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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호주 시드니 소녀상 주역 크루스 목사 "여성고통 기억해야"

송고시간2016-08-0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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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동안 건립추진 주체 찾아…CCTV 37개가 소녀상 감시"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을 우리 교회에 세우기로 마음먹고 한인사회의 소녀상 건립 주체들을 찾는 데 6개월이 걸렸습니다."

북미 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호주 시드니의 애시필드 연합교회(목사 빌 크루스)에 '평화의 소녀상'이 들어섰다. 일본의 집요한 방해 작업을 뚫고 속전속결로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크루스(72) 목사의 확고한 의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크루스 목사는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녀상을 자청해 자신의 교회에 세우도록 한 이유와 일본의 방해 작업, 소녀상에 대한 생각 등을 밝혔다.

크루스 목사는 한국을 가본 적이 없다. 그가 소녀상에 관심을 둔 것은 지난해 8월 시드니의 한인 및 중국인 사회가 공동으로 한인밀집지 스트라스필드 역앞 광장에 소녀상을 세우려 했으나 지역 의회의 표결로 무산됐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나서였다.

크루스 목사는 "소녀상 건립이 불허됐다는 소식에 매우 화가 났다. 이를 우리가 해야만 하는,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생각했다"며 "곧 소녀상을 세우려는 단체를 찾아 나섰고 6개월 만에 만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1년 전 온갖 수단을 동원해 저지에 성공했던 일본 측의 방해 작업은 상상 이상으로 집요했다.

일본 측은 법률회사를 고용, 크루스 목사에게 인종차별 반대법을 거론하며 소송 압력을 넣었다. 항의나 협박 이메일도 쏟아졌다. 시드니 주재 일본 총영사를 만났을 때는 앞으로 일본 입국이 어려울 수 있다는 협박도 들었다.

주정부 등 호주 정부 측도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네덜란드계 호주인 얀 루프 오헤른(93) 할머니를 직접 만나 일본군 성노예로서 직접 겪은 고통을 듣고는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더욱 확신하게 됐다.

크루스 목사는 "일본 측으로부터 여전히 많은 메일을 받고 있다. 일부는 협박 조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가 내놓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법은 간단하다. "일본 측이 진정으로 사과하고 새롭게 미래를 향해 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것은 일본 측 주장처럼 사회 갈등을 초래한다거나 일본인들을 적대시하는 문제가 아니고 정치적인 문제도 아니다. 여성의 고통에 관한 문제"라고 규정했다.

그는 "소녀상은 전 세계 모든 여성의 고통에 대한 상징"이라며 "이런 일이 결코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알리게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소녀상도 교회에 조경작업이 예정된 만큼 약 1년 후 옮겨올 예정이었지만 일본 총영사를 만나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고, 지난 6일 한인회관 앞 제막식 행사 직후 급한 대로 교회 뒷마당에 세웠다. 이는 크루스 목사와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이하 시소추) 측이 지난 2월 하순 첫 대면을 한 지 채 6개월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단기간에 이뤄진 것이다.

크루스 목사는 "한인회관보다는 교회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해 옮겨왔다"며 "우리 교회에는 37개의 CCTV가 곳곳을 지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소녀상은 교회 조경작업이 끝나는 대로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교회 앞 길가 쪽으로 옮겨진다. 교회는 애시필드 역에서 약 400m 떨어져 있고 길 건너편에 바로 초등학교가 있는 등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 있다.

인권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크루스 목사는 노숙자와 가출 청소년 등 사회 취약계층을 돕는 '엑소더스 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고 오랫동안 호주 주요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의 진행도 맡고 있는 등 호주 기독교계에서 영향력이 크다.

시소추의 박은덕 공동대표는 크루스 목사에 대해 "옳은 일이라고 하면 앞뒤 재지 않고 밀고 가는 분"이라면서 "자신에게 수난과 시련이 오더라도 할머니들이 겪은 일에 비하면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해 가슴이 뭉클했다"라고 전했다.

크루스 목사는 소녀상을 계기로 한인 커뮤니티와도 끈끈한 인연을 맺게 됐다.

우선 시소추 회원 약 10명은 다음 주부터 교회의 노숙인 지원프로그램에 자원봉사자로 참여, 크루스 목사의 사회봉사 활동을 돕기로 했다.

<인터뷰> 호주 시드니 소녀상 주역 크루스 목사 "여성고통 기억해야"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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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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