남미 대륙 12개국 가운데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뺀 10개국이 좌파 정권일 정도로 좌파 물결은 여전히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중남미 정치지형은 작년 하반기 들어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신호탄은 과테말라에서 쏘아 올려졌다.

작년 10월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중도우파 국민통합전선당의 지미 모랄레스 후보가 과반이 넘는 67.5%의 표를 얻어 좌파성향의 여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좌파 물결의 쇠락은 아르헨티나 대선과 베네수엘라 총선을 계기로 증폭됐다.

친 기업 성향의 중도우파 정치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12년간 이어진 '좌파 부부 대통령'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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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12월에 치러진 베네수엘라 총선에서는 중도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야권 연대 민주연합회의(MUD)가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가져가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에 압승을 거뒀다.

좌파성향의 집권 여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상실한 것은 차베스 집권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었다.

특히 베네수엘라가 '오일머니'를 토대로 중남미 좌파 진영의 맏형 역할을 해온 터라 우파 야권의 승리는 좌파 진영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3선 중인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난 2월 자신의 4선 연임을 위한 개헌 국민투표를 시행했지만 혼외 자식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좌절을 맛봤다.

지난 5월에는 브라질 상원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 개시를 승인함으로써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페루에서는 지난 4월 실시된 대선 1차 투표에서 중도우파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와 세계은행 경제학자 출신인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후보가 1, 2위를 차지해 5일 결선투표에서 누가 당선되든 간에 현 좌파 정권보다는 우파 성향으로 정책 노선이 변경된다.

그나마 좌파 정권이 유지되고 있는 나라도 정치지형 급변 속에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저유가로 촉발된 경제난 탓에 국민소환 투표 위기에 몰렸고, 일각에서는 쿠데타 설도 제기되고 있다.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한때 80%가 넘었던 지지율이 최근 20%대로 추락했으며, 사회주의 경제학자 출신인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도 최근 지진으로 엄청난 인명ㆍ재산 피해가 발생해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중남미 좌파 정권이 쇠락의 길을 걷게 된 주요인은 정책관리 부실로 인한 경제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고유가와 중국의 원자재 수요 증가로 고성장을 누린 중남미 좌파 국가들은 경기 부양, 일자리 창출을 위한 주요 산업 국유화, 복지정책 등에 주력했다.

그러나 2012년을 전후로 시작된 중국의 경기 부진은 대 중국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았던 중남미 경제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중국 경제 침체에 더해 2014년부터 석유, 구리,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보이자 중남미 경제에 주름살이 늘어났다.

이때부터 고유가 등 우호적인 대외 환경에 가려져 있던 경제정책 관리 부실이 드러나면서 좌파 정권에 대한 민심이 돌아선 것이다.

정부 고위층의 연이은 부패 스캔들도 민심 이반을 부추겼다.

국제투명성 기구 부패인식지수(CPI)를 보면 175개 조사국 중 칠레와 우루과이(21위)를 제외한 대부분 중남미 국가는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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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경우 페트로브라스 석유공사의 부패 사건이 경제위기와 맞물려 호세프 대통령과 노동자당(PT)에 대한 대중적 불신과 탄핵으로 이어졌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키르치네르-페르난데스 전 좌파 부부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증식한 재산이 850%에 달한다고 폭로됐고,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의 아들 부부가 압력을 행사해 부당 이득을 챙긴 권력형 비리에 연루되기도 했다.

경제성장과 재분배 정책에 따른 신중산층 인구가 늘어나고 교육수준 상승으로 극빈층과 빈곤층이 대폭 감소하면서 정치권에 대한 중남미 사회의 기대 수준이 높아진 점도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좌파 정권의 퇴조 경향에 일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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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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