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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신부 듀오 "한국사회에 위로 손길 건네고 싶어"

송고시간2016-07-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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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호·중호 신부, 음반 '노비스 꿈' 발표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노비스 꿈'(Nobis Cum)은 라틴어로 '우리와 함께'라는 뜻입니다. 늘 함께하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자비를 전하자는 각오를 담고 있지요."

천주교 수원교구의 노성호(38)·중호(36) 신부는 '노비스 꿈'이라는 팀명으로 활동하는 형제 듀오로, 최근 동명의 앨범을 발표했다. 형은 평택 효명고교 교목실장으로, 동생은 서부 본당 주임 신부로 바쁜 와중에 악기 녹음과 보컬 녹음을 위해 분주히 서울과 천안을 오간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생활 성가를 비롯해 잔잔한 어쿠스틱 사운드의 포크 송과 흥겨운 리듬의 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앨범에 담겼다.

"형제 신부가 음반을 발매한 것은 건국 이래 처음이고, 한국 천주교회 역사상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며 형인 노성호 신부는 미소를 지었다.

'노비스 꿈'에는 상처와 아픔 속에 살아가는 이웃을 위로하는 곡 '별',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은 '문득 마주치다', 첫사랑의 풋풋함을 담은 '사춘기 소년의 바람', 그리고 세월호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사무엘' 등 두 형제의 행복한 기억뿐 아니라 아픔과 슬픔을 담은 12곡이 담겼다.

특히 '사무엘'은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 학생이었던 장준형(사무엘) 군을 추모하는 노래다.

"준형이는 동생 신부님이 사목하던 안산 원곡성당의 복사(服事)대장이기도 했던 친구예요. 한번은 같이 분식점에 가서 순대도 먹고 떡볶이도 먹으면서 '다음에 보자'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죠."

장준형 군의 애틋한 사연은 동생 노중호 신부가 공동저자로 낸 '형과 아우'란 그림동화에도 실려있다. '사무엘'의 노랫말은 노성호 신부가 썼다.

노성호 신부는 "그 아이를 기억하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동시에 그날의 아픔과 눈물을 절대로 잊지 않기 위해 무엇인가 해야 했다"며 "사제로서, 목자로서, 신자들의 아버지로서 그들을 위로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 신부는 "지금 우리 한국사회는 위로의 손길이 절실하다"며 "브라운관을 가득 채운 '먹방'(먹는 방송), 서바이벌, 스포츠 프로그램 대신 눈물을 닦아주는 손길이,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한 마디의 격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신부의 말처럼 청량한 바람 같은 음색으로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12곡의 노래들이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가톨릭 사제들이 만든 음반이지만 종교 색과 무관하게 들리는 노래들도 많다.

특히 사춘기 소년의 설레는 마음을 담은 보사노바 풍의 노래 '사춘기 소년의 바람', 어머니에게 바치는 노래 '문득, 마주치다'에서는 인간미가 폴폴 풍긴다. 근엄한 성직자라기보다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친근한 이웃의 노래다.

노 신부는 "사춘기 소년의 바람은 제 첫 자작곡으로 기록되는 노래"라며 "저에게도 '심쿵' 심장을 떨리게 했던 사랑스러운 아이가 있었지 않겠냐"고 수줍게 웃었다. 이어 "누구나 거쳐오기 마련인 사춘기 때의 풋풋했던 떨림을 기억하고 싶어 노래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또 '문득, 마주치다'에 대해서는 "아들 둘을 모두 하느님께 봉헌하신 어머니, 평생 시집살이에 고생이 많으셨던 어머니, 고된 농사일에 곱디고운 모습은 일찌감치 저 멀리 떠나 보내셨던 어머니 그리고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위한 위로의 선물"이라고 소개했다.

또 이번 음반에는 드러머 강수호와 기타리스트 함춘호가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노 신부는 이에 대해 "영광이었고, 기쁨이었고, 감동이었다"며 함께 작업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 두 분을 만나게 될 거라고는 꿈에서라도 상상도 못 했다"며 "프로듀서를 맡은 '저니 투 헤븐'의 리더 레지나 자매가 고맙게도 섭외를 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 노 신부는 드러머 강수호에 대한 각별한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수호 선생님의 전화번호도 받았어요. 아직 연락은 드려본 적이 없지만,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 뜨는 걸 보기만 해도 흡족합니다."

한편 형제 신부 듀오 '노비스 꿈' 오는 22일 오후 8시 안산 성요셉성당에서 첫 공연을 열 계획이다.

형제 신부 듀오 "한국사회에 위로 손길 건네고 싶어" - 2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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