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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못가는 여유없는 청년들, 부티크호텔서 '대안 휴가'

송고시간2016-07-3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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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위치·시설도 고급화…연인·친구 단위 고객 많아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이효석 최평천 기자 = 김모(30·여)씨는 최근 회사를 옮긴 터라 여유가 없는 데다 눈치도 보여 휴가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휴가철을 그냥 보내기는 못내 아쉬웠다. 잠깐이라도 일상을 벗어나 편히 쉬고 싶어 남자친구와 함께 서울 종로에 있는 중소형 숙박업소를 찾았다.

딱 하루 숙박했을 뿐이지만 실내장식이 화려하고 시설이 좋아 나름대로 한껏 휴가 기분을 내고 만족스러운 재충전을 할 수 있었다.

직장인 양모(29)씨는 회사 선배들의 휴가 일정이 밀린 탓에 올해 여름 따로 휴가를 내지 못했다. 대신 주말마다 여자친구와 테마가 있는 숙박업소를 찾는 것으로 피서를 대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숙박료로 '당구룸', '노래룸', '스파룸', '거울룸' 등 갖가지 테마로 꾸민 방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냉방 설비도 잘 갖춰져 온종일 시원하게 여자친구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휴가철이지만 여행을 가거나 휴가지로 떠나기 어려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른바 '부티크호텔' 휴가가 인기를 얻고 있다.

휴가 못가는 여유없는 청년들, 부티크호텔서 '대안 휴가' - 2

청년실업으로 일자리를 찾는 중인 젊은이는 돈이 없어서, 갓 직장에 자리 잡은 새내기 직장인은 여유가 없어서 못 떠나는 휴가를 도심 속에서 즐기며 아쉬움을 달래는 셈이다.

부티크호텔은 공중위생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모텔'급 숙박업소이면서도 내부 실내장식과 시설은 관광진흥법에 규정된 호텔에 버금갈 정도로 고급화한 곳을 일컫는 말이다. 특급호텔처럼 최고급 시설을 자랑하는 곳도 있다.

20대∼30대 초반 젊은 층을 겨냥해 몇 년 전 등장한 부티크호텔은 이제 '대세'라고 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 특히 도심이면서 관광지·데이트코스가 많은 종로3가역 인근 낙원동 '모텔촌'이 대표적인 지역이다.

숙박업소 전문 예약 애플리케이션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이 지역 모텔 40여곳 가운데 절반 수준인 20곳 정도가 '부티크호텔'로 분류된다. 부티크호텔이 대세가 되면서 기존 모텔들이 속속 개조를 거쳐 부티크호텔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숫자가 늘었는데도 주말이면 찾는 사람은 많고 방은 부족해 '예약 전쟁'을 치를 때도 잦다.

연인들에게만 인기 있는 것도 아니다. 20대 사이에서는 친구들끼리 부티크호텔에 숙박하면서 게임을 하거나 안주를 요리해 술을 마시며 휴가를 즐기는 문화도 퍼졌다.

휴가 못가는 여유없는 청년들, 부티크호텔서 '대안 휴가' - 3

최근 친구 5명과 종로 부티크호텔에서 '도심 속 여름 휴가'를 즐긴 김모(28)씨는 "서울에서 여행 온 기분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처음에는 시간이 안 된다고 했던 친구도 거리가 가까우니 즉흥적으로 늦게라도 합류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인이 되면서 친구들과 휴가를 맞춰 함께 여행가기가 어려웠는데 부티크호텔에서 모여서 스트레스도 풀고 회사 욕도 실컷 했더니 '휴가가 별 게 있나. 이런 게 휴가지' 싶은 생각이 든다"며 "다음에 또 가지고 친구들에게 제안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종로에서 부티크호텔을 운영하는 정성훈 지배인은 "종로 지역에 부티크호텔이 늘어난 것은 유동인구가 많고 주변에 관광지나 데이트코스가 많기 때문"이라며 "연인·친구·가족 단위 손님이 늘어나 방도 커플룸, 파티룸 등으로 다양하게 꾸몄다"고 말했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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