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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경찰, 운동선수까지…한국에 '성도착 범죄' 많은 이유는

송고시간2016-07-23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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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6월까지 736건 적발…하루 평균 5.2건 발생

"정신병 일종으로 처벌이 능사 아냐…치료·상담·교육 병행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이른바 '바바리맨'으로 대변되는 성도착 범죄가 전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2년 전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길거리 음란행위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데 이어 지난달엔 프로야구 선수 김상현의 음란행위 사건이 터지는 등 곳곳에서 성도착 범죄가 잇따른다.

사회적 지위나 직업, 연령과 관계없이 공공장소에서 '바지 내리는 남자'들이 활개를 치는 것은 현행법의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 범죄학자 등 전문가들은 성도착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처벌을 강화하기보다 정신적 상담과 치료,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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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경찰관·운동선수…지위·연령 무관한 '음란행위' 사범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은 2014년 8월 제주시의 한 분식점 앞에서 1시간 가량 바지를 내리고 '음란행위'를 하다 붙잡혀 결국 검사복을 벗었다.

김 전 지검장은 현장을 지나던 여고생에게 목격돼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극구 부인하다 CCTV 증거 제시에 결국 범행을 시인했다. 김 전 지검장은 병원 치료를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논란이 됐다.

프로야구 케이티 위즈 구단의 베테랑 타자 김상현은 지난달 16일 오후 전북 익산의 한 주택가에서 자신의 차 안에서 음란행위를 하다가 길 가던 20대 여대생의 신고로 지난 4일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김상현은 결국 구단의 임의탈퇴 결정으로 방망이를 내려놓게 됐다.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A 경위는 지난 18일 오후 인천시 남구 한 빌라 주차장에서 길을 가던 20대 여성을 보며 음란행위를 한 뒤 도주했다가 피해 여성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범행을 시인한 A 경위는 현재 처벌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성도착 범죄는 이처럼 사회지도층이나 유명인은 물론 일반 대학생부터 노인까지 사회적 지위나 연령과 관계 없이 괌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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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찰청 통계를 보면 음란행위의 형법상 죄명인 '공연음란' 사건으로 입건된 건수는 2013년 1천471건, 2014년 1천842건, 2015년 2천112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공연음란 행위는 올해 들어서도 6월 말까지 하루 5.2건꼴인 940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 '공연음란' 구속자 한해 10~20명 불과…"솜방망이 처벌" 지적

공공장소에서의 공연음란 행위가 이처럼 끊이지 않는 것은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음란행위에 따른 처벌 수위가 피해자에게 주는 정신적 고통보다 훨씬 약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공연음란 행위로 검거된 이들은 2013년 1천202명, 2014년 1천470명, 2015년 1천700명(잠정), 올해 6월 현재 736명(잠정)에 달하지만, 구속자는 2013년 15명, 2014년 16명, 2015년 27명, 올해 13명에 그치고 있다.

현행법상 음란행위에 적용되는 공연음란죄는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형,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게 돼 있다.

공연음란죄는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는 범죄임에도 피해자가 물리적 피해를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거의 벌금이나 집행유예에 그친다. 특히 초범의 경우 훈방이나 벌금 5만원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은 실정이다.

피해자에게 직접적 물리력을 행사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을 때 적용되는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지만, 공연음란죄 처벌 수위는 이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점도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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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도착증은 일종의 정신병…치료·상담·교육 병행해야"

성도착증의 일종인 노출증은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는 행위를 중심으로 한 성적 행동과 공상, 충동이 반복되는 병이다.

미국 정신의학회는 증상이 반복적으로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돼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이나 사회적, 직업적 기능 영역에 장해를 초래할 때 노출증으로 진단한다.

심리학자들은 노출증 환자들이 노출을 통해 희열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때문에 반복적 노출을 하게 된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공장소에서 '바지 내리는 남자'들의 노출 범죄를 줄이려면 처벌에 치중하기보다 적극적 상담과 치료, 교육이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 교수는 "노출 범죄는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뒤틀린 성적 욕구를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형량을 올린다고 해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적절한 수위의 처벌과 함께 적극적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며 "성충동 조절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경우 위급 상황에서는 적극적 약물치료와 함께 상담치료를 강제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성도착증 증세를 자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쉽게 정신과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취업 등 사회생활에 지장을 우려해 본인이 증세를 자각해 치료를 받으려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들이 방치돼 중독 단계를 지나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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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교수는 법무부의 성폭력치료강의 수강명령 제도의 내실화도 주문했다.

현행 교육 프로그램이 성도착증 단계 피의자들의 재범 예방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그는 프로그램의 효과성과 수강지도자들의 전문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도착증 전문상담소 에고밸런싱테라피의 이제우 대표는 "성도착적 욕구와 호르몬 분비 이상과 연관관계는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며 "과거의 트라우마나 현재의 스트레스와 성적 억압 등 후천적 경험이 성도착 욕구를 형성하기 때문에 피의자의 엉켜있는 내면을 풀어주기 위한 상담치료가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성도착증 범죄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초범의 경우 본인의 행위의 위험성에 대해 자각하는 경우가 많아 상담치료의 효과도 크다"고 했다.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노출 범죄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왜곡된 성의식을 바로잡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가해자 대부분은 정상적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이들"이라며 "이들을 치료가 필요한 정신이상자로 보기보다 본인의 행위와 성의식에 대해 돌아보고,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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