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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초원의 나라 몽골, 세 단어를 조합한 혁신적 주소체계 첫 도입

송고시간2016-06-1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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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표면을 면적 3m×3m 정사각 조각 57조개로 나눠 주소 부여

체계적 주소 없는 나라에 유용…유엔, 비정부기구, 택배업체 등 활용


지구표면을 면적 3m×3m 정사각 조각 57조개로 나눠 주소 부여
체계적 주소 없는 나라에 유용…유엔, 비정부기구, 택배업체 등 활용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지구의 모든 땅과 강과 바다를 57조 개의 작은 조각으로 나눠 조각마다 영어 단어 3개를 조합한 주소를 배정한 혁신적인 주소체계가 국가 단위에선 처음으로 몽골에서 채택, 시행된다.

대초원의 나라 몽골, 세 단어를 조합한 혁신적 주소체계 첫 도입 - 2

지난 2013년 영국의 사회적 벤처기업 `왓쓰리워즈(what3words. 약칭 w3w)'가 들고나온 '`세 단어 주소' 체계는 지구표면 전체를 가로 3m, 세로 3m, 면적 9㎡의 정사각형 조각으로 잘라 영어사전에 나오는 단어들을 무작위로 3개씩 조합해 주소를정한 것이다.

이 주소체계에 따르면 청와대 주소는 'battling.cookery.sloping'이고, 백악관은 'sulk.held.raves'이다. 각 단어는 사전상 뜻을 가졌지만, 주소지의 어떤 특성을 반영하도록 고른 게 아니라 단어배정 알고리즘에 따라 기계적으로 선정·조합된 것이다. 청와대가 북악산 자락에 있다고 해서 'sloping'(경사진)이 주소에 들어간 게 아니다. 백악관 주소에 '골났다'는 뜻의 'sulk'가 들어갈 이유도 없다.

대초원의 나라 몽골, 세 단어를 조합한 혁신적 주소체계 첫 도입 - 3

w3w는 현재 영어판 외에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 등 8개 언어판을 만들었는데, 계속 다른 언어판도 제작할 계획이기 때문에 한국어 사전에 들어있는 한국말로 된 세 단어 주소도 등장할 전망이다.

영어판 주소가 'battling.cookery.sloping'인 청와대의 스페인어판 주소는 'pedirle.promete.darse'이고, 한국어판이 나오면 한국어 단어들로 구성되겠지만, 모두 인공위성을 통한 지구위치확인시스템인 GPS를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지도에서 같은 장소를 가리키게 돼 있다고 w3w는 자사 웹사이트에서 설명했다.

이 주소체계를 개발한 취지가 체계적인 주소를 갖지 못한 전 세계 40억 명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몽골 같은 나라가 시도해보기에 안성맞춤이다.

포린 폴리시는 14일(현지시간) 몽골 우정 당국이 오는 8월 1일 자로 세 단어 주소체계로 전환키로 했다고 전하면서 "농촌 지역은 물론 수도 울란바토르의 우편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몽골은 세계에서 인구 밀집도가 가장 희박한 나라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인구의 30%는 여전히 광활한 대지에서 초지를 따라 떠도는 유목민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만큼 우편물을 받아보려 해도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우편함까지 가야 하거나 그마저도 불가능해 우편 혜택을 아예 볼 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 우편배달부가 주소도 길도 없는 대초원을 가로질러 소포를 배달하는 것을 상상해보면 된다.

울란바토르에서마저 아직 길 이름이 없는 도로가 많고, 많은 사람이 지정된 주소를 갖지 못한 임시거처에 살고 있다.

"몽골 정부는 w3w의 주소체계를 통해 주소체계의 완전 디지털화로 시간과 돈을 절약하려 한다. 그들은 이를 새로운 주소체계로 단번에 도약하는 길로 생각하고 있다"고 w3w 관계자는 포린 폴리시에 설명했다.

선진국들이 사용하는 정교한 도로명 주소 체계를 도입할 경우 수백 수천만 달러의 돈이 들 뿐 아니라 정착하는 데 수십 년은 걸린다. 한국이 행정명 주소에서 도로명 주소로 전환하는 데 겪는 어려움을 봐도 알 수 있다.

몽골의 새 주소체계가 정착하면 단순히 우편물을 보내고 받아보는 편리함을 넘어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w3w 관계자는 이러한 "주소체계의 민주화는 번듯한 가옥에 살든 텐트 같은 임시거처에 살든 주소가 없어서 투표에서 배제되거나 은행 계좌를 개설하지 못하거나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서비스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소라는 '행정·법적 정체성'이 없으면 그곳에 살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라고 포린 폴리시는 지적했다.

정부로서도 전국적으로 각 주민에 대해 체계적인 주소체계를 확립하는 것은 효율적인 징세, 기업활동 지원 등에 필수적이다.

국가 단위로는 몽골이 처음이지만, 국제적으로 이미 많은 공·사 조직들이 이 주소 앱을 활용하고 있다.

탄자니아에서 비정부 기구들이 콜레라 발발을 추적하거나 말라리아약을 배급하기 위해 이 주소 앱을 활용해 오지 주민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세계 최대 빈민촌 중 하나인 로치나 주민들도 이 주소 앱을 통해 택배를 받는다. 특히 유엔도 긴급 구난구호에 이 앱을 이용하고 있다.

w3w는 자사 웹사이트에서 자신들의 세 단어 주소체계가 "도로명 주소나 우편번호, 경·위도 등 그 어떤 주소체계보다 빠르고 쉽고 정확하게 특정 장소와 위치를 찾고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주장했다.

이 앱은 데이터 접속 없이 오프라인에서도 작동하기 때문에 데이터 접속이 불량한 지역이나 오지, 기존 주소지가 없는 곳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이 주소체계의 단어 조합은 철자는 다른데 같은 발음이 나는 동음이자(同音異字)나 욕설 같은 부적절한 단어를 피하도록 설계됐다. 짧고 쉬운 단어는 용도가 많은 인구밀집 지역에, 길고 어려운 단어는 인구 희박지역에 배정하며, 철자가 비슷한 단어들은 다른 대륙에 배정하는 식으로 멀리 떼어놓음으로써 사용자나 검색장치가 혼동하는 일도 없도록 돼 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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