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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하철 '여성 전용칸' 첫날 혼란, 반응은 좋은 편

송고시간2016-06-2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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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김재홍 기자 = 22일 오전 7시 30분께 부산도시철도 1호선 연산역 승강장.

일찍 출근하는 승객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승강장 가운데쯤 있는 스크린 도어에는 '여성 배려칸'이라는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부산교통공사 직원이 그 앞에 서서 "이 칸은 여성 배려칸입니다. 남성 승객들께서는 다른 칸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부산교통공사는 이날부터 3개월간 도시철도 1호선에서 출ㆍ퇴근 시간에 '여성 전용칸'을 시범 운영한다.

출근 시간인 오전 7∼9시와 퇴근 시간인 오후 6∼8시에 운행하는 전동차 8량 가운데 5호차에는 여성만 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승객이 몰리는 시간에 임산부와 영유아를 동반한 여성을 배려하고, 최근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각종 범죄를 예방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사전에 홍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탓에 다소 혼란이 있었다.

연산역으로 들어온 신평행 전동차의 5호차에는 남성 승객이 30%가량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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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장은 물론 전동차 안에서도 가끔 안내 방송이 나왔지만, 전동차 소음에 묻히기도 했고 이어폰을 낀 승객도 있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오전 8시 30분께 연산역에 다시 나가봤을 때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80여 명이 탄 여성 전용칸에 5명은 남성이었다.

이 칸에서 만난 30대 남성 회사원은 "여성 배려칸인지 몰랐다"고 머쓱해 했다.

그는 "전동차에 탈 때 안내하는 사람도 없었다.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는데 홍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반응은 좋은 편이었다.

임해수(44ㆍ여)씨는 "출근길 전동차 안에서 신체 접촉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내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 회사원도 "출ㆍ퇴근 시간에 붐비는 전동차 안에서 신체 접촉 때문에 불편했는데 여성 배려칸이 생겨 좋은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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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전용칸 출입구 앞에서 안내하는 직원에게 '역차별'이라며 불만을 표시하는 노인도 있었지만 극소수였다.

부산교통공사의 한 관계자는 "시행 첫날이다 보니 다소 혼란이 있지만,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홍보와 안내, 계도를 병행해 여성 배려칸이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오는 9월 19일까지 여성 전용칸을 시범 운영하면서 여론을 수렴해 폐지 또는 확대 시행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여성 전용칸 운영 선례가 없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는 2007년과 2011년 각각 출ㆍ퇴근 시간에 운영하려다가 역 성차별 지적 등 반대여론이 강해 무산됐다.

대구도시철도는 2013년 출근 시간에 추진하려다가 같은 이유로 보류했다.

해외에서도 여성 전용칸 운영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부산교통공사의 시범 운영에 대한 부산시민의 여론 향배가 주목된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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