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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현장르포> 트래펄가 광장서 수천명 "재투표해야" 목청

송고시간2016-06-29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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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 진영이 거짓말했다" "브렉시트를 막자"…재투표 청원 서명자 400만명 육박

재투표·의회 거부 등 요구하며 시위

영국 트래펄가 광장에서 재투표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시민들
[ EPA=연합뉴스 ]

영국 트래펄가 광장에서 재투표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시민들
[ EPA=연합뉴스 ]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그들은 거짓말을 했고, 거짓말을 했고, 거짓말을 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지 닷새째인 28일(현지시간) 저녁 영국 런던 도심 트래펄가 광장에는 이런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가 펄럭거렸다.

빗줄기 속에서도 수천명이 광장 대부분을 채웠다. 모두 이번 국민투표에서 EU 잔류를 지지했던 시민이다. EU 탈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려고 모였다.

잘못된 정보들에 근거해 매우 중대한 사안이 결정되려는 이번 국민투표 절차에 분노한 한 단체가 주최한 이 시위는 5만명이 참여 의사를 밝힌 탓에 경찰이 안전을 이유로 취소했다. 하지만, 수천명은 취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광장에 나온 것이다.

<브렉시트 현장르포> 트래펄가 광장서 수천명 "재투표해야" 목청 - 2

"37%는 다수가 아니다" "진실은 거짓을 이긴다는 게 내 믿음이다" 등의 플래카드가 보였다. 또 "나는 항상 EU를 사랑한다" "더는 브렉시트는 없다" "브렉시트를 막자" 등의 글을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선 이들도 있었다.

20대의 한 여성은 '유럽인(유러피언) 허그'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광장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안아주기도 했다.

런던에서 사는 20대의 크리스 파머 씨는 "탈퇴 캠프는 지금까지 현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나는 재투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고 했다.

줄리아(29) 씨도 "4%포인트 차이였다. 더욱 화나는 건 거짓말들에 의해 결정됐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드시 재투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탈퇴에 한 표를 던진 유권자들이 반발하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자 "그들도 지금은 거짓말에 속은 것을 후회하고 있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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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투표를 요구하는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런던에 사는 케리(35) 씨는 '보리스가 거짓말을 했고, 영국이 울고 있다. 의원들이 법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시점에서 재투표는 상황을 더 복잡하게 할 것이다. 첫 투표는 구속력이 없었는데 재투표에 구속력을 주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며 "의원들이 국민투표 결과를 반영한 법을 표결로 부결해야 한다. 잔류를 지지한 지역 의원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재투표 요구 여론은 온라인에서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영국의회 온라인 청원게시판에서 진행되는 재투표 청원은 이날 현재 서명자가 400만명 가까이로 불어났다.

시민들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도 합류하고 있다.

여당인 보수당 내각의 제러미 헌트 장관은 전날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탈퇴를 위한 리스본 조약 50조를 곧바로 발동해서는 안된다"며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을 시점으로) 시계가 재깍거리기 전에, 우선 EU와 협상을 한 후 그 결과를 영국민 앞에 국민투표 또는 총선 공약 형식으로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내 EU 잔류 진영에서도 이번 국민투표 결과를 무력화하려는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재투표나 의회의 거부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은 탈퇴 진영이 투표 운동 기간 한 약속들에서 발을 빼거나 톤을 낮추면서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영국 정부가 탈퇴 의사를 EU에 공식 통보하는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 시기를 밝히지 않고 있는 점은 이런 혼돈을 부추기고 있다.

오는 10월 물러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자신은 50조를 발동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탈퇴 진영은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연내 협상이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가족에서 탈퇴하기를 원하는 누구라도 특권만 누리고 의무는 하지 않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기적인 행동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한 다짐했다.

EU 회원국들을 이끄는 메르켈 총리의 선전포고는 영국 차기 정부로 하여금 50조 발동 시기에 대한 고민을 더욱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EU에서 떠나기로 한 투표 결과가 나온 이후 영국 사회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혼돈에 빠져든 모습이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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