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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인님 어딨나요, 멍멍…" 갈곳 없는 은퇴 탐지견 13마리

송고시간2016-07-2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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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활약한 13살 스파니엘 '브린', 늙었다며 외면

관세청 "국가에 헌신한 탐지견들 예우해야…입양 기회 주어졌으면"

마약탐지견 시범
마약탐지견 시범

(영종도=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인천세관 마약탐지견이 23일 오후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인천세관 주최로 열린 세계 마약퇴치의날 기념 행사에서 여행객의 가방에 든 마약을 탐지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2016.6.23
toadboy@yna.co.kr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은퇴하는 마약탐지견들이 좋은 집에 입양돼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한 번이라도 편하게 살아봤으면 좋겠어요."(훈련센터 수의사)

전국 각지의 공항과 항만에서 마약 적발에 평생을 바친 탐지견들이 반려견으로 제2의 삶을 살기 위해 새 주인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늙은 마약탐지견을 데려가려는 이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아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새 주인님 어딨나요, 멍멍…" 갈곳 없는 은퇴 탐지견 13마리 - 2

24일 관세청에 따르면 탐지견훈련센터를 운영하는 관세국경관리연수원은 현재 불용 탐지견 13마리에 대한 처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관세청은 올 5월24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들 13마리에 대해 한마리당 57만5천∼90만원의 값을 매겨 매각 공고를 올렸다.

기간 내 적당한 인수 대상이 나타나지 않아 6월 초 재공고를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관세청은 이달 들어 무상증여로 방침을 바꿔 다시 공고를 올렸지만 역시 새 주인을 찾지 못했으며, 13일 4번째 공고를 올린 끝에 일부 신청을 받아 심사 절차를 진행 중이다.

탐지견이 좀처럼 새 주인을 찾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개의 수명이 길어야 10∼15년 정도라는 점이다.

특송물류센터에서 마약 탐지
특송물류센터에서 마약 탐지

(영종도=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인천본부세관 마약탐지견이 30일 오후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지역에서 준공식과 함께 운영을 시작한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컨베이어 벨트 위 특송화물에 대한 마약탐지를 하고 있다. 2016.6.30
toadboy@yna.co.kr

탐지견은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공항에서 활동해야 하는 만큼 영리하면서도 차분해야 해 매우 엄격한 훈련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60% 정도가 탈락하는데, 이들은 비교적 어린 1∼2살 정도에 새 삶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우수한 개들은 현장에 투입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이가 들게 된다.

현장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거두면 4∼5살 정도에 은퇴하게 되며, 탐지견으로서 뛰어난 적발 성과를 보이는 경우는 10살이 넘도록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오래 일할수록 반려견으로 함께 할 여생이 짧아지는 만큼 입양에 장애요인이 되는 것이다.

10년 넘게 마약탐지 현장에 몸을 바친 '브린'도 이런 경우다.

2004년 4월에 태어난 브린은 이듬해 10월 인천공항에 배치됐다.

통상 탐지견으로는 후각이 뛰어나고 성품이 온순한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이 많이 쓰이지만, 브린은 스프링거 스파니엘 종이면서도 매우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2014년 11월 은퇴할 때까지 대마류 11건, 해시시 3건, 필로폰(메스암페타민) 1건 등 마약류 총 18건을 찾아내며 소임을 다했다.

그러나 이제는 '할아버지'가 된 브린을 데려가겠다고 나서는 이는 아무도 없다.

"새 주인님 어딨나요, 멍멍…" 갈곳 없는 은퇴 탐지견 13마리 - 3

인천세관 마약탐지견 '마약 찾았다'
인천세관 마약탐지견 '마약 찾았다'

(영종도=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인천세관 마약탐지견이 23일 오후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인천세관 주최로 열린 세계 마약퇴치의날 기념 행사에서 여행객의 가방에 든 마약을 탐지하고 가방 앞에 앉아 있다. 2016.6.23
toadboy@yna.co.kr

김해세관에서 7년을 일한 검은색 리트리버 '우피'(암컷)도 마찬가지 신세다.

브린과 우피를 포함해 총 4마리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매각·증여 공고에 이름을 올렸지만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훈련에서 탈락한 세살배기 막내 '필승'에 대해서는 7곳이나 입양을 하겠다며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입양 신청이 있더라도, 실제 입양이 이뤄지기까지는 까다로운 절차가 있다.

먼저 반려견이나 훈련용 목적으로만 탐지견을 데려갈 수 있다.

관세청은 신청자들이 탐지견을 잘 보살필 수 있는 환경을 갖췄는지 현장실사를 통해 확인한다.

또, 한번 탐지견을 데려가면 다른 이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조건을 건다. 탐지견을 데려다가 멋대로 팔아버리거나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인천 탐지견훈련센터의 한 직원은 "탐지견들을 엄한 사람에게 입양보내느니, 센터에서 계속 보호하는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면서도 "센터에서는 사람과 교감이 충분하지 못하다보니 은퇴견들이 쓸쓸해한다. 좋은 주인을 만나 관심을 받고 살았으면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직원은 "탐지견마다 성격이 다 다르지만, 대체로 훈련 성과가 우수한데다 사람 곁에서 오래 생활했기 때문에 말썽부리지 않고 얌전히 행동한다"며 "탐지견들에게 한 번이라도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국익을 위해 활동한 불용 탐지견에게 적정한 예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제2의 주인찾기를 주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국가에 헌신한 탐지견들이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홍보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매각이나 증여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수명이 다할 때까지 훈련센터에서 잘 보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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