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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방사선, 똑똑하게 사용하면 암도 완치?

송고시간2016-08-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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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암치료' 안전해요…부작용 걱정마세요

(서울=연합뉴스) 우홍균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 인류의 역사는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선구자들에 의해 발전돼 왔다. 1895년 뢴트겐이 엑스선을 발견했고, 1년 후 시카고의 의대생이었던 에밀 그루브가 엑스선으로 암 치료를 시도하면서 암이라는 질병에 대한 방사선치료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런데 에밀은 방사선에 지속해서 노출된 결과 40년 정도가 지난 후부터 손가락을 하나씩 절단해야 했고, 결국 85세의 나이에 암으로 사망했다. 라듐을 발견한 퀴리 부인도 평생 방사성 동위원소 실험을 하면서 전신이 방사선에 노출돼 백혈병으로 숨졌다.

최근 사례를 보자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방사선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사고 이후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사선에 대해서도 오남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방사선은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처럼 에너지가 약한 '비전리방사선'이 아니라 인체에 생물학적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높은 에너지를 갖는 엑스선, 감마선, 베타선, 전자선, 양성자선과 같은 '전리방사선'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 인공방사선에 대한 일반인의 연간 피폭제한선량은 1밀리시버트(m㏜)다. 이는 병원에 가지 않고 자연상태에서 노출되는 연간 평균 3밀리시버트의 자연방사선보다도 낮은 수치다.

하지만, 암환자가 방사선치료를 받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연방사선의 약 3천~2만배에 이르는 엄청난 양의 방사선이 조사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퀴리 부인과 에밀에게 암을 일으켜 죽음으로 몰고 간 방사선을 이렇게나 많이, 그것도 암에 걸린 사람에게 조사한다는 게 일견 말이 되지 않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방사선치료는 현대의학에서 수술, 항암화학요법과 함께 암을 치료하는 3가지 방법의 하나로 확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비밀일까?

<명의에게 묻다> 방사선, 똑똑하게 사용하면 암도 완치? - 2

대부분의 방사선 피폭 문제는 전신 또는 광범위 피폭이지만 방사선치료는 병변이 있는 작은 부위에만 방사선을 내리쬐는 데 답이 있다.

종양이 가장 작은 조기 후두암의 경우 방사선 조사 부위가 겨우 4×4㎠ 정도다. 이렇게 좁은 부위에 방사선을 쬐면 방사선이 들어가는 부위만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에밀이나 퀴리 부인에게처럼 전신적인 영향은 발생하지 않는다.

에밀이나 퀴리 부인이 암에 걸렸던 것은 당시 전리방사선의 부작용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인체에 노출이 많았던 탓이다. 우리는 이미 경험과 실험을 통해 대부분의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 현대 방사선치료의 최대 목표는 암 조직에 가능한 많은 방사선을 조사하고, 주변에는 최소한의 방사선을 조사하는 것이다.

장비와 컴퓨터의 발달에 힘입어 최근 20년간 방사선치료 장비도 엄청나게 발전해 기능이 향상됐다. 아직 암 조직 주변에 조사되는 방사선량을 제로까지 내리지는 못했지만, 이 시간에도 기술은 진보하면서 더 줄고 있다.

1세대 방사선치료는 2차원 방사선치료라 불리며 암 조직에 조사되는 양보다 5~10% 더 많은 방사선이 주변에 조사됐다. 2세대에서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 방사선치료에 도입되면서 영상을 3차원적으로 재구성해 여러 방향으로 방사선량의 분산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주변에 조사되는 방사선량이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이게 3차원입체조형 방사선치료다.

3세대에서는 조사되는 방사선 빔(beam)을 수많은 가상의 작은 빔조각(beamlet)으로 나눠 각 빔조각의 크기를 조절함으로써 방사선흡수곡선의 모양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다. 예컨대 원하는 부위에만 고선량을 조사하는 '세기조절 방사선치료'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최근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입자 방사선치료는 입자선의 물리적 장점을 이용한 것으로 3.5세대 방사선치료라고 할 수 있겠다.

또 4세대는 공간적 요소에 사람 내부의 움직임, 즉 시간까지 고려하는 방사선치료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영상장비를 이용해 장기 및 암 조직의 움직임을 추적해야 한다. 현재 실시간으로 사람 몸 내부의 움직임을 보면서 치료하는 방법은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하는 방법만이 상용화돼 있다. 지난해부터 환자 치료에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서울대병원에만 설치돼 있다.

기차 사고는 대형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기차 사고가 무서워 걸어서 부산까지 가는 사람은 없다. 비행기 사고도 마찬가지로 치명적이다. 하지만, 이 역시 사고가 무서워 배를 타고 미국에 가는 사람은 없다.

방사선은 그간의 우려와 달리 똑똑하게 사용하면 부작용 없이 암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요즘 방사선치료에 관여하는 방사선종양학 전문의나 방사선물리학자는 방사선 안전에 있어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아직도 방사선 암치료를 앞두고 망설이는 환자들이 있다면, 이제 충분히 믿을 수 있게 됐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 우홍균 교수는 1990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98년부터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1~2012년에는 미국 반더빌트대에서 연구 전임의로 연수했으며, 서울대의대 방사선종양학교실 주임교수,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과장, 대외협력실장 등을 역임했다.

우 교수는 두경부암과 폐암의 방사선치료 권위자로, 특히 두경부암에서 방사선치료 부작용을 감소시키기 위한 기초 및 임상연구에 주력해 국내외에 16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대외적으로는 대한폐암학회 총무이사와 대한암학회 이사, 한국임상암학회 이사, 대한두경부종양학회 이사, 대한방사선생물과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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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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