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사람들> 日 간토대지진 한인 학살 희생자 유족대표 조영균씨

송고시간2016-08-31 08:3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9월1일 대학살 93주기…"철저한 진상조사, 일본 사죄 우선돼야"

"정부 무관심으로 역사적 진실 외면, 정치권 침묵은 직무유기"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일 관계는 회복될 수 없습니다. 간토(關東·관동) 대지진 한인 학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일본의 사죄가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 日 간토대지진 한인 학살 희생자 유족대표 조영균씨 - 2

조영균(61·제주) 간토대지진 한인 학살 희생자 유족대표는 31일 비통한 심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다음 달 1일이면 간토대지진 한인 대학살 93주기를 맞는다.

간토 학살은 1923년 9월 1일 일본 도쿄(東京)와 요코하마(橫浜) 지역을 강타한 간토대지진 이후 '조선인들이 방화하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가 유포돼 한인 6천여 명이 일본인들에게 집단으로 살해당한 사건이다.

당시 조영균씨의 할아버지인 조묘송(趙卯松·1891∼1923·당시 32세)씨 가족 역시 일본군 기병 1개 중대의 총칼에 의해 무참히 학살당했다.

도쿄 고토(江東)구 가메이도(龜戶) 경찰서에 격리된 상태에서 조묘송씨를 비롯해 그의 동생 조정소(趙正昭·1900∼1923·23세)·조정화(趙正化·1904∼1923·19세), 아내 문무연(文戊連·1885∼1923·38세), 아들 조태석(趙泰錫·1919∼1923·4세) 등 일가족 5명이 몰살된 것이다.

조씨는 "인류사에서도 보기 드문 간토대지진 한인 대학살은 93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며 "일본의 민(民)·관(官)·군(軍)에 의해 조직적이고 총체적으로 자행된 제노사이드(genocide·대량 학살 범죄)"라고 규정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진실을 은폐하고 있고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이 같은 과거 일본의 만행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정부에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조씨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는 간토 한인 학살 사건에 대해 일본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거나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했었는지 묻고 싶다"며 정부는 무대응 무책임으로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사람들> 日 간토대지진 한인 학살 희생자 유족대표 조영균씨 - 3

그리고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과 희생자에 대한 명예회복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특별법 제정 등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을 촉구하며 "유골 한 조각 만이라도 고향에 안치할 수 있도록 조처를 해 줄 것"을 정부에 당부했다.

조씨는 지난 19∼20일 간토대지진 93주기를 앞두고 서울시청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간토 학살 희생자 추도식에 참여해 유족대표로서 성명서를 통해 이 같은 심경을 그대로 표현했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추도식이 열려왔지만, 희생자 유족이 직접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타국에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고도 93년간 그 슬픔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던 유족들의 하소연이었다.

그러나 당시 추도식에는 정부 인사는 물론 국회의원 누구도 찾지 않았다.

조씨는 시민단체와 학계, 종교계, 예술인 등 많은 분의 노력으로 추도식이 열렸지만, 정부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아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유족을 찾는 일과 진상조사를 벌이는 일 등에 대해 민간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며 "진보와 보수의 문제도, 정권을 비토하는 문제도 아닌 과거사를 바로잡는 이 일에 대해 정치권에서 침묵하는 것은 직무유기와 같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간토 한인 학살 93주기를 앞두고 유족이 참여한 가운데 추도식이 열려 매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당시 독립신문에 보도된 한인 희생자만 6천600명이 넘는다. 앞으로 더 많은 유족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유족을 찾는 일, 진상규명을 위한 일 등에 저희 유족도 작은 힘이지만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bjc@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