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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팀' 고용 안정·노동계 반발 무마 등 과제 산적

송고시간2016-06-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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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대기업 3사는 제외

전문가들 "노조도 자구노력 협력해야 회생 도모할 수 있을 것"

멈춘 조선소 대형 크레인
멈춘 조선소 대형 크레인

멈춘 조선소 대형 크레인
(고성=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29일 경남 고성군 동해면에 있는 SPP조선 고성조선소 600t 대형 크레인이 가동을 중단한 채 멈춰 있다. 텅 빈 이 조선소는 한때 근로자 1천500여명이 일하던 곳이다. 2016.6.29
choi21@yna.co.kr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30일 정부가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한 것은 조선업 고용 안정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물량팀'(외부 하청업체) 등 비정규직 근로자의 생계 해결, 파업을 예고한 노동계와의 협조 모색 등 조선업 실업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노사정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조선업의 위기를 극복해야 목소리가 나온다.

◇ 13만 조선 비정규직, 실업급여 강화하고 일자리 찾아줘야

우선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정규직 근로자보다 훨씬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한 대책 마련이다.

20만명에 달하는 조선업의 총 고용인원 중 정규직은 7만명 가량에 불과하다. 나머지 13만명은 사내하도급업체나 물량팀 등 비정규직 근로자이다.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이들은 사회보험 가입율도 매우 저조해 실업급여도 제대로 받지 못할 우려가 크다. 정부가 고용보험 미가입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방침을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많다.

조선업종노조연대 황우찬 의장은 "물량팀은 근로계약서 등을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 스스로 노동 사실을 증명하기 어렵다"며 "증명할 수 있더라도 직업 특성상 이들은 15일, 한 달씩 일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사람까지 실업급여를 주겠다는 말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업급여 지원 강화 등과 함께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한 일자리 마련이 급선무로 꼽힌다.

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상당한 명예퇴직금과 함께 사내 전직지원서비스 등을 활용할 수 있어 일자리 찾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반면에 이러한 지원이 없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고용 절벽'이라고 할 수 있는 현실에 처하게 된다.

이에 따라 화력발전소·전기·철도 등 공공 인프라나 석유화학·철강 등 대기업 제조업체에서 노후설비 교체, 유지보수 등의 일자리를 이들에게 마련해 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민관이 함께 하는 '뉴딜 정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선임연구위원은 "조선업 실업대란은 사회 구성원이 모두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전 사회적 과제"라며 "특히 비정규직 실직자의 생계 해결을 위한 일자리 마련에 너나할 것 없이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관련 양대노총 회견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관련 양대노총 회견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관련 양대노총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들은 '노동자에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조정 중단' 등을 주장했다. 2016.6.30
hama@yna.co.kr

◇ 대기업 조선3사 파업 예고…"협력적 구조조정으로 위기 극복해야"

구조조정에 반발하며 파업을 예고한 노동계와의 협조 모색도 당면한 과제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회사와 채권단의 일방적인 자구 계획에 반대한다며 파업 찬반 투표를 벌여 이달 14일 노조원 85%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이어 17일 현대중공업 노조가 대의원대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쟁의 발생을 결의했다.

28일에는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사측의 구조조정 자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을 결의했다.

이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기자회견을 열어 "대규모 인력 감축과 임금 삭감 등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정부가 이날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에서 대기업 3사를 제외해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노동계 주장 중 정부가 수용할 것은 받아들여야겠지만, 노조도 조선업 회생 자체를 파탄낼 수 있는 무리한 행동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노동계 주장 중에서는 고용 유지를 위한 일자리 나누기가 주목할만한 제언으로 꼽힌다. 이는 '구조조정 선배'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의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1993년 경영난에 시달리던 폴크스바겐은 10만여명의 종업원을 7만여명으로 줄이고 독일 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반발하던 노조는 결국 35시간이던 주당 노동시간을 28.8시간으로 줄이고 대신 임금을 10% 삭감하는 것에 동의했다.

결국 사측은 해외이전 계획을 철회했고, 구조조정 대상이던 3만여명의 폴크스바겐 노동자 가운데 2만여명이 일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권혁 부산대 교수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구조조정 규모를 최소화하는 일자리 나누기는 조선업 실업대란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며 "노사정이 합심해 적극적인 일자리 나누기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서는 노조의 희생도 요구된다. 노조가 상당폭의 임금 삭감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사측도 인력 감축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파업 등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현재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고용을 모두 유지할 능력이 없다는 엄혹한 사실을 노조는 직시해야 할 것"이라며 "노조도 임금 삭감과 일자리 나누기 등 자구노력에 협력할 때만 회생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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