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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도, 고구마도, 호박도 작아야…이젠 클수록 안팔린다

송고시간2016-06-1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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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늘어난 영향…소형 포장 제품도 '불티'

(전국종합=연합뉴스) "예전에는 크면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큰 것은 쳐다도 안 봐. 운송비가 더 들어가니까 갈아엎는 거지."

지난 14일 전북 고창에서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의 페이스북 계정에 무를 갈아엎은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에는 어른 팔뚝보다 굵은 무가 갈아엎어져 밭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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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올린 농민은 무 값이 떨어져 무를 갈아엎은 것이 아니라 무가 너무 크게 자라 상품 가치가 떨어져 밭의 30% 가량을 갈아엎었다고 밝혔다.

최근 '1자녀 가정', '1인 가구' 등 소규모 가족 형태가 늘면서 과일과 채소도 크기가 큰 것보다는 작고, 소형 포장된 '미니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 역시 과거에는 크기가 클수록 가격이 비쌌지만, 요즘에는 10㎏이 넘어가는 수박은 소비자 선호도가 떨어져 출하조차 할 수 없다.

농민과 농업연구기관은 소비 패턴에 발맞춰 소과종(小果種) 품종을 개발하고, 유통업체도 소형 포장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 수박·배·고구마도 '미니'가 대세

1인 가구, 3인 가족이 늘면서 과거 '큰 것'을 좋아하는 소비 패턴이 소형, 소량을 선호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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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도 2, 3년 전부터는 5∼8㎏짜리 크기가 값을 제일 잘 받는다.

크기가 더 큰 9㎏짜리는 ㎏당 단가가 5∼8㎏짜리에 비해 10%가량 낮다. 10㎏ 이상 나가는 수박은 농가에서 직접 소비하거나 주변에 선물용으로 사용하고, 아예 염가에 판매하는 '땡처리'를 하기도 한다.

크기가 크다고 해서 당도가 떨어지거나 과육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 번에 먹을 수 없어 처치가 곤란하고 보관도 힘들기 때문이다.

고창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올해 수박 가격(6월14일 기준)은 5∼8㎏짜리 ㎏당 1천450원, 9㎏짜리 1천350원, 10㎏ 이상은 출하가 불가능해 시장 가격이 형성되지 않았다.

고창에서 수박농사를 짓는 이모(54)씨는 "5㎏짜리 수박이 4인 가족 기준에 딱 맞는 크기여서 5∼8㎏ 정도 크기가 가장 좋은 값을 받는다"며 "10㎏ 이상 나가는 것은 수도권 쪽에서는 아예 찾는 사람도 없고, 지역에서나 조금 팔리는 정도다. 식구가 적다 보니 크기가 크면 거추장스럽고 처치도 곤란해 시장 가치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 무 사진을 올린 김상관 발효미소농장 대표는 "수박뿐 아니라 고구마, 무, 호박 등도 마찬가지다"며 "못 먹고 사는 시대나 큰 것을 좋아했지, 요즘은 과일이고 채소고 조그마한 것이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구마도 다이어트 할 때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한 입 고구마'가 가장 비싼 값을 받고, 크기가 큰 것은 말려서 가공해 팔든지 아니면 튀김용으로 1㎏당 500원대에 팔린다"고 덧붙였다.

농업연구기관과 농민들은 이런 추세에 맞춰 소과종 품종을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창에서는 소형 과일을 선호하는 소비 경향에 맞춰 지난달 2∼4㎏ 크기의 '로얄블랙망고수박'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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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박은 기존 수박의 절반 가량 크기로 1㎏당 단가는 3천원대에 출하하고 있다. 지난달 27∼29일 전국 102개 대형마트에서 열린 판촉 행사에서 120t이 팔려나갔다.

농가 입장에서도 일반 수박이 밭 300평당 250만∼300만원의 수익을 내는 데 반해, 로얄블랙망고수박은 300평당 평균 4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오현미 고창군 농업기술센터 주무관은 "소형 과일의 선호도가 높아지는데 맞춰 일반 수박을 작게 키우는 것을 넘어 품종 자체를 작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올해 로얄블랙망고수박을 시험 재배한 15개 농가 모두 내년에도 이 품종을 재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천 강화군에서는 특산품인 '해풍배'를 기존 크기의 절반가량으로 줄이는 사업을 농촌진흥청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고 있다.

올가을 처음으로 수확하는 이 배는 기존 800∼900g짜리 배를 500g 정도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충남농업기술원도 어린이 주먹만 한 '미니배' 육종을 마치고 농가 보급을 시작했고, 크기가 작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배인 '스위스킹' 품종도 농가를 대상으로 홍보하고 있다.

김용관 강화군 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장은 "과거에는 배의 크기를 크게 만드는 게 유행이었지만, 요즘은 가족 수가 줄어든 탓에 깎아서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크기로 작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크기를 줄이면서도 당도와 맛을 유지하는 것 이번 시범사업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 '1인 가구 타깃' 소형 포장도 상품도 '인기'

가족 구성원의 수가 줄면서 크기가 작은 과일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존 과일을 소형 포장해 판매하는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부산지역 할인점인 메가마트에 따르면 마트 전체 점포의 소형 포장 상품 매출이 전년보다 30% 증가했다.

대표적인 소형 포장 상품으로는 수박을 2분의 1통, 4분의 1통으로 잘라 냉장 판매하는 제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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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기존 수박보다 크기가 작은 복수박(1.7∼2.5㎏)도 지난해보다 매출이 30%가량 늘었다.

메가마트는 소형 포장 수박과 복수박 판매량이 늘자 다음 달부터 미니 수박인 창원산 블랙골드 수박(2∼4㎏)도 판매할 계획이다.

수박 외에 토마토, 참외 등도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상자 용량을 2㎏들이에서 1㎏ 또는 600∼800g들이로 줄여서 판매하고 있다.

특히 채소류는 간편 소용량 소포장 제품과 샐러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한 대형마트 농산물코너 담당자는 "1∼2인 가구 손님들은 대부분 반 통이나 4분의 1통으로 포장된 수박을 사 가는 경우가 많다"며 "참외 등도 양이 많은 상자 제품이 아니라 소형 포장된 제품이 많이 나간다"고 말했다.

(김진방 신정훈 한종구 신민재 김광호)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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