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요동치는 중남미> ③탈이념 실용주의 부상…'경제살리기'가 관건

송고시간2016-06-06 09:3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우파, 시장주의와 실용노선 병행…美, 우파정권 지렛대로 역내 영향력 확대 전망좌파도 경제난에 실용중시 온건화 경향…호황시절 복지정책 점진적 축소될 듯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중남미에서 사회ㆍ경제적 불평등 축소를 지향하는 좌파 연대가 경제난 속에 쇠락의 길을 걷는 가운데 탈이념적 실용주의를 표방한 우파 진영이 빈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우파 진영의 부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중남미 좌파 연대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던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났다.

작년 말 중도 우파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좌파성향 후보를 누르고 12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데 이어 베네수엘라 총선에서도 중도 보수 성향의 야권이 17년 만에 강경 좌파성향의 집권 여당을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아르헨티나는 중남미 좌파 연대의 경제ㆍ이념적 지주였던 베네수엘라와 함께 남미국가연합(UNASUR) 등 독립적인 중남미 통합운동을 주도하고 공개적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판하는 등 좌파 블록의 핵심 국가였다.

따라서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당선과 베네수엘라 집권 여당의 총선 패배가 앞으로도 좌파 진영은 물론 중남미에 던지는 정치적 상징성과 경제적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요동치는 중남미> ③탈이념 실용주의 부상…'경제살리기'가 관건 - 2

우파 진영의 가장 큰 특징은 중남미를 강타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탈이념적인 실용노선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이전 좌파 정권의 성과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친시장적 자유주의 정책을 통한 경제살리기에 적극적이다.

이를 위해 재정적자를 축소하기 위한 긴축, 시장 자유화, 개방, 규제철폐 정책을 추진하면서 사회적 반발과 저항을 최소화하려고 복지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등 실용주의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실제 마크리 대통령은 취임 후 단행한 개각에서 주요 부처에 기업인 출신의 각료를 임명해 대내외적으로 개혁 의지를 표명하고, 수입대금 중앙은행 사전 승인 폐지 등 외환과 수출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도 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원의 해럴드 트리쿠나스 중남미 연구소장은 탈이념적 실용주의의 부상에 대해 "우리는 최근 중남미에서 실용주의 대통령들이 복귀하는 모습을 목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요동치는 중남미> ③탈이념 실용주의 부상…'경제살리기'가 관건 - 3

마크리 대통령 취임 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년 만에 아르헨티나를 국빈 방문한 것도 미국의 중남미 우파정권에 대한 대외정책 기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마크리 대통령 정부가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개혁 정책을 칭찬하고, 2003∼2015년 아르헨티나의 좌파 정권 시절 불편했던 양국 관계 개선을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맞춰 미 상공회의소는 제너럴 모터스, 다우 케미컬 등 미 기업들이 내년까지 23억 달러(한화 약 2조6천7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중남미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고 소원해진 좌파 정권을 끌어안고자 중남미 불개입 방침을 천명했지만, 중남미 우익 정권과는 선별적으로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역내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남미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릴 만큼 미국의 영향력이 강했던 지역이다.

1970년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남미 극우파 군사정권들의 배후에 미 중앙정보국(CIA)이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요동치는 중남미> ③탈이념 실용주의 부상…'경제살리기'가 관건 - 4

고전을 겪는 좌파 정권들도 사회ㆍ경제적 불평등 축소보다는 점차 실용을 중시하는 온건주의로 변화하는 등 내부적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13년 칠레 대선을 비롯해 2014년 브라질, 콜롬비아 등지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좌파 진영이 1차 선거에서 승부를 내지 못하고 2차 결선투표를 거쳐 신승하면서 자성의 의미로 이념보다는 정책을 중시하는 실용주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경제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기존의 복지정책을 유지하면서 경제를 되살리고 대외 개방 노선을 취할지가 관건이다.

좌파 정권들은 정도에 차이가 있겠지만, 경제정책만큼은 개방과 시장경제를 중시하면서 외국자본을 적극적 유치하는 등 실용주의적 우파 정책을 제한적으로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선 쿠바가 최근 민간 중소기업을 합법화하고 사유재산으로 인정하는 등 민간 경제 영역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불평등 축소를 지향하는 좌파 정권들이 경제 호황 속에 15년 안팎 집권하면서 남긴 가장 큰 성과로는 각종 복지정책을 통한 빈곤감축이 꼽힌다.

2000∼2014년 사이에 하루에 4달러로 생활하는 중남미 빈곤층 인구 비중은 45%에서 25%로 감소했다. 하루 2.5달러로 생계를 유지하는 비중 역시 28%에서 14%로 줄었다.

그러나 회복될 기미를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경제난에 좌파 정권은 물론 새로 들어선 우파정권조차 기존 복지정책을 고수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어 과잉 복지는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대외 관계 측면에서 보면 중남미 국가들은 원자재 수출 탓에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폐쇄적인 보호주의 경제모델에서 유럽과 아시아와의 협력 다변화를 모색하는 개방적인 경제모델로 정책 변화를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의 막스 카레론 정치학자는 "중남미 경제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중산층과 기득권층의 반발을 부르는 부의 재분배만을 고집하는 대통령 후보들은 설 자리를 잃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penpia21@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