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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믿어야 하나?" 학교전담 경찰관 성범죄 잇따라

송고시간2016-06-2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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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학생과 경찰 내부 침묵으로 상당수 일탈 은폐된 듯

경찰관 1명이 11개 학교 맡아 실효성도 의문…"전문성 높여야"

영상 기사 '학교전담경찰 여고생 성관계 보고 누락'…부산 경찰서장들 교체
'학교전담경찰 여고생 성관계 보고 누락'…부산 경찰서장들 교체

경찰청은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학교전담경찰관의 여고생 성관계 건에 대한 보고 누락 등 책임을 물어 부산 사하경찰서와 연제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두 경찰서는 소속 학교전담경찰관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알고도 지방경찰청에 보고하지 않은 채 당사자들에게 사표를 받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등 은폐하려 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부산경찰청은 여고생과 성관계 사실이 드러난 33살 김 모 전 경장과 31살 정 모 전 경장을 상대로 학생과 만난 경위 등을 조사중입니다. 연합뉴스TV : 02-398-4409(제보) 4441(기사문의), 카톡/라인 jebo23

(전국종합=연합뉴스) 학교 폭력을 막기 위해 4년 전 도입한 학교전담경찰관 제도가 흔들린다.

지난해 경북에서 여학생을 성폭행한 데 이어 최근 부산에서도 2명이 물의를 일으켰다. 담당 학교 10대 여학생과 성관계를 했다가 잇따라 들통났다.

학생을 보호해야 할 경찰관이 범죄자로 돌변했다는 점에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비난이 들끓는다.

학교전담 경찰관 제도를 도입하고서 학교 폭력이 감소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경찰관 1명이 평균 11개 학교를 떠맡아야 하기에 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 제도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되 전문성과 도덕성을 높이는 등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 여고생 상대 성범죄 잇따라

부산의 한 경찰서 소속 학교전담 경찰관 김모(33) 경장은 이달 4일 자신이 관리하던 모 고교 1학년 여학생과 차 안에서 성관계했다.

이 사실이 소문나자 김 경장은 며칠 뒤 돌연 사표를 냈다.

해당 경찰서는 부적절한 처신을 파악했음에도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고 사표를 수리했다.

부산의 다른 경찰서 학교전담 경찰관 정모(31) 경장도 담당 여고생과 성관계를 했다가 들통나자 지난달 10일 옷을 벗었다.

해당 경찰서는 사표를 수리한 시기에 비리를 파악하고도 보고는 물론 징계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에는 경북에서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학교전담 경찰관 김모 경사가 구속됐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낸 10대 소녀를 성폭행했다.

학생들은 성관계 사실을 숨기려 하므로 유사 범죄는 훨씬 잦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관 일탈 은폐에는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경찰 지휘계통의 침묵도 한몫한다.

학교전담 경찰관의 비행이 이어지자 학부모 사이에선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란 비난이 쏟아진다.

◇ 혼자 11개 학교 맡느라 실효성 의문

학교전담 경찰관은 2012년 상반기에 전국에서 도입됐다.

폭력과 폭언에 시달린 학생이 극단 선택을 하면서 학교 폭력이 사회문제로 불거진 이후다.

학교전담 경찰관 임무는 학생 선도와 피해 학생 보호, 폭력동아리 파악과 해체, 학생 소통, 예방교육 등이다.

그동안 학교전담 경찰관의 미담 사례는 많이 알려졌다.

경북 문경의 한 경찰관은 학생들과 수시로 만나 탕수육과 짜장면을 먹으며 소통하고 구미 경찰관은 함께 오락실에 가며 고충을 듣는 방식으로 호응을 얻었다.

전북 전주 덕진경찰서 박태순 경위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초등학생에게 특별 과외수업을 하고 부모와 상담해 학교 적응력을 높였다.

학교 측의 폭력사건 처리를 불신하던 학생들이 경찰과 즉시 연락해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전북의 한 고교 1학년 남학생은 "친구들이 전담 경찰관과 수시로 통화하거나 카톡을 하므로 폭력예방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경기 시흥 한 고등학교 교감은 "폭력이 생기면 전담 경찰관이 개입하므로 원만하게 해결된다"며 "학부모들이 제복 입은 경찰관 판단을 잘 따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긍정 역할에도 불구하고 문제도 적잖다.

현재 전국 1만1천590개교를 경찰관 1천75명이 맡는다. 1명당 10.8곳꼴로 관리하는 셈이다.

군 단위에서는 2명이 전체 학교를 맡는다. 큰 도시에서는 한 명이 15개 이상 학교를 담당하기도 한다.

경기 성남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학교전담 경찰관의 역할이 매우 국한된다. 폭력 신고 접수나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참석이 거의 전부여서 폭력예방 효과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최모(17)양은 "전담 경찰관이 1년에 한 번쯤 학교에 들러 교육한 것을 제외하면 그 역할을 체감할 수 없었다"며 "그나마 이번 부산 사건을 계기로 불신과 불안감마저 생겼다"고 고백했다.

경찰관 1명이 초등학생, 중학생, 고교생을 모두 상대하다가 보니 상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부산 사건도 갓 서른을 넘긴 젊은 남자 경찰관이 여고생을 상담·관리하느라 일어났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한 명이 여러 학교를 맡다 보니 긴급 사안이 발생했을 때 대처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아동청소년 보호단체는 지역별 경찰관 배치를 학교단계별 또는 남녀학생별 등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 문제 등 청소년이 예민하게 여기는 상담은 여성경찰관이 맡도록 하는 개선안도 제언했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28일 "학교전담 경찰관의 활동을 일선 학교가 잘 모른다"며 "경찰관이 학생과 상담하면 학교 측과 미리 협의하고 기록을 남기는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영훈, 민영규, 이종민, 김진방, 손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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