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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비로 간 여행서 참변…사고 영상 떠올라 너무 힘들어"

송고시간2016-07-1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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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얼마나 아팠을까"…영동고속도로 사고 유족 오열

"버스·트럭 기사 경각심 가졌으면…운전석엔 블랙박스 설치돼야"

(용인=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경찰서에서 본 사고 영상이 머릿속에 계속 떠올라서 너무 힘듭니다. 무방비여서 외마디 비명도 못 질렀을 텐데 내 딸 얼마나 아팠을까…"

"알바비로 간 여행서 참변…사고 영상 떠올라 너무 힘들어" - 2

19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지난 17일 영동고속도로 5중 추돌사고로 숨진 딸(21)의 빈소를 지키던 아버지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중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던 중 방학을 맞아 한국에 돌아와 강원도 강릉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한 친구의 할머니 초대로 친구들과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가 귀갓길에 사고를 당했다.

차량 정체로 서행 중이던 이씨가 탄 K5 승용차를 뒤따르던 관광버스가 달리던 속도 그대로 들이받았다. 운행기록계에 기록된 당시 버스 속도는 시속 105㎞였다.

불과 30분 전까지 가족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유머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밝은 목소리로 양떼목장이라던 딸이 그렇게 떠났다.

아버지는 눈물을 쏟으면서도 현실을 믿을 수 없다.

"항상 웃고 남을 배려해서 친구가 많았어요. 어제는 학교·교회 친구 50여 명이 중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습니다"라던 아버지는 "딸 때문에 우리 가족이 웃고 살았고 아직 해주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라며 눈물을 삼켰다.

이 장례식장에는 이씨 말고도 함께 승용차에 타고 있다가 변을 당한 친구 3명의 빈소가 차려졌다.

다른 이모(21·여)씨는 아들만 셋인 집안의 유일한 딸이었다.

대학 시절 과대표를 맡고 봉사활동에 열심이던 이씨는 졸업 후 어머니의 일을 돕던 중 휴가를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이씨 아버지는 "사고를 낸 버스 운전사는 코를 조금 다쳤다는 이유로 아직 조사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빨리 진상이 밝혀져서 잘못한 만큼 처벌받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의 오빠는 "토요일에 여행 잘 다녀오고 물조심하라고 카톡하고 일요일에는 일 때문에 통화를 못했는데 그게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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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21·여)씨 가족은 사실상 가장을 잃었다.

장씨는 어려서부터 아버지 없이 어머니, 동생과 살며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어 가계를 이끌었다.

그런 딸을 먼저 보낸 어머니는 "엄마가 혼자라는 이유로 뭘 하든 항상 제게 도움이 되려고 했어요. 이번에도 알바비를 아껴 강릉까지 갔는데, 왜 1박만 하고 오냐고 했더니 2박 하면 돈이 많이 든다고…"라고 간신히 입을 연 뒤 이내 오열했다.

장씨 외삼촌은 "조카는 길이 막혀서 서 있었을 뿐인데 어떻게 이런 사고가 날 수 있습니까"라며 "믿기지 않고 볼 엄두가 안 나서 아직 사고 영상을 못 봤어요. 볼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고개를 떨궜다.

유족들은 견디기 힘든 슬픔 속에서도 이러한 허망한 죽음이 더 이상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한 유족은 "버스나 트럭 같은 대형차량 운전자들이 보다 경각심을 갖고 운전해서 이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며 "대형차량을 위한 전용도로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족은 "대형차량에는 운전석을 찍는 블랙박스를 의무로 설치하도록 해 운전자로 하여금 더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사고 발생 시 원인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오후 5시 54분께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영동고속도로 봉평 터널 입구에서 난 5중 추돌사고로 이씨 등 여성 4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쳤다.

경찰은 당시 사고로 코뼈 등을 다쳐 입원 치료 중인 관광버스 운전자 방모(57)씨를 방문 조사한 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방침이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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