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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후 사라진 물고기…낙동강 어민들 '울분'

송고시간2016-08-2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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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원내대표 방문…환경단체 "옛날처럼 복원해야", 수공 "곧 생태계 복원될 것"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9월 30일까지 한달밖에 안남았는데 지금보다 고기가 더 많이 잡히면 내 목을 내놓겠소"

낙동강에서 평생 고기를 잡아온 어민 유점길(71)씨가 한탄하듯 내뱉은 말이다.

4대강 사업후 사라진 물고기…낙동강 어민들 '울분' - 2

26일 올 여름 창궐한 낙동강 녹조실태를 파악하러 창녕함안보를 찾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를 면담한 어민들은 생계터전을 잃은 답답함을 쏟아냈다.

유 씨는 낙동강에만 60년 넘게 그물, 통발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았다.

그러나 곳곳에 보가 생긴 뒤 낙동강에서 그많던 잉어, 붕어가 자취를 감췄다고 울분을 토했다.

정부는 2006년 낙동강 4대강 사업에 들어가면서 보 건설공사(2년) 기간 어로활동을 못한데 따른 어업피해와 사업 후 생태계가 복원되는 기간까지 피해를 고려해 두차례 어업보상을 했다.

1차때 어민 가구당 평균 390만원씩, 2차때는 그보다 못미친 수준으로 보상을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올해 9월쯤 되면 낙동강 생태계가 회복돼 옛날만큼 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어민들을 안심시켰다.

유 씨는 "어획량이 회복된다는데 직접 강에 나가봤나? 물고기 씨가 말랐는데 그렇게 이야기 하니 정말 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재현 인제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녹조를 비롯해 4대강 사업이 낙동강을 물고기가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수심이 깊어지고 유속이 느려지는 등 낙동강이 사실상 호수가 되면서 윗물과 아랫물이 섞이지 않는 성층현상이 발생했고 아랫물에는 산소가 고갈되면서 물고기가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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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섭 한국어촌사랑협회 사무국장도 4대강 사업후 조업 포기를 할 정도로 낙동강 생태계가 나빠졌다고 이야기했다.

젊은 어부인 그는 "옛날엔 통발로 낙동강에서 새우를 잡아 미끼로 썼는데 지금은 새우가 전멸해 저수지에서 양식한 것을 사서 써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낙동강 수심을 깊게 한다며 준설을 하자 물고기 산란장소가 파괴됐고 알을 낳는 수초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민물고기는 4~6월에 알을 낳거든요. 그때가 되면 한밤중이나 새벽에 강주변에는 산란하는 물고기들끼리 막 부딪치거나 지느러미로 물을 쳐내는 소리에 잠을 못잘 정도였어요. 그런데 4대강 사업후에는 그런 소리를 거의 듣기 어려워졌어요"

어쩌다 잡히는 물고기도 기생충에 오염되거나 몸 곳곳에 찢어진 상처가 있어 상품성이 떨어져 판로가 막혔다.

물고기 몸에 난 상처는 보에 설치된 콘크리트 어도를 올라가다 생긴 상처라고 한 사무국장은 설명했다.

그는 "식당 업주들이 요즘 '낙동강에서 잡힌 물고기는 받지 않겠다. 차라리 양식 물고기를 쓰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고기 씨가 말라 권익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시위, 집회도 해봤지만 '이미 보상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란 답변만 들었다"고 한탄했다.

그는 "지금 낙동강은 붕어, 잉어, 장어가 사라지고 강준치, 블루길, 배스 등 외래어종만 잡히지만 이것들도 머지않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은 "무너진 생태계를 회복하는 근본대책은 낙동강을 옛날로 복원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어민들의 분노에 수자원공사 직원들은 "어업피해에 대한 보상은 완료된 것으로 안다", "낙동강 생태계는 곧 회복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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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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