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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건물 70% 내진설계 없어…"보강에 117조원 필요"

송고시간2016-08-2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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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중세마을은 어쩌나"…자금부족·번잡한 절차 문제 골치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이탈리아는 지난 40년 동안 각한 지진 피해를 여러 차례 겪었지만, 여전히 건물의 대다수는 지진에 취약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세 시대 마을 등 문화 유적이 많고, 오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 문제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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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AP 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전역의 건물 중 70%가 내진 규정에 따라 지어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해당 건물이 모두 위험 지역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건축물은 재단장할 때도 관련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 일상이고, 심지어 신축 건물도 내진 규정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아마트리체에서 지진 발생 3분 뒤인 3시 39분에 멈춰있는 시계탑도 13세기 건축물이다.

이번에 완전히 무너져 내린 학교도 2012년 복구됐지만, 내진 규정은 따르지 않은 것으로 관측됐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칼럼니스트 세르조 리초는 "지난 40년 동안 최소 8번의 끔찍한 지진을 겪으며 배운 것은 지진 뒤에 생명을 구하는 방법뿐"이라고 지적했다.

아마트리체, 아쿠몰리, 페스카라 델 트론토 등 진앙과 가까운 시골 마을들이 피해가 컸던 데 비해, 비슷한 거리에 있는 아름다운 역사 중심지이자 인기 있는 관광지인 노르차에서는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니콜라 알레마노 노르차 시장도 "역사 유산과 건물이 손상되긴 했지만, 중상자는 없다"고 전했다.

노르차는 1997년 중간 규모의 지진을 겪은 뒤 구조 강화에 많은 돈을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파비아고등연구소의 구조공학 교수인 파올로 바추로는 LA타임스에 "많은 건물에 내진 설계가 추가됐고, 효과를 봤다"며 "이것은 틀림없이 배워야 할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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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 렌치 총리는 이날 긴급 구호·복구 대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렌치 총리는 "단순히 다른 건축 기술을 사용했다고 해서 이런 사태를 피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중세 마을에 이런 어려움이 있다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가기술자위원회의 아르만도 잠브라노 회장은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래된 건물을 보강하는 기술이 존재한다며 이 기술로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은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탈리아 전역에 있는 역사적인 건축물들을 보강하려면 930억 유로(약 117조 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P는 재원 부족과 번잡한 절차가 이탈리아 내진 건설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렌치 총리가 발표한 새로운 법은 주택 소유주들에게 비용의 65%를 10년에 걸쳐 상환해 주겠다며 주택 내진 설계를 독려하고 있지만, 오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 국민이 선뜻 집수리에 돈을 쓰게 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취약한 건물이 많은 시골에는 주로 은퇴한 노인들이 살고 있어 여유 자금이 부족하고, 도시에서는 아파트같은 공동 주택을 보강하려면 각 소유주가 모두 동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AP는 덧붙였다.

렌치 총리는 의회 개혁을 명분으로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추진하고 있으며, 11월로 예상되는 국민투표가 통과되지 않으면 총리직에서 사임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우파 야당들은 국민투표를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로 규정하고 부결을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재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렌치 총리에게 다시 한 번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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