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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합헌> '가까스로 합헌' 2개 조항…불씨 안 꺼졌나(종합)

송고시간2016-07-2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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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미신고 처벌·대통령령 위임' 재판관 5 대 4 공방 팽팽

'언론인 포함'은 7대 2로 기울었지만 '날선 논쟁'

<김영란법> '김영란법' 헌법소원심판
<김영란법> '김영란법' 헌법소원심판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8일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의 심리 결과를 선고하기 위해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2016.7.28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헌법재판소가 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합헌 결론을 내리기까지 9명의 헌법재판관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달 21일 열린 헌법재판관들의 마지막 회의(평의)에서도 열띤 의견 교환이 있었지만, 재판관들의의견은 한쪽으로 쏠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논란이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날 부각된 쟁점 4개 중 재판관 9명이 만장일치 합헌 판단을 내린 것은 1개에 불과했다. 법조계에선 합헌 5 대(對) 위헌 4로 팽팽하게 맞선 김영란법 쟁점들의 경우 앞으로도 사회적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 "배우자 신고 연좌제 아냐" vs "국보법 외엔 전례 없어"

재판관들의 의견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부분은 공무원 등이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하는 '제재조항'이다. 합헌 5명(박한철, 이진성,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대 위헌 4명(이정미, 김이수, 김창종, 안창호)으로 가까스로 합헌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은 배우자가 한 사람에게 1번에 100만원, 매 회계연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면서도 배우자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는 공직자 자신이 금품을 받았을 때와 동일한 처벌이다.

합헌을 주장한 재판관들은 이 조항이 "공무원 등에게 배우자를 통해 부적절한 청탁을 시도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고지할 의무를 부과할 뿐"이라며 "연좌제에 해당한다거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배우자가 금품을 받는 행위는 사실상 사립학교 관계자나 언론인 본인이 수수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배우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는 만큼 기본권 침해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헌 의견 재판관들은 이 조항이 "형벌·책임 비례원칙에 어긋나고 균형을 상실해 위헌"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이들은 "해당 조항은 미신고 자체를 금품수수와 동일한 형량으로 처벌하는 문제가 있다"며 "게다가 금품을 직접 수수한 배우자는 전혀 처벌하지 않고 이를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만 처벌하는 등 찾아보기 힘든 입법례"라고 주장했다.

또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경우는 국가보안법 제10조의 '불고지죄' 외에는 찾을 수 없다"며 "오히려 배우자를 통한 금품수수를 차단하는 확실한 방법은 금품을 받은 배우자를 직접 처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관들은 예외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품 액수를 대통령령에 위임하도록 한 김영란법 '위임조항'에 대해서도 각각 동일한 합헌·위헌 의견(5:4)을 냈다. 현재 대통령령은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 예외의 한도다.

합헌 재판관들은 "사교·의례 목적의 경조사비·선물·음식물 등의 가액을 일률적으로 법률에 규정하기는 곤란하다"며 "탄력성이 있는 정부 시행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위헌 재판관들은 김영란법 적용 인원이 224만명으로 추산된다는 연구를 인용하며 "사실상 모든 국민이 법의 적용을 받으므로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가 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위헌 판단에 필요한 재판관 수 6명에는 2명이 모자랐다.

◇ "언론인 공직자 수준 청렴 요구" vs "검·경 국가 우려"

재판관들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으로 포함한 부분에 대해서도 합헌 7명(박한철, 이진성, 강일원, 서기석, 이정미, 김이수, 안창호)과 위헌 2명(김창종, 조용호)으로 의견이 갈렸다.

이 부분은 민간인인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국민 세금을 받는 공무원과 똑같이 규율하는 게 적절한지 논란이 일며 가장 큰 사회적 관심을 부른 내용이었다. 언론의 자유·사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합헌 재판관들은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피해가 광범위하지만 원상회복이 어렵다"며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에게 공직자에 맞먹는 청렴성, 업무 불가매수성이 요청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사회에서 경제적 약자가 아닌 사립학교 관계자, 언론인에게 아무 이유 없이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준다는 것은 건전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언론·사학의 자유가 일시 위축될 소지는 있지만, 이는 취재 관행·접대문화 개선, 의식 개혁이 뒤따라가지 못한 과도기적 우려"라고 판시했다.

반면에 위헌 재판관들은 "직무 성격이 공공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공·민간 영역의 본질적 차이를 무시하고 동일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가 김영란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들은 "사립학교 관계자나 언론인의 사회윤리규범 위반까지 형벌, 과태료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과도한 국가 형벌권의 행사"라며 "교육과 언론의 자유가 사실상 위축될 가능성이 있으며 침해되는 공익이 크다"고 했다. 국회가 언론인 등을 김영란법에 포함할 때 진지한 논의 없이 졸속 입법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관들은 다만, 김영란법에 등장하는 '부정청탁', '사회 상규'와 같은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위헌이 아니냐는 쟁점에 대해선 9명 전원일치로 합헌으로 결론지었다. 재판관들은 이 같은 개념이 김영란법 조항과 현행법, 판례 등으로 충분히 구체화 됐다고 봤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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