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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노예' "소똥 치우고 혼자 밥 먹어…농장 다시 안 갈 것"

송고시간2016-07-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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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득이' 고씨 경찰 조사서 분명하게 진술…가족 품 돌아온 뒤 심신 안정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청주 오창 축사에서 '만득이'로 물리며 19년간 강제 노역을 하다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고모(47·지적장애 2급)씨는 19일 경찰 조사에서 "축사에 다시는 가기 싫다"고 진술했다.

집에 돌아온 뒤 가족, 친지, 주민의 보살핌 속에 안정을 되찾은 고씨는 이날 재개된 경찰 조사에서 나흘 전 첫 조사 때와는 다르게 비교적 분명한 어조로 진술에 임했다.

'축사노예' "소똥 치우고 혼자 밥 먹어…농장 다시 안 갈 것" - 2

고씨는 "(19년간) 축사에서 소똥을 치우는 일을 했고, 혼자 밥을 먹었다. 빨래도 했다"고 했다.

지난 14일 악몽과도 같았던 축사에서 완전히 벗어나 가족과 재회했을 당시 수사관 질문에 "예" "아니오"로 짧게 대답하거나 불안한 눈초리로 주위를 경계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였지만, 이날 경찰 조사에서는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심리 상태가 호전됐다.

경찰 조사는 오전 9시부터 3시간 동안 장애인 수사전담관, 후견인, 가족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의 오송 고향 집에서 이뤄졌다.

경찰은 고씨의 진술 내용 외에 구체적인 피해 사실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농장주 김모(68)씨로부터 당한 구체적인 피해 사실은 추후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사안"이라고 전했다.

고씨가 농장주 김씨 부부로부터 폭행 등 학대를 당했다는 정황은 주변의 증언 등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경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우선 고씨의 발목에 있는 10㎝가량의 꿰맨 자국에 대해서는 오는 20일 중 의사 진료를 받을 계획이다.

농장주 김씨 부부에 대한 조사 예정일은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 12일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김씨 부부가 다시 경찰에 소환되면 즉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고씨는 19년 전인 1997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김씨의 농장에 와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며 작년까지 소 100마리가량을 기르는 강제 노역을 했다.

그는 지난 1일 밤 축사를 뛰쳐나왔다가 경찰에 발견돼 어머니(77), 누나(51)와 극적으로 재회했다.

logo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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