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전협정 63주년 판문점을 가다…장대비 속에 적막감
송고시간2016-07-27 17:04
유엔사 주관 기념식 열려…사진 찍는 북한군 말고 북측 지역 '조용'
비 피해 군정위 회담장 이례적 회견장 사용…스위스 군악대 애국가 연주
(판문점=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6·25 전쟁의 포성을 멎게 한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3년이 흘렀지만,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의 풍경은 달라진 게 없었다.
27일 유엔군사령부가 주관하는 정전협정 체결 63주년 기념식 취재차 찾은 판문점에는 갑자기 비가 쏟아진 탓인지 남북이 서로를 향해 내지르는 확성기 소리도 멎은 채 적막감만 감돌았다.
기념식에 참석한 우리 측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위해 군사분계선 앞에 도열했음에도 평소 같으면 수 미터 떨어진 북측 지역에서 굳은 표정으로 노려보고 서 있었을 북한군조차 보이지 않았다.
북한군 두 명만 내려와 남측 인사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등 동태를 살필 뿐이었다. 그들마저도 빗줄기가 굵어지자 북측 지역 '판문각'으로 이동했다.
북측은 정전협정 체결일을 '전승절'로 명명하며 기념하고 있지만, 판문점에서는 어떤 행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빈센트 브룩스 사령관은 장대비 속에서도 참석자들과 4차례 기념촬영을 했다.
비에 흠뻑 젖었음에도 그는 "보병이다 보니 비가 오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당초 옥외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기자회견은 쏟아지는 비를 피해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 T-2 회담장으로 이동해 진행됐다. 군정위 회담 이외 용도로는 쓰인 적이 없는 건물이 이례적으로 회견장으로 사용된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 관계자는 "회견장으로 쓰기 위해 군정위 측으로부터 따로 허가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엄밀하게 따지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지역에서 회견에 임했다. 군사분계선을 가운데 놓고 남북에 걸쳐 지어진 회담장 안에서는 이동의 제한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브룩스 사령관은 "남북이 대치하는 이곳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올 때마다 아직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구나, 완벽히 달성하지 못한 일들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지난 4월 부임한 브룩스 사령관은 과거 동두천 미2사단 대대장으로 근무하는 등 주한미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날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열린 기념식에서는 15명으로 구성된 스위스 군악대가 애국가와 미국 국가를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스위스 군악대는 세계투어 중으로 우연히 방한 일정이 정전협정 기념식과 겹쳐 중립국 감독위원회(중감위)의 요청으로 이날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위스는 스웨덴과 더불어 중감위 멤버로 남아있다.
스위스 출신인 우루스 게르베르 중감위 대표(소장)는 "중감위는 정전협정의 신뢰성과 정당성을 지탱하는 작지만 중요한 기둥"이라며 "고조되는 긴장과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 남북 간 통신선 단절에도 불구하고 정전협정은 오늘날까지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한반도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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