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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먹거리 뒤에는 학교와 업체의 '검은 거래'"

송고시간2016-08-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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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업체 식재료 구입하고 상품권 등 리베이트 수수 의혹

"4대 급식업체, 3천여 학교에 16억 상당 상품권 뿌려"

업체들 '입찰담합'…유령회사 세운 뒤 급식 사업권 따내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일선 학교에 '불량 먹거리'가 대거 납품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식재료 업체와 학교 측의 '검은 거래'가 있었다.

급식을 담당하는 영양교사들이 특정 업체의 식재료를 지정하고, 업체로부터 상품권 등의 리베이트를 받는 유착관계가 형성돼 있었던 것이다.

또 학교급식 공급업체들은 조합을 결성하거나 유령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입찰담합을 했고, 일선 학교들의 급식 회계처리도 엉망이었다.

◇상품권과 맞바꾼 학생들의 건강 = 23일 '학교급식 실태점검 결과'를 발표한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에 따르면 식재료 제조업체들은 홍보영양사를 고용해 자사제품에 대한 샘플 제공 등의 영업활동을 벌였다.

이에 일선학교 영양교사들은 특정 업체의 제품을 지정해 주문을 했고, 이 과정에서 업체들은 자사 제품을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영양교사에게 캐시백 포인트나 상품권 등을 지급했다.

또 영양교사들이 특정회사 제품으로 조리한 식단 사진을 찍어보내거나 특정회사 제품에 부착된 스티커 30장을 모으면 기프트 카드나 선물세트 등을 지급하기도 했다. 영양교사들이 제품 후기를 제출하면 영화 티켓을 준 경우도 있었다.

추진단은 동원·대상·CJ프레시웨이·풀무원의 자회사 푸드머스 등 4개 학교급식 제조업체가 최근 2년 동안 3천여개 학교에 16억원 상당의 상품권 등을 제공한 의혹을 포착하고, 사건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넘겼다.

이들 업체는 학교급식 가공품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 4개 업체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의 경우 부적합 수질로 세척을 하고 시험성적서를 조작하는 등 위생상태가 엉망이었다.

추진단은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는 영양교사 단독으로 처리하는 식단 작성, 식재료 주문서 작성 등의 업무에 책임자 결재 절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입찰담합 16건 적발…"급식 업체들의 짬짜미" = 추진단은 이번 점검에서 16건의 학교급식 입찰담합 사례를 적발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1건, 인천 1건, 대구 3건, 광주 1건, 경기 5건, 충북 5건 등 총 16건이고, 담합에 가담한 업체는 54개에 달한다.

주요 사례를 보면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A업체 등 13개 업체는 조직적으로 계모임을 결성한 뒤 동시에 입찰에 참가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했다.

입찰에서 특정업체가 낙찰이 되면 낙찰 업체가 학교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업체에 명의를 빌려주는 식으로 식재료 납품 권한을 넘겨줬고, 7%∼15%의 수수료를 챙겼다.

이들 업체는 이 같은 방식으로 서울·경기지역 71개 학교에 600억원 규모의 식재료를 대리 납품했다.

또 경기도 하남시의 B업체는 18개의 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공인인증서를 하나의 컴퓨터에 보관하면서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학교급식 입찰에 참여, 수도권 지역 학교에 약 400억원 규모의 농산물을 납품했다.

추진단 관계자는 "입찰담합 적발 시 처벌 수위가 낮고, 학교급식 시장의 지입 장벽이 낮다는 점을 악용해 유령업체가 난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급식 회계 처리 '엉망'…남은 급식비로 갈비찜 사 먹기도 = 일선 학교의 업무처리 과정에도 문제가 많았다.

강원도 C여고의 경우 2천만원 이상의 계약은 반드시 2개 이상의 업체로부터 복수견적을 받아야 하는데도 1개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했고, 경북의 D초교는 원산지표시 위반으로 제재를 받고 있는 업체와 6천900여만원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또 대구의 E초교는 급식예산의 잔액은 학부모에게 반납해야 하는데도 이를 되돌려주지 않은 채 120만원 상당의 한우 23㎏를 구입해 교직원에게 갈비찜을 제공했다.

이밖에 경북의 F업체는 학교운영 급식비 669만원으로 교원휴게실 공사를 하기도 했다.

추진단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급식 회계정보 분석을 통한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영양교사를 초·중·고교에 순환 배치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또 17개 시·도별로 '학생건강식단'을 만들어 보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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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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