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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장마, 쩍쩍 갈라진 밭…배추 갈아엎은 농민 '한숨'

송고시간2016-06-2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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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미원면 산간지역 박노준씨 1천800㎡ 배추 수확 포기…참깨·옥수수 잎도 누렇게 변해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장마라는 데 비는 안 오고 마음만 답답해 죽겠습니다."

28일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월용리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박노준(56)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날 1천800㎡의 밭을 가득 채웠던 자식 같은 배추를 모두 갈아엎은 생각만 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리다.

그는 지난 3월 배추를 심었다. 매해 그렇지만 자식을 기르듯 정성스럽게 돌본 배추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힘든 줄 몰랐다.

그러나 마른장마는 풍성한 수확을 기대했던 그의 기대를 산산조각냈다.

장마철로 접어들었지만 반가운 비 소식은커녕 강한 햇살만 며칠째 내리쬐는 가뭄에 배추가 힘없이 말라비틀어졌다.

바싹 마른 대지에 쉼 없이 스프링클러를 동원, 물을 뿌려 봤지만 뜨거운 햇볕에 그때뿐이어서 배추는 이내 생기를 잃었다.

마른장마, 쩍쩍 갈라진 밭…배추 갈아엎은 농민 '한숨' - 2

박씨는 "밭에 물을 대도 금방 말라버려 소용이 없다"며 "수확도 하지 못하고 내다 버린 배추만 생각하면 속이 시커멓게 탄다"고 말했다.

같은 마을에서 50년째 9천917㎥ 규모의 밭에서 담뱃잎 농사를 지어온 이심우(72)씨도 바짝 타들어 간 잎만 바라보며 냉가슴만 앓고 있다.

녹색 빛깔을 곱게 띠어야 할 담뱃잎이 노랗게 변해 버렸다.

그는 "지난해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옛날에는 이 정도까지 심하지 않았는데 최근 몇 해 동안 더욱 심해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밭 농작물의 상황도 비슷하다. 참깨와 옥수수 잎은 햇볕에 타들어 가 활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산간지역에 있는 월용리는 유독 가뭄에 약하다. 그래도 올해는 장맛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농작물 피해가 더욱 크다고 농민들은 입을 모았다.

29일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충북에 내린 비는 288.5㎜로 지난해 238.9㎜를 조금 웃돌고, 평년의 303.3㎜에는 못 미친다.

영농철인 4월 이후 강수량은 224.1㎜로 작년 152.3㎜, 평년의 219.5㎜를 상회한다.

도내 762곳의 농업용 저수지의 저수율도 50.5%로 지난해 49%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통계만 놓고 보면 평년에 비해 올해 내린 비의 양이 적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6월 강수량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달 들어 지금까지 청주에 내린 비는 39.7㎜로 평년 133㎜의 27%에 불과했다. 장맛비가 내려야 하는 계절에 오히려 물 부족이 극심한 마른장마가 계속된 것이다.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불볕더위에다 제대로 된 관수시설이 없는 두메산골 농가의 농작물 재배에는 치명타가 됐다.

특히 많은 비가 내려줘야 할 장마철에 오히려 비가 내리지 않은 탓에 농작물 생육에 준 타격이 더욱 크다.

최주이 청주시 농업기술센터 지방농촌지도사는 "지난 24일 도내 전역에 비가 내리면서 물 부족 현상을 겪던 옥수수나 고추 등 노지 채소는 어느 정도 해갈이 됐지만 산간지역은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강문민 괴산군 농업기술센터 지방농촌지도사는 "수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농작물 생산량이 줄고, 상품성도 떨어진다"며 "진딧물부터 응해, 잎말이나방 등 해충까지 가세하기 때문에 농작물 관리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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