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동남아 어린이 포섭 나서… 영역확대 노려 "일찌감치 세뇌"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세계 곳곳에서 테러를 자행하며 영역확대를 기도 중인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동남아 어린이들을 겨냥한 선전전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를 무슬림 세계를 지키는 영웅으로 포장함으로써 어린이들을 일찌감치 세뇌해 '미래의 전사'로 길러내겠다는 것이다.

7일(현지시간) 일간 더스타 등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언론에 따르면 IS는 올해 5월 16일 '그너라시 퍼텀푸르'(전사의 세대)란 제목의 16분짜리 동영상을 배포했다.

이 동영상은 IS에 가담한 부모를 따라 시리아와 이라크에 간 8∼12살 동남아 어린이들이 자기 키보다 큰 AK소총을 조립하고 격투기 훈련을 받는 모습을 담고 있다.

IS는 이들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열도를 대표하는 '칼리프 왕자'들이라고 치켜세웠고, 어린이들은 여권을 불태우며 IS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국제문제연구소(RSIS)의 레미 마잠 연구원은 IS가 지난해 초부터 동남아 어린이들을 겨냥한 선전전을 강화해 왔다고 밝혔다.

IS는 작년 3월 17일 '칼리프령 교육의 빛'이란 말레이·인도네시아어 선전 동영상을 통해 동남아 어린이들이 IS 군사훈련과 세뇌교육을 받는 모습을 공개했고, 1년만인 올해 4월 1일 배포된 뮤직비디오는 이미 본격적인 모병 동영상 포맷을 취하기 시작했다.

레미 연구원은 "이 영상에는 어른들의 전투준비 장면을 흉내 내는 어린이들의 모습과 함께 '어른들은 어디로 갔나. 신의 부름에 응할 자는 누구이며, 용감한 젊은이들의 혼은 어디에 있나'란 가사가 삽입됐다"고 말했다.

IS는 지난달 21일에는 동남아 무슬림들에게 어른은 물론 어린이들도 IS에 충성을 맹세한 필리핀 무장단체 아부사야프에 가담해 활동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프랑스어 등 다른 언어로 제작된 동영상에도 말레이·인도네시아어 자막을 넣기 시작했다.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의 IS 캠프에는 최소 8명의 동남아 어린이가 군사훈련을 받고 있으며, 한 훈련소는 아예 말레이·인도네시아어로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S가 동남아 무슬림 국가의 어린이를 상대로 한 선전전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당장의 전력 확대보다는 선악을 구별하기 힘든 어린이들에게 IS 전사에 대한 동경심을 심는 것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인다. 중동에서의 세력이 약화하면서 IS가 동남아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움직임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레미 연구원은 "IS는 어린이들을 다음 세대의 전사와 IS 지원자로 키워내기 위해 아동발달 초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어린이의 순수함을 용납하지 않는 세계의 실현이란 IS의 목표에 진전이 될 수 있고 굉장히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6/07/07 11:0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