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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이인원 부회장 자살과 롯데그룹 수사의 향배

송고시간2016-08-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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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롯데그룹 2인자이자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이인원 부회장이 26일 오전 경기도 양평에서 넥타이와 스카프로 목을 매 숨진 상태에서 발견됐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이 부회장은 전날 밤 10시께 운동하러 간다며 외출했다가 귀가하지 않았다. 숨진 현장 주변에 있던 이 부회장의 차량에선 A4 용지 4장 분량의 자필 유서가 나왔다. 유서에는 "먼저 가서 미안하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라며 개인적인 심경과 함께 신 회장을 감싸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해 26일 오전 9시 30분 배임 및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었다. 총체적인 그룹 비리 의혹을 캐는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담과 압박감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한 요인이 됐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 수장으로서 총수 일가, 그룹 및 계열사의 대소사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다. 롯데그룹 비리 의혹의 핵심 고리로, 수사 대상의 정점에 있는 신동빈 회장과 직접 맞닿아 있다. 이 부회장의 진술은 공소 유지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그런 만큼 검찰은 중요 피의자의 선제적 신병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 그간 유사 사례가 빈번했다. 지난해 자원개발 비리 수사를 받던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영장실질심사 당일 숨진 채 발견됐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도 검찰 수사와 무관치 않다. 2003년 대북송금 사건으로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받았던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계동 현대그룹 사옥에서 투신해 숨지는 등 수사 대상에 오른 고위층 인사들에 변고가 끊이지 않았다. 중요 사건 피의자의 이례적인 동선이나 특이 동향을 좀 더 면밀하게 주시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롯데그룹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는 지난 6월 초 본격화돼 두 달을 훌쩍 넘겼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자살과 관련해 수사 일정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일시 차질을 빚을 수는 있겠으나 수사가 중단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본다.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6천억원대 탈세 의혹, 롯데건설의 5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그룹 계열사 간 부당거래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는 상당 부분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유서에서 '비자금은 없다'고 썼으나 검찰은 관련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그룹이나 계열사 임원급과 실무진에 대한 조사는 마무리돼 가는 상태다. 수사가 종착역을 향하고 있는 만큼 비리 의혹의 실체가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낯뜨거운 형제간 경영권 분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비리 의혹에 휩싸인 롯데그룹은 이번 수사를 계기로 투명하고 깨끗한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내 재계 순위 5위인 롯데그룹이 형제간 경영권 다툼과 검찰의 수사로 정상적인 경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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