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해충 들끓고 까마귀 상주하는 가평군 '자원순환센터'

송고시간2016-08-25 08:05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가평군 "시설 증설 공사로 6개월간 매립"…"매립은 부적절·민간위탁 처리해야"

(가평=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상색리 509번지 자원순환센터. 군내 모든 음식물 쓰레기가 모여 처리되는 곳이지만 24일 찾은 이곳은 자원순환센터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쓰레기 더미 위를 흙으로 살짝 덮어 놓은 매립지에는 해충이 들끓고, 수백 마리 까마귀가 상주하며 음식물 쓰레기를 포식하는 기괴한 장소였다. 모여진 음식물 쓰레기가 수개월째 재활용되지 않고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해충 들끓고 까마귀 상주하는 가평군 '자원순환센터' - 2

매립지 공간 흙 사이로 음식물 쓰레기봉투들이 그대로 드러났고 방치된 음식물 쓰레기 사이 곳곳에 오수가 고여 있었다.

가평군 전체에서 들여오는 음식물 쓰레기 위에 그냥 흙만 덮어 놓았기 때문으로,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수백 마리 까마귀들이 흙을 파헤치며 '쓰레기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현장에 다가가 차 문을 여는 순간 숨을 쉬지 못할 정도의 악취와 함께 30여 마리의 파리가 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 올 정도로 해충이 득실거렸다.

가평군의 한 관계자는 "약 두달 전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지 않고 이곳에 쌓아 두고 있다"며 "최근에 중장비로 음식물 쓰레기를 평평하게 펴서 위에 흙을 살짝 덮어 가렸다"고 전했다.

해충 들끓고 까마귀 상주하는 가평군 '자원순환센터' - 3

이곳에 음식물 쓰레기가 방치돼 수백 톤이 쌓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초, 자원순환센터 내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처리기계가 증설 공사를 위해 가동을 멈춘 후부터였다.

가평군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가 하루 18∼30t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백톤에서 1천톤 가량의 쓰레기가 방치돼 쌓여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해충 들끓고 까마귀 상주하는 가평군 '자원순환센터' - 4

이 때문에 매립지 인근 북한강 지류 하천까지 오염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무더운 여름철 매립된 쓰레기가 각종 해충의 좋은 산란지가 돼 인근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질병이 창궐할 가능성까지 키우고 있지만 정작 가평군은 태평하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 증설 공사를 위해 쓰레기를 일시적으로 매립지에 둔 것일 뿐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가평군 관계자는 "군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전량을 소화할 수 있도록 시설 증설 공사 중"이라며 "공사는 약 6개월 정도 소요될 예정이며 그동안 발생하는 쓰레기는 매립지에 매립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직매립이 금지된 곳은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등으로, 군은 해당하지 않는다"며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고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하라는 정부 방침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공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충 들끓고 까마귀 상주하는 가평군 '자원순환센터' - 5

정부는 산간 오지나 섬 지역을 제외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매립하지 않고 재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악취와 오·폐수 문제뿐만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의 수분이 지하로 흘러들어 가 모이면서 '싱크홀'을 만들고, 쓰레기에서 발생한 가스가 화재의 원인이 돼 인명사고가 나는 등 직접적 안전사고 문제도 발생해 왔기 때문이다.

2018년 발효되는 자원순환기본법에 쓰레기 매립과 소각에 세금을 부과하도록 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경기도의 다른 한 지자체 환경 부서 관계자는 "음식물 쓰레기를 방치하거나 직매립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전량 퇴비나 사료로 처리하고, 지자체 처리 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민간에 위탁해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25일 "위법은 아니지만 수 개월간 음식물 쓰레기를 방치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사실관계를 파악해 가평군에도 적절한 조치를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jhch793@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