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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트럼프' 30일 대통령 취임…'범죄와의 핏빛전쟁' 예고

송고시간2016-06-2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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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부패 척결에 최우선…"마약상 죽여도 좋다" 즉결처형 우려 확산

남중국해 사태 中과 대화용의…'친미 반중' 일변도 외교정책 변화 주목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30일 취임하면 필리핀 사회 전반에 격변이 예상된다.

강력 범죄가 만연한 필리핀에서 치안 확보를 위한 그의 공약대로 대대적인 범죄 소탕전이 벌어진다. 그러나 두테르테 당선인이 법보다 '주먹'을 계속 앞세우면 사법체계와 인권을 경시한다는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가 대선 기간 자신을 비판한 외교사절단에 거친 발언을 일삼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 중국과의 대화 용의를 밝혀 필리핀이 그동안 견지해 온 '반중, 친미' 외교정책의 일부 변화도 전망된다.

두테르테 당선인이 정치적 타협이나 비판을 거부하는 '마이웨이'를 고집하면 기득권층, 반대세력과 충돌하며 '공포정치', '독재정치' 비판을 불러올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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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와 피비린내 나는 전쟁"…즉결처형·인권 경시 우려

두테르테 당선인은 '가문정치'와 범죄, 부패, 빈부 격차 확대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지지로 대권을 잡은 만큼 정치·사회 개혁에 전념할 계획이다.

특히 '피비린내 나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그의 대표 공약인 '취임 6개월 내 범죄 근절'은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마약 매매와 같은 강력 범죄 척결 의지만큼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마약상을 죽여도 좋다"며 경찰과 군의 대대적인 단속과 적극적인 총기 사용을 주문하고 최고 500만 페소(1억2천500여만 원)의 포상금을 걸었다.

그 영향으로 지난달 9일 대선 이후 60명 넘는 마약 용의자가 경찰의 단속 현장에서 사살됐다. 두테르테 당선인의 취임과 함께 범죄와의 전쟁이 본격화하면 사실상 즉결처형과 같은 범죄 용의자 사살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부패 경찰관을 죽이겠다"고 경고하는 등 관료들의 부패 척결도 약속했다. 살인, 마약, 강간 등 강력 범죄에 대한 사형제 부활을 취임 초기에 추진한다.

그는 "총알도 아깝다. 강력범은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 "사형제가 재도입되면 매달 50명의 죄수를 교수형에 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두테르테식 범죄·부패 소탕에 대한 기대만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권단체와 가톨릭계는 초법적인 즉결처형으로 사법체계가 흔들리고 인권이 침해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유엔 인권전문가는 물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두테르테 당선인을 비판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밤 10시 이후 미성년자가 보호자 없이 밖에 돌아다니는 것을 금지할 계획이다.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고 새벽 1시 이후 주류 판매도 막을 방침이다.

베니그노 아키노 현 대통령은 두테르테 당선인을 놓고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계엄 시절 '공포정치'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며 몇 차례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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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과 남중국해 대화 모색·군비경쟁 자제…美와 소원해지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국제중재재판소에 제소할 정도로 중국과 첨예하게 맞서온 필리핀의 외교정책이 두테르테 정부의 출범으로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아키노 정부가 남중국해 사태와 관련, 미국을 중심으로 동맹국과의 다자 대응을 고수한 것과 달리 두테르테 당선인은 중국과의 양자 대화, 남중국해 공동개발 가능성을 열어뒀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최근 한 행사에서 "단지 스카보러 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때문에 중국과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과의 무력충돌이나 군비경쟁을 피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겪는 남중국해 스카보러 섬은 2012년 4월 양국이 해상 대치까지 한 이후 중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다.

그는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미군의 남중국해 순찰에 필리핀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다만 대선 기간에 필리핀에 우호적인 국제 중재 결정을 중국이 거부하면 제트스키를 타고 스카보러 섬에 가서 필리핀 국기를 꼽고 주권을 선언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테르테 당선인이 영유권을 양보하지는 않겠지만, 중국과의 대립 일변도 정책에서는 탈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필리핀의 끈끈한 동맹 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대선 유세 때 과거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피살된 호주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호주와 미국 대사가 비판하자 "입을 닥쳐라"며 외교관계 단절까지 거론했다. 아무리 동맹국이라도 내정 간섭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지만 그의 발언은 외교적인 논란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아키노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24년 만에 미군이 필리핀에 재주둔할 수 있도록 5개 군사기지를 제공하기로 한 양국 합의가 두테르테 정부 아래에서 순조롭게 이행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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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무장반군과 내전종식 추진

두테르테 당선인이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범죄 소탕을 설정하면서 경제 정책은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그의 경제팀은 아키노 정부의 거시경제정책 기조 유지, 세제 개혁, 기업 경쟁력 강화, 사회기반시설에 국내총생산(GDP)의 5% 투자 등 10대 과제를 제시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외국인 투자 규제의 완화 방침을 밝혔다. 필리핀의 경우 대부분 산업에서 40%로 제한된 외국인 투자 지분 규제가 경제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적받고 있다.

세계은행은 필리핀 경제가 올해 6.4%, 내년 6.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남아 국가 가운데 올해 성장률 예상치는 베트남(6.2%), 인도네시아(5.1%), 말레이시아(4.4%), 태국(2.5%)보다 높은 수준이다.

두테르테 정부가 이런 성장 기조를 이어가며 빈부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한편 두테르테 정부는 공산 반군세력인 민족민주전선(NDFP)의 반정부 무장투쟁을 끝내기 위해 다음 달 평화협상을 재개할 계획이다.

필리핀 정부와 공산 반군은 2012년 말 한시 휴전에 잠정 합의하고 평화협상을 벌였으나 반군 측이 정부 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문제 삼아 2013년 초 휴전 합의를 철회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공산 반군의 무장투쟁으로 지금까지 정부군과 반군, 주민 등 3만 명 넘게 숨졌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2014년 3월 정부와 이슬람 최대 반군단체인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이 맺은 평화협정의 이행을 위한 후속조치로 남부지역에 이슬람 자치지역을 신설하는 입법 작업의 마무리에도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그는 필리핀 남부에서 외국인 납치·살해를 일삼는 중동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세력인 아부사야프에 대해 "나의 적이 아니다"며 대화 용의를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6년 대통령 단임제 폐지와 의원내각제 전환,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정부에 분산하는 연방제 도입을 정치 개혁 과제로 추진한다는 구상이지만 정치적 반발을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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