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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서 몰카, 길거리서 음란행위…바닥까지 간 경찰 비리·범죄

송고시간2016-07-2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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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 괴롭혀 죽음 내몰고 주의 소홀로 순찰차 사망 사고도

"파렴치범 같은 비리 속출 우려 수준…자존감 회복·인성교육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앞에 가는 사람 도둑∼, 뒤에 가는 사람 경찰∼"

어린이들 사이에 이런 노래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경찰은 범인 잡는 사람이라는 단순 명쾌한 진리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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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은 각종 범죄를 저질러 동료에게 잡히는 경찰관이 툭하면 등장한다.

범인 잡는 경찰관보다 범죄를 저지르는 경찰이 더 많은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탄식이 경찰 내부에서 나올 정도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줘야 할 경찰관 비리와 부패는 워낙 오래된 얘기라 식상한 소재 같지만, 최근 나타나는 유형은 우려의 수준을 넘어선다.

뇌물수수, 단속정보 유출 같은 '전통적' 비리를 넘어 일반인이 저질러도 사회적 지탄을 받는 파렴치하고 어처구니없는 범죄가 넘쳐난다.

박봉의 경찰관이 마음 졸이며 남몰래 지폐 한두 장을 건네받던 예전 부정행위는 오히려 애교로 여겨질 정도다.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A경위는 지난달 18일 인천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길 가는 여성을 보며 음란행위를 하다가 적발됐다.

A경위는 피해 여성이 112 신고를 하자, 근처에 세워 둔 승용차로 달아났다가 폐쇄(CC)회로TV를 분석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부산의 학교전담 경찰관들이 여고생들과 잇따라 성관계한 사실이 드러나 전국 경찰에 근무 기강 확립 지시가 내려진 직후에도 경찰의 일탈은 멈출 줄 몰랐다.

지난달 30일 충북 충주의 모 파출소 소속 B경위는 2인1조 근무 규정을 어기고 근무지를 이탈해 혼자 순찰차를 몰고 나갔다.

B경위는 비어 있는 한 치안센터에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사실이 적발돼 2개월 정직과 함께 전보 조치됐다.

전국의 1천76개 치안센터 중 874곳에는 상주 인력이 배치돼 있지만, 나머지 202곳은 순찰 거점으로 쓰이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지난 7일 오후 1시 50분께 전북 진안경찰서 C경위가 전주의 생필품 판매장에서 물건을 고르던 여대생 치마 속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다 시민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의 부주의 탓에 구할 수 있었던 시민이 소중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달 17일 새벽 충북 제천의 한 휴게소 앞 국도에서 40대 남성이 경찰 순찰차에 치여 숨졌다.

순찰차는 "인근 터널에 취객이 앉아 있어 위험하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길이었다.

사고 발생 30∼40분 전쯤 비슷한 신고를 받고 먼저 출동했던 다른 순찰차가 터널 안에 서 있던 남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 사실이 폐쇄(CC)회로TV 확인 결과 밝혀졌다.

잇따라 출동한 순찰차 2대가 모두 주의를 게을리 한 탓에 소중한 목숨을 살릴 기회를 놓치고 사망사고를 내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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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은 국민적 관심을 끄는 큰 사건에도 단골로 등장한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의 법조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16일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4팀 김모 경위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했다.

김 경위는 법조 브로커 이동찬(44·구속기소) 씨로부터 사건 관련 청탁과 함께 4천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부하 직원을 괴롭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든 상관도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 12일 D경감을 파면했다.

경찰은 D경감이 경기남부청 국제범죄수사대 부서장으로 근무하면서 지난 5월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김모 경사 등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겨, 김 경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든 것으로 판단했다.

최근 3년치 통계를 보면 징계받는 경찰관은 매년 800명 안팎에 달한다.

지난해는 전체 징계 대상 792명 중 327명이 규율 위반으로 징계받았고, 품위손상 252명, 직무 태만 153명, 금품수수 52명, 사건 부당처리 8명 등이었다.

경찰 조직이 11만 명이 넘는 규모임을 고려하면, 경찰관 일탈 행위가 전혀 없을 순 없지만 최근 양상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찰관의 비리나 범죄 유형을 보면, 단순한 일탈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민중의 지팡이'라는 공공의식이나 직업윤리가 아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을 비롯해 공공 부문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풍조가 만연하면서 자존감을 잃어가는 경찰관이 크게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잘못을 하면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하지만 야단치고 벌 준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며 "경찰의 공적 가치와 신뢰, 경찰관의 자존감을 높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찰관 선발에서 공정성 시비를 없애기 위해 전적으로 시험성적에만 의존하는 현 제도와 갈수록 비중이 확대되는 시험승진에 따른 인성·윤리 교육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고위층이 개인의 영달을 앞세우는 경찰의 조직문화, 느슨해진 근무 시스템도 기강 해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존파' 사건을 비롯해 수많은 강력사건 해결사로 이름을 날린 33년 형사 경력의 고병천(67) 박사(범죄학)는 "대부분 경찰 지휘부는 자신을 위해 조직을 버리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며 "책임질 줄 모르고 개인 이익만 쫓는 고위 간부들을 지켜보는 일선 경찰관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법을 집행하고 재량권이 많은 경찰관은 일반 공직자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필요한데도 초심을 되새길 만한 교육기회조차 거의 없다"며 "교육 제도와 조직문화 개선 노력과 함께 내부 견제장치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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