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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담배밭 쥐꼬리 임금'…끊이지 않는 장애인 노동착취

송고시간2016-07-2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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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노예·차고노예·축사노예 이어 진천서 장애인 저임금 노동 논란

전문가 "장애인 학대 외면하는 사회의식·가해자 솜방망이 처벌 문제"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지적 장애인의 인권을 무시한 채 노동을 착취하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축사를 운영하는 김모(68)씨 부부는 소 중개업자의 손에 이끌려 온 고모(47)씨를 19년간 붙잡아두고 강제노역을 시켰다.

이번엔 '담배밭 쥐꼬리 임금'…끊이지 않는 장애인 노동착취 - 2

자신의 이름도 잃은 채 '만득이'라 불리며 생활한 그에게는 인권이 없었다.

문제는 유사한 유형의 '만득이 사건'이 잊혀질만하면 나올 정도로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진천경찰서는 이 사건이 불거진 뒤 지적장애인이 노동착취를 당한다는 첩보를 입수, 탐문 수사 끝에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일을 시킨 김모(61)씨를 적발했다.

김씨는 담배 농사를 지으면서 인근 마을에 사는 지적장애 3급인 친척 A(43)씨를 일꾼으로 부렸다.

A씨는 봄부터 가을까지 농사철에 매일 김씨의 농사일을 했다. 그러나 그가 받은 임금은 연간 300만∼500만원에 불과했다.

농촌에서 10만원 안팎의 일당을 주는 것과 비교하면 그가 받은 일당은 몇 개월 치에 불과하다.

경찰 수사에서 감금이나 학대 흔적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A씨가 장애인이 아니라면 이런 '쥐꼬리 임금'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2014년에는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킨 '염전노예' 사건이 불거졌다.

지적 장애인 채모씨 등은 전남 신안군의 염전에서 5년이 넘게 강제 노동을 했다. 염전 주인들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임금을 떼어먹는가 하면 가혹 행위를 했다.

2009년 청주에서 드러난 '차고 노예'도 이들 사건과 판박이다.

당시 이모씨가 부랑자 생활을 하는 지적 장애인을 데려다가 임금도 주지 않은 채 24년간 농사를 시킨 전모가 드러났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아는 주변에서도 묵인하거나 애써 모른 채 외면해 장애인 착취가 장기간 이어진다는 것이다. 인권을 유린당한 장애인들은 우연한 기회에 이런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뒤에야 '노예'와 같은 생활에서 벗어나고 있다. 장애인 착취 사건이 매번 반복되는 이유다.

사회복지 전문가들도 장애인 학대 근절을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상용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만득이 사건은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낮은 인권 의식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이고, 장애인에게 함부로 해도 된다는 잘못된 사회적 의식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을 착취하는 것을 보고도 마치 갈 곳 없는 장애인을 돌봐주는 것처럼 여기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순희 청주시 장애인복지관장은 "장애인들의 노동 착취 사건은 장애인 대한 사회적인 무관심이 빚어낸 결과"라며 "이런 문제가 발생해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모른 체하거나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장애인에 대한 좀 더 촘촘한 사회복지 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황명구 충북도 사회복지보좌관은 "장애 연금 등을 받는 장애인은 그나마 행정기관에 등록돼 보호받지만, 그렇지 않은 장애인들은 방치되다시피해 만득이 사건과 같은 것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다"며 "행정기관과 경찰, 민간기관의 협력 네트워크가 가동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착취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이런 사건이 되풀이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염전노예 사건' 관련 업주들은 대부분 집행유예나 무죄를 선고 받고 풀려났다. '차고 노예' 가해자 역시 집행유예를 받았다.

법원이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를 들어 대부분 선처했다.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국민 정서를 외면한 채 사법부가 장애인 학대 범죄에 면죄부와 다름없는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며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지적장애인의 인권을 유린하거나 학대하는 것을 근절하기 위해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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