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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불법도박 시장…선수 위협하는 '아는 형님'

송고시간2016-07-2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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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토토 규모 31조 추정…승부조작에 노출된 한국 스포츠

선수협, 팬들에게 대접받는 스폰서 문화 근절해야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불법 스포츠 도박이 성행하는 현실은 '인터넷 강국' 한국의 어두운 단면이다.

한국인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손안에서 인터넷을 즐긴다. 불법도박 사이트 접근은 매우 용이하다.

한국 프로스포츠의 몸집도 점점 커진다.

합법적인 스포츠 베팅 게임은 스포츠토토가 유일한 현실에서 더 다양한 스포츠 도박을 즐기고 더 큰 수익률을 노리는 사람들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기웃거린다.

사람과 돈이 모이고, 브로커가 끼어든다.

승부조작에 선수가 가담하면 수익을 올릴 확률이 높아진다. 브로커는 선수를 유혹하고, 일부 선수는 그 유혹의 늪에 빠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각 스포츠 단체가 '승부조작 근절'을 외치는데도 승부조작 악령이 끊임없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왼손 투수 유창식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고 고백했다.

2012년 박현준과 김성현이 승부조작 가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휘청였던 한국프로야구는 2016년 더 충격적인 승부조작 스캔들에 휩싸였다.

NC 다이노스 투수 이태양과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문우람이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유창식도 승부조작 가담 사실을 털어놨다.

◇ 31조원 규모의 불법 스포츠도박 시장 = 한국이 법적으로 인정하는 스포츠 베팅 게임은 스포츠 토토뿐이다.

하지만 스포츠도박에 빠진 중독자들에게 스포츠토토는 '너무 작은 시장'이다.

베팅 금액이 하루에 10만원으로 제한됐고, 게임 종류도 많지 않다. 수익률도 높지 않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수백 개의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찾아낼 수 있다.

프로야구의 경우, 1회초 볼넷 등 짧은 순간에 결과가 나오는 게임이 눈 앞에 펼쳐진다.

도박 사이트 운영자는 높은 수익금을 보장하고 '당첨 즉시 입금'도 약속한다.

하지만 이런 사이트는 모두 불법이다. 베팅에 성공해도 수익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래도 중독자들은 달콤한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지난해 스포츠토토의 매출액은 3조4천495억원으로 이중 약 60%는 베팅 참여자에게 돌아가고 약 40%는 스포츠 발전을 위한 국민체육진흥기금 등으로 조성됐다.

불법 스포츠도박 시장 규모는 무려 31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광고만 보면 80% 이상이 베팅 참여자에게 돌아간다고 믿게 한다.

불법 스포츠도박 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도박 사이트를 여는 사람도, 이곳에 접속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 위험한 스폰서 문화…'아는 형님'이 브로커로 돌변 = '결과'를 알 수 있으면 수익을 얻는 건 무척 쉽다.

브로커들이 프로스포츠 선수들에게 접근하는 이유다.

'첫 이닝 볼넷'과 같은 게임은 투수 한 명만 '섭외'하면 쉽게 성공할 수 있다.

브로커가 첫 만남에서 선수에게 승부조작을 제의하는 경우는 없다.

팬을 가장해 친분을 쌓거나, 약점을 잡은 뒤에 '정' 혹은 '협박'으로 승부조작에 끌어들인다.

브로커의 접근을 막으려면 프로야구에 널리 퍼진 '스폰서 문화'를 바로 잡아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수시로 합숙하며 '바깥세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선수들은 '돈 많고, 성격 좋고, 발이 넓은' 아는 형님들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문제는 아는 형님의 태도가 돌변할 때다.

아는 형님으로 위장한 브로커들이 선수들에게 부도덕한, 때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행동을 "함께 하자"고 한다.

'정'에 호소하거나 해당 선수의 '약점'을 잡아 위협하며 공범을 만든다.

한번 발을 들이면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다.

"딱 한 번"이라는 말에 눈을 감으면, 과거 행적이 족쇄가 돼 브로커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2012년 박현준, 김성현 승부조작 사건 때도 '아는 형님'이 브로커로 나섰다. 이 브로커는 향응 접대로 두 선수의 환심을 샀고 결국 승부조작에 끌어들였다.

다시 한 번 프로야구에 파문을 일으킨 이번 승부조작 사건에도 브로커가 등장한다.

넥센 히어로즈 문우람이 아는 형님에게 승부조작을 제안하고, NC 다이노스 이태양이 승부조작을 시도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 브로커는 문우람과 이태양을 클럽에서 만나 친분을 쌓았고, 향응과 선물 공세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유창식도 '아는 형님'의 꾐에 빠져 승부조작에 가담했다.

프로야구 선수협회는 21일 사과 성명을 내며 "검은 유혹의 온상인 스폰서 문화의 현실을 선수들에게 각인시키고자 노력하겠다"고 했다.

선수협도 스폰서 문화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는 형님'은 언제든 브로커로 돌변할 수 있다. 그 브로커와 관계를 유지하면, 선수도 범죄자가 된다.

점점 커지는 불법도박 시장…선수 위협하는 '아는 형님' - 2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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