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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햅쌀 나온다" 전국 지자체 재고쌀 털어내기 안간힘

송고시간2016-08-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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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재고 50만t 육박…수매전 처분 못하면 지자체·농협·농가 부담

깎아주고, 애향심에 호소하고, 수출선 찾고…지역기업·빵집 등 수요처 공략

(전국=연합뉴스) 햅쌀 수확이 눈앞에 닥쳤지만 창고에 쌓여있는 쌀 재고는 지난해 이맘 때보다 20% 이상 많아 지방자치단체와 농협, 농가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수확전까지 큰 태풍만 없다면 올해도 풍년이 예상되는 만큼 재고쌀을 한시라도 빨리 팔아 창고에서 덜어내지 못하면 지자체나 농가의 부담은 두 배로 커진다.

햅쌀이 나오기 전 재고쌀을 한 톨이라도 더 털어내려고 지자체마다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며 쌀 판매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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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쌓이는 재고쌀…올해 49만t, 작년보다 8만t 늘어

올해 농협 미곡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쌀은 지난해 이맘때 재고량보다 20% 이상 많다.

농협 자체벼 재고현황을 살펴보면 15일 현재 기준으로 재고쌀은 조곡 기준 49만8천634t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재고 41만7천816t에 비해 8만800여t이나 늘었다.

전남이 12만3천47t으로 가장 많고 이어 충남 10만297t, 전북 7만3천987t, 경기 5만9천600t, 경북 4만7천722t, 충북 3만1천662t 순이다.

농협전남본부 관계자는 "수확기 자체적으로 판매가능한 물량을 처분하더라도 예상 잔량이 1만3천t에 달한다"며 "이 물량은 햅쌀이 모두 나온 이후에도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대표적인 경기미 브랜드쌀인 '대왕님표 여주쌀'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지난해 5만3천120t을 생산해 수매(3만1천960t)와 소비자 판매(2만7천160t)로 어느 정도 소진했지만, 여전히 4천800t을 팔지 못했다.

여주시 관계자는 "다음 달이면 올해 햅쌀이 나오는데 그때까지 남아있는 쌀을 모두 소진해야 한다"면서 "쌀 소비가 예전보다 많이 줄어 판매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 내고장쌀 사주자…가격할인은 기본

햅쌀이 쏟아져 '구곡'이 되기 전 재고쌀을 처분하려는 노력은 가격 할인 행사로 시작된다.

부산의 유일한 미곡종합처리장인 가락농협은 1천600t의 쌀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원가 이하로 판매하고 있다.

원가는 kg당 3만6천원이지만 현재 2만9천원에 팔고 있다.

가락농협 관계자는 "올해 10월 수매가 시작될 때까지도 재고량이 너무 많으면 수매에 차질을 빚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마다 재고쌀이 넘치는 상황에서 어느 지역 쌀이 팔리면 다른 지역 쌀은 덜 팔리는 구조이므로 자기 지역 쌀을 더 팔려는 눈물겨운 '쌀 세일즈'가 펼쳐지고 있다.

경남은 추석과 설에 귀성객을 대상으로 고향쌀을 홍보하고 수도권에서 고향쌀 팔아주기 캠페인을 벌인다.

전남농협은 수도권 임직원들을 상대로 릴레이 마케팅을 양재와 고양유통센터에서 11월까지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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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과점·홈쇼핑 공략, 지역기업 협력…야구장도 쌀 판매 홍보장

쌀 소비 감소의 주범(?)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제과점 공략에 나서는 지자체도 있다.

경기 용인시에서는 하루 1천200여 명이 찾는 기흥구 동백동과 수지구 동천동의 유명 빵집 두 곳, 용인시 농협쌀조합 공동사업법인과 3자 협약을 맺고 용인 백옥쌀 소비 촉진에 서로 돕기로 했다.

연간 백옥쌀 80t가량을 제과점에서 소비하고 손님에게는 백옥쌀 브랜드도 알린다는 구상이다.

경남농협은 프로야구단 NC다이노스 홈경기장에서 전광판 홍보와 경품 제공 이벤트를 연다

경북도는 지역 축제장과 주요 관광지에서 지역 브랜드쌀을 알리고 대형마트에 경북쌀 홍보관도 설치했다

강원도 역시 강릉단오제 등 지역 축제 등과 연계해 소비촉진행사를 벌인다.

홈쇼핑도 빼놓을 수 없는 공략 대상이다.

강원도는 18일부터 철원오대쌀 등을 방송판매용으로 내놓고 구매자에게는 쌀을 사은품으로 증정한다.

경기도도 공영홈쇼핑과 통합판촉행사를 통해 경기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충북 청주시와 충주시는 농협중앙회 공용 홈쇼핑 방송 관련 예산을 지원한다.

공장 기업이 많은 울산은 지역 기업과 함께 발 벗고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4월 일찌감치 지역 쌀 200t(3억6천만원 상당)을 구매하기로 했다.

지난해 판로에 어려움을 겪는 농업인을 위해 지자체가 나서 기업체 관계자와의 간담회 개최, 협조문 발송, 홍보지 배부 등의 노력을 펼친 결과다.

현대중 관계자는 "조선경기 악화로 어려움이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서로 돕고 지역공동체로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에쓰오일 울산공장과 포스코 광양제철소 등도 해마다 지역쌀을 구입해 어려운 이웃에 나눠주거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기탁하는 등 쌀 농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 수출에서 활로 찾자…중국 시장 공략.

국내 판매에는 한계를 느낀 지자체들은 수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강원도는 쌀 소비를 위한 수출전략을 마련했다.

지난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총 41t을 중국에 수출한 데 이어 100t 추가 수출에 나선다.

오는 26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 '강원상품관'을 개관, 쌀과 쌀 가공제품 전시·판매·홍보 활동을 벌인다.

26∼29일 중국 광저우 박람회에도 참가해 쌀 홍보 및 품종 선호도 평가를 시행할 계획이다.

대중국 강원쌀 수출 확대협의회와 수출협의체를 구성하고 쌀 수출 전문생산단지도 조성한다.

전남도도 지역에서 생산된 쌀의 중국 수출 확대 방안을 논의 중이다.

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 영농조합, 쌀 가공식품 수출업체와 함께 중국 현지 바이어 발굴과 홍보·마케팅, 가격경쟁력 확보 등 지지부진한 국산 쌀의 대(對) 중국 수출 확대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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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본적인 문제는 쌀소비 감소

지난해 우리 국민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72.4g으로 1년 전인 2014년보다 3.3% 줄었다.

1985년 국민 1인당 연간 128.1㎏의 쌀을 소비했지만, 30년만인 지난해 62.9㎏으로 반 토막이 났다.

재고쌀을 줄이려면 이처럼 줄어드는 쌀소비를 늘려야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지자체들도 여기에 맞춰 쌀 소비 증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밀가루 음식에 길든 청소년들의 입맛을 쌀로 돌리기 위한 아이디어들이다.

경남은 중고생을 대상으로 아침밥먹기 캠페인을 하고 '백설기데이', '가래떡데이' 등의 이벤트도 한다.

경북도는 대구·경북 영양사회와 함께 학생들을 상대로 쌀소비를 늘리기 위한 식생활 교육을 한다.

전남도농업박물관도 청년 쌀 요리 경연대회를 열고 있다.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창조 음식요리를 발굴하고, 점차 줄어드는 우리 쌀 소비 촉진을 위해 마련됐다.

전남도 관계자는 "재고쌀을 줄이는 단기적인 대책도 필요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쌀소비 감소에 있다"며 "쌀소비가 늘어날 수 있도록 쌀 요리 전문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유 전창해 차근호 한종구 노승혁 장영은 강종구 임보연 이승형 황봉규 여운창 기자)

b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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