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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도 사업개편 나서라"…주형환, 업계에 강력 주문

송고시간2016-06-0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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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업계 구조조정은 단기 처방…기다리는 전략 통하지 않아"

업계도 구조조정 필요성 공감…8월 원샷법 시행 앞두고 물밑 개편 움직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승환 기자 = 정부가 철강업종을 지목해 전례 없이 강력한 톤으로 구조조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철의 날 기념행사에서 "혹독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이 가지게 될 경쟁력을 상상해 본다면 우리 철강산업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도 사업구조 개편에 적극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국내 산업계를 관장하는 부처의 수장이 여러 업계를 막론하고 이처럼 직접 강도 높게 구조조정의 절박성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비롯해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이순형 세아제강 회장, 김창수 동부제철 사장, 송재빈 철강협회 상근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주 장관은 그간 업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 진행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그는 "과거와 같은 외부의 수요폭발을 기대하고서 무작정 기다리고 보는 전략은 이젠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그간 철강, 석유화학 등 과잉 공급 업종에 대해 정부 간섭을 최대한 배제한 채 자율적 구조조정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주 장관의 이날 발언은 기존 정부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업계 스스로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더욱 독려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글로벌 철강재 공급과잉이 7억t을 넘어서고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심화하는 만큼 우리 업계가 자칫 구조조정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 장관은 이날 행사에 앞서 이례적으로 권 회장 등 철강업체 대표들과 별도의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업계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타임 형태로 진행하면서 덕담을 주고받던 예년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랐던 셈이다.

주 장관은 "우리만의 독보적인 고부가가치 철강 기술을 갖춰 각국의 수입규제 장벽을 넘어서야 할 것"이라며 "정부도 8월 시행 예정인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에 따라 절차 간소화, 과세 이연 등을 통해 기업의 자발적 사업재편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처럼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철강업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권오준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철강산업구조 고도화를 통한 체질 강화를 위해 우리 스스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과감하게 사업을 재편해 나가야 한다"며 "강력한 구조개혁을 통해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행사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현재 팀을 따로 꾸려 구조조정 작업에 나서고 있다"며 "경쟁력 없는 부문이 구조조정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철강도 사업개편 나서라"…주형환, 업계에 강력 주문 - 2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주 장관의 이날 발언을 추가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용으로 느끼는 관계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밑그림을 그리는 구조조정 시나리오가 지금보다 더욱 구체화되면 원샷법 적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자체 구조조정에 돌입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일부 기업의 경우 원샷법 적용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동국제강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본사 매각 등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성공해 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며 "현재 상황으로선 기활법 신청을 하지 않고 자체 구조조정을 벌여나가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철강업계는 원샷법 시행을 대비해 구조조정 관련 자체 연구 용역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이날 정부가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문한 만큼 조만간 보고서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물밑 사업개편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iam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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