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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지진 잔해 치우고 두 자녀 시신 수습한 伊아버지

송고시간2016-08-2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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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지진 안타까운 사연들…신랑 남긴채 떠난 새신부

숨진 언니 몸밑에 웅크려 발견된 4세 여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맨손으로 잔해 더미를 헤치고 두 자녀의 시신을 손수 수습한 아버지, 신혼의 단꿈을 꾸던 중 희생된 스페인 국적의 새색시, 죽은 언니의 사체가 충격 완충재 역할을 해 살아남은 어린 여동생에 이르기까지 지진의 비극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24일 새벽(현지시간) 이탈리아 심장부인 중부 지방을 강타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희생자와 관련된 안타까운 사연들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26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이번 지진에서 피해가 가장 큰 마을인 아마트리체의 한 병원에서 25년째 응급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간호사 카를로 그로시는 지진으로 사망한 아들과 딸의 시신을 맨손으로 잔해를 헤집은 끝에 직접 수습했다.

그는 키우던 개의 도움을 받아 완전히 무너져내린 집의 잔해를 수색한 끝에 이혼한 전처는 가까스로 구해냈다. 그러나 잔해 더미에서 찾아낸 아들(23)과 딸(21)의 몸은 싸늘하게 식은 뒤였다.

그는 "처음에는 딸 안나의 땋은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들은 항상 자던 곳에서 얼굴을 아래로 한 채 매트리스를 껴안은 채로 발견됐다"고 말했다.

자녀 둘을 한꺼번에 잃은 슬픔을 가슴에 묻은 채 그는 다른 희생자를 찾기 위한 구조·수색 작업에 동참해 주변을 숙연하게 하고 있다.

아마트리체 인근의 또 다른 산골 마을 일리치아에서는 스페인 국적의 새색시가 희생됐다. 이탈리아인 남편과 7년 열애 끝에 최근 결혼한 아나 우에테(27)는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서 피자집을 운영하던 중 여름 휴가를 맞아 남편의 고향에 왔다가 변을 당했다. 우에테의 남편은 가벼운 부상만 입고 살아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맨손으로 지진 잔해 치우고 두 자녀 시신 수습한 伊아버지 - 2

마을 하나가 완전히 초토화된 마르케주 페스카라 델 트론토에서는 어린 자매가 함께 잠을 자다 언니는 죽고, 언니의 시신이 충격 완충재 역할을 한 덕분에 4살짜리 동생 조르지아만 구조됐다.

매몰 16시간 만에 발견된 조르지아는 입안에 흙이 가득 차 있었으나 특별히 다친 데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대원은 "잔해 더미에서 처음에는 인형이 눈에 띄었고, 그 옆에서 소녀의 언니의 발이 발견됐지만 온기가 없었다"며 "순간 죽은 언니의 시신 주변에서 미세한 움직임이 감지돼 잔해를 들춰 보니 어린 꼬마가 언니 몸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적이 있다면 바로 이것일 것"이라며 "조르지아의 아빠, 엄마도 큰 부상을 입긴 했으나 살아남았다"고 덧붙였다.

충격으로 인해 아직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는 조르지아는 현재 할머니의 간호를 받고 있다고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보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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