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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 엄마들 느는데…"가정통신문도 어려워요"

송고시간2016-06-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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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장벽에 문화적 차이 겹쳐…지원책 있지만 경쟁률 높아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사절지? 4B? 뭘 챙겨야 할지 모르겠어요"

인천시 부평구에서 다문화 가정을 꾸린 쉬홍엔(34·여)씨는 아이 학교에서 보낸 가정통신문이 여전히 어렵다.

한국에 정착한 뒤로 생활에서 자주 쓰는 언어는 익숙해졌지만 가정통신문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암호'로 가득하다.

쉬홍엔 씨는 주민들의 고충을 듣는 부평구 1박2일 숙박행정에 참석해 "많은 다문화 가정이 간단한 가정통신문조차 이해하지 못해 힘들어한다"고 토로했다.

한국에 정착한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지만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간단한 의사소통마저 어려워하는 이주자가 여전히 많다.

29일 인천시에 따르면 현재 인천에 정착한 결혼 이주자는 1만명을 훌쩍 넘어선 1만4천541명이다. 전체 외국인 수의 15%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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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다문화 가정 '엄마'들은 한국어가 서툴거나 기본적인 사고방식과 가치관 등 문화가 다르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여러 장벽에 부딪힌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자연스레 한국어를 배우고 문화적 차이도 더 쉽게 줄여갈 수 있지만 엄마들은 그럴만한 기회의 폭이 좁다.

여성가족부의 '2015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다문화 가정의 전반적인 생활 여건은 나아졌지만 교육·사회관계에 대한 고민은 늘었다.

지난해 7∼8월 전국 다문화가족 1만7천849가구를 조사한 결과 '자녀 양육과 교육'을 어려움으로 꼽은 응답자는 2012년 22.0%에서 23.2%로 증가했다.

부평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정착한 이주민이더라도 우리나라와 사고방식과 문화가 전혀 다르다 보니 교사가 학부모를, 학부모가 교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여러 장벽에 시달리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한국어 교육·자녀 교육 등 제도가 있지만 제도 자체를 모르거나 높은 경쟁률 탓에 혜택을 누리지 못하기도 한다.

부평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경우 매년 자녀생활서비스를 담당하는 방문교육지도사 12명을 24개 가정에 보내고 있는데 대기자가 줄줄이 기다리는 실정이다.

한 가정당 한 번만 이용할 수 있는데 선정되면 10달 동안 교육받을 수 있어 경쟁률이 높다. 이마저도 센터 회원으로 등록하고 서비스를 직접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다.

한국어 교사가 매주 집을 방문해 언어를 가르치는 서비스는 입국한 지 5년이 지나면 이용할 수 없다. 5년이면 한국어를 깨우치기에 충분하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가정은 한국어를 제대로 배울 기회와 시간이 없어 5년이 지나도 간단한 생활언어만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센터 관계자는 설명했다

부평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많은 다문화 가정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 제도의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며 "가정통신문처럼 정말 기본적인 언어 문제는 가족의 지원만으로도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데 다문화 가정 내에서도 자녀 양육은 엄마의 몫인 경우가 많아 이주자들이 고충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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