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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대 데뷔 北리용호, 왜 베이징-쿤밍 거쳐 라오스 갔나

송고시간2016-07-2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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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왕이와 동승해 북중 친밀감 과시하기 위한 계산된 행보

경유지인 中 쿤밍 주요 '탈북 경로'…탈북자 경고 메시지 관측도

24일 오후(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는 북한 리용호 외무상(왼쪽 두 번째)

24일 오후(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는 북한 리용호 외무상(왼쪽 두 번째)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비행기를 한 차례 갈아타며 중국 베이징(北京)과 쿤밍(昆明)을 경유하는 경로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담이 열리는 라오스에 24일 도착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리 외무상은 토요일인 지난 23일 평양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1차 기착지는 베이징이었다. 평양에서 라오스로 가는 직항편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 고려항공 홈페이지에 따르면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정기노선은 토요일의 경우 오전 8시 20분(이하 현지시간) 출발이 유일하다. 리 외무상은 이 비행기를 이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항공은 선양(瀋陽)과 상하이(上海)에도 정기노선을 띄우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북한 고위 관료들은 해외로 나갈 때 베이징을 거친다.

리 외무상은 베이징에 도착해서는 중국 동방항공 비행기로 갈아탔다. 베이징에서 출발해 쿤밍 공항을 거쳐 다시 비엔티안으로 떠나는 노선으로, 베이징-비엔티안 직항노선 역시 없다.

방콕 등을 경유하는 다른 노선도 있지만 리 외무상이 쿤밍을 경유지로 택한 것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리 외무상이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같은 비행편을 이용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은 베이징-쿤밍-비엔티안 노선에 모두 동승했다.

북한과 중국의 외교수장이 같은 비행기를 택하면서 의도적으로 양국 간의 친밀감을 과시하려는, 계산된 행보라는 관측이 나왔다.

리 외무상이 출국할 때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배웅했던 점과 두 사람이 비엔티안 시내 같은 호텔에 묵는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했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실제로 왕이 부장은 리 외무상과 "안부를 나눴다"고 말했고 라오스에서는 북·중 외교장관 양자회담도 2년 만에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5일 "리진쥔이 배웅한 점은 북중관계 복원 의지를 드러내는 이례적인 일로, 비행기 동승 등에도 북·중 양국의 의도가 담겼을 수 있다"면서 "과거 한중관계 강화를 통해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중국도 앞으로는 북중관계 복원을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일각에선 쿤밍이 탈북자들이 동남아 국가로 가는 길목이자 북한이 탈북자를 북송하는 거점인 점을 들어 리용호가 의도적으로 이곳을 경유지로 택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탈북을 시도하는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한 주재원들을 만나 활동을 점검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귀국 시에는 라오스에 올 때의 역순인 쿤밍-베이징-평양 노선을 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베이징-쿤밍-라오스 노선이 상대적으로 짧은 동선이기 때문에 이 노선을 택했을 수도 있다.

한편 리 외무상은 이례적으로 ARF 외교장관회담이 종료되는 26일을 넘겨 28일까지 라오스에 머물 예정이다.

자세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이 최근 대북 제재로 어려운 상황에서 동남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와 적극적 외교에 나서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외무상 취임 후 처음 해외출장길에 오른 리용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측근 리명제 전 조직지도부 부부장의 아들로, 외무성 국제기구국 과장과 부국장, 주영국 북한 대사를 지낸 인물이다.

1990년대 초부터 북핵 문제를 비롯해 미국과의 협상에 참여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대외적으로도 영어가 유창하며 실력 있고 말이 통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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