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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웃에겐 겨울보다 '여름 김장'이 더 절실했다

송고시간2016-08-2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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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김장김치 바닥난지 오래…여름 배춧값 비싸 김치 담그기 엄두도 못내

(김해=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겨울 김장김치가 바닥이 났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구산동에서 혼자 사는 박 모(75) 할머니는 자원봉사자들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고 눈물이 핑 돌았다.

할머니 손에 안겨진 선물은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담긴 김장김치 4㎏였다.

차상위계층으로 몸이 불편한 박 할머니는 월 20만원 씩 받는 지원비 중 방세 15만원을 내고 나면 변변한 반찬조차 사서 먹기 어려운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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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처럼 장기간 폭염이 계속돼 기진맥진한 상황에서 그나마 아껴 먹던 김치마저 떨어지자 허탈감은 더했다.

박 할머니처럼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은 이 시기에 겨울 김장김치가 바닥난다.

김치가 남아 있더라도 노인들이 싫어하는 신김치가 대부분이다.

여름 배춧값은 겨울 배춧값에 2배다.

특히 올해는 폭염과 가뭄이 겹치면서 배추 한포기 값이 5천원을 훌쩍 넘었다.

여기에다 김장에 필요한 양념값까지 더하면 가난한 이웃들에게 여름 김장은 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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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웃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김해시 재가복지연합회가 23~24일 이틀간 '이웃사랑 여름 김장 나눔행사'를 펼쳤다.

이 단체는 2010년부터 7년째 한해도 거르지 않고 있다.

재가복지는 집에 있으면서 혼자 일상생활을 이끌어 나가지 못하는 병약자, 기초생활보장 대상 노인, 장애인 등을 도와주는 사회적 서비스다.

김해시자원봉사센터 등 지역 내 12개 재가복지연합시설 자원봉사자 80여명이 김해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김치 담그기에 나섰다.

여름 김장비용은 김해에 본사를 둔 부산-김해경전철이 배추·양념비 1천200만원 전액을 후원했다.

경전철 임직원 20여명도 김장과 포장작업에 참여했다.

부산-김해경전철 역무사업소 박준석(33) 씨는 "가뜩이나 폭염 속에 여름나기가 힘든 어르신들께 정성껏 담은 김치가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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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명이 함께 담은 사랑표 김장은 혼자 사는 노인, 저소득 취약계층 어르신 848가구에 전해졌다.

여름 김장 지원 가구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그만큼 김치가 필요하고 어려운 이웃들이 더 많아졌다는 증거다.

이미향 김해시 재가복지연합회장은 "김장 나눔행사가 대부분 겨울에 집중되는데 정작 가난한 이웃들은 여름철에 김치가 없어 애를 태운다"며 "사랑으로 담은 김장김치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연중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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