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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르포> 거리는 국기 물결…언론은 정부지지 일색

송고시간2016-07-2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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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동조" 혐의 6만명 '마녀사냥'에도 시민사회·언론 조용

쿠데타 진압 이후 터키 이스탄불의 탁심 광장(Taksim Square)
[ EPA=연합뉴스 ]

쿠데타 진압 이후 터키 이스탄불의 탁심 광장(Taksim Square)
[ EPA=연합뉴스 ]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쿠데타 진압 후 터키 거리는 국기로 뒤덮이고 언론에는 정권 지지를 표명하는 광고가 지면을 메웠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거리를 메우라'는 부름에 호응한 지지 시민들은 17일부터 이스탄불과 앙카라 곳곳에서 쿠데타를 규탄하고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를 이어갔다.

대통령의 '중대 결정' 발표를 앞둔 19일, 지지자들의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이날 아침부터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빌딩에는 대부분 대형 국기가 내걸렸다.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호텔도 예외가 아니었다.

거리 곳곳에는 붉은 터키국기로 장식한 차량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카메라를 맨 기자 옆을 스쳐가며 쿠데타 세력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쳐댔다.

이날 밤 이스탄불 탁심광장에 운집한 수만명은 밤 11시가 가까울 때까지 터키국기와 에르도안 사진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쿠데타 세력을 사형하라는 외침도 끝없이 이어졌다.

도시 곳곳의 자미(이슬람사원)에서는 이날 마지막 '기도의 부름'이 평소보다 훨씬 더 크고 오래 울려퍼져 이스탄불 상공에 메아리쳤다.

쿠데타 진압 후 나흘간 군인을 포함, 공직자 4만4천여명이 해고 또는 직위해제당하고, 사립학교 교사 2만1천명의 면허가 취소되는 등 대대적인 마녀사냥이 벌어지는데도 반발하는 목소리는 자취를 감췄다.

친정부 성향의 언론이 대부분인 터키에서 상대적으로 중립적으로 알려진 일부 언론에서마저 비판기사가 실종됐다.

이달 18일 '수사가 복수와 숙청의 기회로 비쳐서는 안 된다'는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의 성명을 문구만 간략히 보도한 것이 사실상 유일한 이견 보도다.

신문에는 쿠데타 진압을 축하하고 에르도안을 지지하는 기업의 의견광고가 넘쳐났다.

19일자 유력 일간지 '사바'(Sabah)를 펼쳐보면 전체 48개 지면 중 2면과 3면을 포함해 무려 11개 지면에 정부 지지 전면광고가 실렸다.

다른 대형 광고도 터키 국기를 중심으로 정부를 지지하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입을 닫고, 터키 내 민간단체의 성명이나 논평도 나오지 않고 있다.

터키 정세에 밝고 국제관계에도 능통해 외신과 종종 인터뷰하는 이스탄불의 한 역사학 전공 교수는 20일 연합뉴스에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논평하기 어렵다"며 "일단 정부의 '중대 결정' 발표를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

영국의 노팅엄트렌트대학의 나탈리 마틴 교수(국제관계학)는 19일 뉴스위크 기고문에서 "현재 터키에서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는 집권 정의개발당 지지자들에게만 해당되고, 법치와 언론자유는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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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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