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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장기집권 카리모프 후계자 누가 될까

송고시간2016-09-03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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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지요예프 총리·아지모프 제1부총리 등 유력 거론

러·서방·이슬람권 사이 다자 실리외교 정책 변화 없을 듯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25년 이상 철권통치를 펼쳐온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78)이 뇌출혈로 사망하면서그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누가될지와 우즈벡의 새로운 대내외 정책 노선이 어떻게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3천2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우즈베키스탄의 새로운 지도자와 그가 추진할 정책은 우즈벡 국내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주변 지역에도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즈벡이 안정적 권력 승계에 성공하지 못하고 정치 혼란에 빠질 경우 국내는 물론 러시아와 서방, 이슬람 세력이 각축전을 벌이는 중앙아와 인근 지역에도 큰 파장이 미칠 것이란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유고 시 상원 의장이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아 3개월 안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을 치르게 돼 있다.

현재 상원 의장은 수도 타슈켄트 출신의 니그마틸라 율다셰프(53)가 맡고 있다. 그가 대통령 권한 대행의 지위를 이용해 군대와 경찰을 장악하고 또 다른 권력 핵심인 국가보안국의 저항을 통제하면서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지 정계에선 아직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은 율다셰프가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부담을 감수하며 유력 대권 후보들을 상대로 정치적 무리수를 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카리모프 통치 시절 내내 보이지 않는 권력의 중심이 돼 온 국가보안국 국장 루스탐 이노야토프(72)도 후계자로 거론되지만 이미 나이가 적지 않아 자신이 직접 권력의 전면에 나설 확률은 낮아 보인다. 다른 후보를 내세우고 자신은 계속 '회색 추기경' 역할을 맡으려 할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계자론 지난 2003년부터 카리모프 정권의 총리를 맡아온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59)와 2005년부터 재임하고 있는 제1부총리 루스탐 아지모프(57)가 꼽힌다.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총리. [타스=연합뉴스]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총리. [타스=연합뉴스]

카리모프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권위주의 스타일의 행정가인 미르지요예프는 카리모프 가족과 가깝고 이노야토프 보안국장과도 관계가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즈벡 동부 지작스크 태생으로 이곳 주지사와 이웃한 사마르칸트 주지사를 역임해 카리모프와 마찬가지로 사마르칸트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러시아로부터도 지지를 얻고 있는 그가 권력을 잡을 경우 카리모프식의 권위주의적 통치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러시아 정치인 및 기업인들과의 밀접한 관계를 배경으로 친러 노선을 선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또 다른 유력 후계자 후보인 아지모프는 재무장관·경제개발부 장관 등을 역임하고 10년 이상 제1부총리를 맡아오고 있는 경제 전문가다.

우즈벡의 유명 물리학자인 사딕 아지모프의 아들로 수도 타슈켄트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경제 관련 부처 수장을 거치면서 국제금융기관과 서방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역할을 맡아와 친서방 성향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성향 때문에 러시아가 그의 집권을 탐탁지 않게 여길 수 있다는 점이 장애물로 지적된다.

미국에서 유학하고 스페인 대사로도 활동하며 한때 카리모프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던 그의 큰딸 굴나라는 현재로선 집권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지난 2012년부터 국내외에서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다 최근 2년 동안은 가택 연금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아버지까지 사망한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재기할 희망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카리모프 주변에서 성장해온 각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 세력과 권력 엘리트들이 합의를 통해 후계자를 선정하고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후계자 후보와 정치 세력들의 합의가 불발될 경우 이들 간에 권력 투쟁이 불붙으면서 카리모프가 강력한 권위주의 통치를 통해 유지해오던 정치·사회적 안정이 무너지고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카리모프의 탄압으로 지하로 숨어들거나 해외로 망명해 있던 과격 이슬람 세력이 다시 활동을 재개할 우려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누가 카리모프의 후계자가 되더라도 우즈베키스탄의 대외정책이 급격한 변화를 겪을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고 있다.

주변국인 러시아와 중국, 서방, 이슬람 국가들 사이를 오가며 실리 외교를 펼치던 카리모프의 노선이 큰 틀에서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카리모프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권 군사협력체 집단안보협력기구(CSTO)에 가입했다가 탈퇴하는가 하면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대(對) 테러전에 나선 미국에 자국 군사기지를 내주며 서방과 밀월기를 보내기도 했다.

2005년 안디잔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 이후 서방이 제재를 가하자 다시 러시아로 돌아섰고 근년 들어선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과 수시로 교류하며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푸틴이 추진하는 옛 소련권 경제통합체 유라시아경제연합(EEU) 가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왔다. 동시에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과의 협력도 확대해 왔다.

카리모프의 후계자도 대외정책에서 이러한 다자적 실리 노선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루스탐 아지모프 제1부총리. [타스=연합뉴스]

루스탐 아지모프 제1부총리. [타스=연합뉴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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