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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혜자 "'디마프' 너무 슬퍼서 아름다워…최고의 드라마"①

송고시간2016-06-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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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세 4차원 독거 소녀' 조희자 역…"쓸쓸하다. 근데 행복하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너무 슬퍼서 아름다운 드라마입니다. 오랫동안 꿈꾸고 있던 드라마를 드디어 한 것 같은 느낌이라 정말 행복해요."

비단 일흔다섯 노배우의 생각만은 아닐 듯하다.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도 같은 느낌일 것이다.

tvN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72세 4차원 독거 소녀' 조희자를 연기하고 있는 김혜자를 25일 인터뷰했다.

"난 인터뷰가 싫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늘 대본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연기로 다 쏟아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또 말을 하라고 하면 못하겠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와의 인터뷰는 1시간을 꼬박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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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꼰대'를 내세운 케이블 드라마가 시청률 5%를 넘기며 청춘들에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은 분명 '사건'이다. 연기하는 배우는 행복하고, 보는 시청자는 감동을 받는다.

지난 수십년 '한국의 어머니상'을 대표해온 김혜자는 이 드라마에서도 자애로운 엄마다. 깔끔하고 경우가 바른, 유복하고 예쁜 우리들의 엄마다.

하지만 이 엄마는 수줍음도 많고 엉뚱한 면도 많은 발랄한 소녀이기도 하고, 머리 속에서는 망각이라는 병이 퍼져 나가는 치매 할머니이기도 하다.

그런 조희자의 모습은 나비처럼 살랑살랑 날아오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벌처럼 가슴을 꾹 찌른다. 늘 소곤소곤, 조용하지만 조희자의 생각과 처신과 상황은 울림이 큰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그 빛깔은 슬프다.

김혜자는 "대본에 있는 여자를 어떻게든 표현하려 할 뿐인데 참 쓸쓸하다. 근데 그래서 행복하다"고 조용히 속삭였다. 그는 조희자를 '그 여자'라고 칭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최근 희자의 치매가 심해지는 모습이 조명됐다. 연기하는 심정이 어떠했나.

▲ 글쎄, 그냥 내가 그 여자(희자) 같은 기분이 되는 것 같다. 그 여자는 쓸쓸하다. 치매는 뇌가 줄어드는 거라고 하던데 머릿속이 어찌 될까 옛날부터 궁금했다. 그 여자는 조용하게 치매가 진행되는데 이거 하면서도 궁금하다. 머릿속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날까.

예전에 봉사활동 하러 파키스탄 지진 난 데 가면 큰 빌딩은 폭삭 무너졌는데 그 옆에 작은 집은 안 무너졌다. 큰 빌딩은 지반도 다지고 튼튼하게 지었을 텐데 무너지고 그 옆에 허술하게 지은 집은 멀쩡하더라. 그걸 보면서 도대체 땅속에서는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궁금했는데 치매는 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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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자에게 붙은 '4차원 소녀'라는 애칭이 배우 김혜자에게도 어울린다는 평가다. 예쁘고 다정다감한, 꿈꾸는 할머니의 모습이다.

▲ 내가 그런가? 모르겠다. '소녀'는 철이 안 들었다는 얘기인데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는 거 같다.

소녀는 모르겠고…이 드라마를 하면서 많이 배운다. 사람은 죽는 날까지 배워야 한다더니 신이 날 이렇게 만든 것 같다. 많이 배우고 있고, 많이 생각한다. 그래서 살아있는 걸 느낀다. 나이 먹어서 뭐하나 했는데 이런 드라마 만나 연기하는 건 축복이다. 내가 다시 배우로서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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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작은 역할을 하기는 처음인데도 대본에서 볼 게 너무 많다. 다섯 여자의 인생이 다 얽혀 있다 보니 대본 안에서 들여다볼 게 많다. 그 사람들의 삶을 보는 게 흥미롭고 진력이 안 난다. 또 5명의 여자가 연결된 신이 많아서 한두 마디 하려고 다 함께 기다리며 촬영하는 게 많은데, 그동안 조연과 단역들이 (주연인 내가 연기하는 동안) 이렇게 기다렸겠구나 싶은 생각에 미안하고 고맙다는 생각도 했다.

근데 그래서 나는 이제 노희경 작가 작품 하고 싶지 않다. 너무 많이 생각해서…(웃음) 같은 대사라도 나는 다 다르게 한다. 상황이 다르고 감정이 다르지 않나. 그 차이를 알아보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 그렇게 연기하고 있다. (어떤 작품을 하든) 시청자 눈에도 들고 싶고 작가 눈에도 들고 싶다. 작가가 '난 그냥 썼는데 배우가 이렇게 표현해주네'라며 감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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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테랑 동료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는 게 즐겁겠다.

▲ 물론이죠. 그런데 '즐겁다'는 아니고, 반갑다. 너무 반갑다. 이런 기회가 어디 있겠나. 다른 배우들 연기 보는 재미도 크다.

정아 역은 '나문희 이상 갈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라면서 매번 감탄하며 본다. 윤여정은 어떻고. 충남이 나이 어린 교수들에게 "니들이 제일 잘못한 건 니들이 얼마나 잘난지 모른 죄"라고 할 때, 고두심이 아픈 엄마에게 "나 속 썩이려고 병원 안가냐"고 악다구니 쓸 때 기가 막히지 않나. 박원숙이 옛 연인과 재회한 장면은 잠깐이지만 그간의 세월이 느껴졌고, 주현 씨는 얼렁뚱땅하는 것 같지만 다 표현한다. 신구 씨는 이번에 처음 연기하는데 정말 잘하는구나 한다. 내가 신구 씨를 이제야 처음 만난 걸 보면 아직 연기해야 할 게 한참인 것 같다.(웃음) 시청자도 딴 데서 못 본 걸 이 드라마를 통해 발견할 거라 믿는다.

-- '디어 마이 프렌즈'는 배우 김혜자에게 어떤 작품인가.

▲ 배우로서 좋은 영향을 끼치는 작품을 하고 싶다. 아름다운 드라마, 순하고 희망이 되는 드라마를 하고 싶다. 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아무도 안 보는 드라마가 무슨 소용이 있나.(웃음) 이 드라마는 시청률도 잘 나온다고 하던데 이 드라마가 내게 그걸 다 충족시켜줬다. 너무 슬퍼서 아름답다. 오랫동안 꿈꾸고 있던 걸 이뤄준 작품이다.

연극으로서는 1인 11역을 한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가 내 꿈을 이뤄줬다면, 드라마는 이 작품이다. 최근작 중 단연 이 드라마가 최고다. 내가 그 여자로 인해 쓸쓸한 것도 좋다. 한없이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다. 나이가 들었으니 쓸쓸한데, 좋다. 그 쓸쓸함이 좋다. 인생에서 버릴 토막은 없구나 새삼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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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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