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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완도 8월 강우량 0㎜…전국이 타들어 간다

송고시간2016-08-25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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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땅콩, 사과 등 작물 피해 확산…농민 '발 동동'

전국 댐 저수율 크게 하락…기우제 지내고 용수개발비 대주고

(전국종합=연합뉴스) 비가 적게 내리고 폭염이 이어져 전국이 가뭄에 타들어 가고 있다.

강우량이 적어 먹는 물이 모자라고 농작물도 덩달아 피해가 난다.

그런데도 비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농민은 하늘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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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확기 작물 피해 확산…농민 '발 동동'

경북 안동시 풍산읍 주민 피태찬(68)씨는 밭 2천640㎡에서 키우는 땅콩이 대부분 말라죽었거나 죽어가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나흘에 한 번씩 물차를 불러 물을 받은 뒤 밭에 뿌리고 있으나 금세 물이 증발해 소득보다 비용이 더 들어갈 지경이다.

안동에는 이달 들어서 24일까지 2.2㎜의 비만 내렸다.

영양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이모(44)씨 밭에는 고추가 10%가량 가뭄으로 말랐다.

영주, 안동 등에서는 사과가 강한 햇볕 때문에 썩는 일소피해가 커지고 있다.

가뭄으로 고추, 콩, 오미자, 배추, 사과, 포도 등 수확기에 접어든 작물에 집중 피해가 난다.

경북은 상주, 안동, 영양, 문경, 영주 등 북부에 피해가 크다.

도가 집계한 피해는 심각한 곳만 따졌을 때 360㏊로 전체 농작물 재배면적의 0.14%다.

그러나 당분간 비가 오지 않을 것으로 보여 피해면적이 급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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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전국 어디서나 비슷하다.

제주 동부지역은 당근 발아가 늦어지고 있다.

현재 파종면적 1천500㏊의 20% 정도 발아한 것으로 보이나 매일 물을 줘야 한다. 30%는 다시 파종해야 할 정도다.

콩은 꼬투리 형성기로 중산간 지역은 아직 생육이 양호하나 암반이 있는 경작지에서는 잎이나 줄기가 말라가고 있다.

우도 땅콩은 꼬투리가 여물고 있는데 가뭄이 지속하면 역시 수확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수확기에 있는 참깨도 폭염이 이어지면 꼬투리가 덜 여물 수 있다.

강원은 원주, 화천, 횡성에서 과수와 밭작물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옥수수와 콩이 가뭄에 바짝 말라 생산량이 15∼20%가량 줄 것으로 농민은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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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없이 무더위 지속…댐 저수율 한 달 사이 6% 포인트 감소

농작물 피해는 많은 비를 몰고 오는 태풍이 없고 무더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8월 전국에는 비가 평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게 내렸다.

지난 1일부터 23일까지 1㎜ 미만의 비가 내린 곳은 완도·보령(0.0), 인천(0.1), 여수(0.2),해남(0.4), 수원(0.6), 강화(0.7), 서산(0.8) 등이 있다.

문경(1.0), 목포(1.3), 남해(1.6), 원주(1.9)는 1㎜를 겨우 넘겼다.

이 지역들은 8월 평년 강우량이 200∼300㎜에 이른다.

평년 강우량은 8월 전체여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상청은 당분간 큰비 예보가 없는 상황이어서 크게 바뀌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그러다가 보니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18개 다목적댐 저수율도 크게 떨어졌다.

24일 기준으로 평균 저수율은 50%가 무너진 49.8%를 기록했고, 저수량은 63억t을 조금 넘는다.

장마전선 영향으로 비교적 상황이 좋았던 7월 중순 전국 다목적댐 평균 저수율 56%, 저수량 71억t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댐별로는 충청도와 전북 일부 지역 식수원인 대청댐 저수량 감소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장맛비로 4년 만에 최고 수위에 오르며 저수율 70%이던 대청댐은 한 달 만에 1억5천만t이나 줄어 62%로 떨어졌다.

충주댐 저수량은 13억t에서 11억8천만t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국내 최고 담수량을 자랑하는 소양강댐은 현재 저수량 17억t5천만t에 저수율 61%로 한 달 전과 비슷하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다목적댐 평균 저수량이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지난해보다 여유가 있다"며 "그러나 최근 한 달 사이 저수량이 가파르게 줄어 이대로 가다간 언제 위기단계로 떨어질지 모른다"며 우려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3천373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현재 49.6%로 평년의 75.6%보다 훨씬 낮다.

한 달 전만 해도 평균 74.6%로 평년(74.8%)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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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비 기동대 운영에 용수개발비 지원

지방자치단체마다 가뭄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충북도는 11개 시·군과 농업재해대책상황실을 운영하며 농작물별 대응책을 수립하고 있다. 가뭄 취약지역에는 양수기 476대, 송수 호스 31㎞, 스프링클러 830대 등을 지원했다.

단양군은 급수차 9대로 '단비 기동대'를 운영하고 있다.

경북도는 22일 울릉군을 뺀 22개 시·군에 용수개발비 20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국토교통부는 충남 보령댐 저수량이 감소함에 따라 이 댐의 하천유지용수 공급을 줄이기로 했다.

보령댐이 지난 21일부터 용수공급 조정 기준상 '주의' 단계에 진입한 데 따른 것이다.

보령댐 유역은 올해 강수량이 예년의 79%이지만 홍수기인 6월 21일 이후만 놓고 보면 57% 수준이다.

저수량이 4천900만㎥인 보령댐 현재 저수율은 41.9%이다. 예년의 80.4%와 비교해 절반에 불과하다.

다만 주민 불편이 없는 수준에서 용수를 비축하도록 생공용수와 농업용수 실사용량은 정상적으로 공급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목적댐 가뭄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생공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작년과 같은 극심한 가뭄이 올해도 반복될 수 있는 만큼 물 절약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일부에서는 기우제를 지내는 곳도 있다.

충북 보은군은 24일 신라시대 만든 삼년산성에 올라 동쪽 하늘을 향해 음식을 차려놓고 치성을 올렸다.

기우제에는 정상혁 군수와 고은자 군의장이 초헌과 아헌관이 됐고, 농민대표인 박영하 농업인단체회장이 종헌을 맡아 정성스럽게 술잔을 올리며 비가 내리기를 빌었다.

정 군수는 "폭염과 가뭄에 고통받는 군민을 위로하고,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염원을 담아 기우제를 올렸다"며 "군민 정성이 하늘에 전달돼 무더위를 쫓아낼 비가 충분히 내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특별자치시 금남면, 경북 문경시 가은읍, 충남 보령시 남포면 등에서도 단비를 바라는 기우제가 열렸다.

(여운창, 변지철, 양영석, 이해용, 박병기, 심규석, 윤보람, 손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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