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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많이 죽었어도…위치발신장치 끄고 정원초과 낚싯배 여전

송고시간2016-09-01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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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PASS 오작동·소형어선 원거리 조업…'돌고래호 침몰' 교훈 나몰라라

승선인원 초과하고 탑승자 달라도 당국 '깜깜'…인력 부족 등에 단속 '한계'

(전국종합=연합뉴스) 15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되는 인명피해를 낸 전남 해남선적 낚시어선 돌고래호(9.77t)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되고 있다.

낚싯배 운영자의 경쟁적 조업으로 낚시객들이 위험에 노출됐다는 지적에 따라 그간 '낚시관리 및 육성법 시행 규칙'이 일부 개정돼 낚시어선이 시·도간 영업구역을 세 차례 이상 넘어 조업하면 영업 폐쇄되는 강력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낚시객이 구명동의를 착용하지 않고 배에 타거나 승선 정원을 초과하는 영업에 대한 해경의 단속도 강화됐다. 어선의 위치나 사고 상황을 알려주는 자동위치발신장치(V-PASS)를 끄고 영업하는 행위도 단속 대상이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낚시어선 이용객은 3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선장들이 수입에만 눈이 어두워 불법 조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실제 어업인이 아닌 낚시어선 업자가 많이 증가하고 있으나 20여년 전 제정된 '낚시관리 및 육성법'이 어한기 어민소득 증대와 어촌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규제는 느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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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형어선 타고 원거리 아찔한 영업…선박 화재 사고도

낚시어선은 입·출항 때는 물론 항해 시에도 V-PASS를 켜두도록 규정돼 있으나 이를 끄고 원거리까지 나가 조업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낚시어선 업자 일부가 일부러 V-PASS를 꺼두는 안전 불감증에다 오작동으로 인한 불편함이 가중돼 위급 상황 발생 시 자동으로 신호를 발신하는 구조 시스템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2011년 도입된 V-PASS는 어선 입·출항을 자동으로 알려주고 항해 이동 동선도 당국이 파악할 수 있게 신호를 보낸다.

V-PASS는 '원터치 SOS 호출' 기능으로 해양사고 발생 시 버튼만 누르면 신속하게 구조를 요청할 수 있다. 어선이 전복돼 단말기가 침수되거나 떨어져 나가도 구조 신호가 자동으로 작동된다.

V-PASS의 스위치를 내려 전원을 끄게 되면 해경의 안전관리망에서 사실상 벗어나 사고가 나도 주변에 구조를 요청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10일 태안군 근흥면 주변 바다에서 영업하던 한 낚시어선 선장이 V-PASS를 끄고 운항하다 적발되는 등 올해 들어 태안 1척, 제주 5척 등 모두 6척의 어선이 V-PASS를 꺼두고 영업하다가 적발됐다.

일부 낚시어선들은 경쟁업체 어선에 낚시 명당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거나 조업금지구역 출입을 들키지 않기 위해 V-PASS를 아예 끄고 영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고기가 잘 잡히는 낚시 포인트를 찾으려고 소형 어선임에도 V-PASS 도달 거리 밖인 30마일(55.6㎞) 이상 먼바다로 낚시를 떠나고 있다.

V-PASS 오작동으로 인한 불편함 때문에 사용을 꺼리는 점도 있다.

감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긴급출동·구조체계 구축 운영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V-PASS가 설치된 어선 전체(3만613척) 가운데 9.6%인 2천946척의 단말기가 오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작동은 배가 파도에 흔들거리기만 해도 어선에 설치된 V-PASS가 구조 신호를 보내 조업에 불편을 주거나 아예 구조 신호를 보내지 않는 경우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심 1m에서 30분가량 방수가 가능하도록 설계됐으나 염분이 높고 심한 조류와 풍향 등으로 환경이 좋지 않으면 방수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한 어민은 "실제로는 V-PASS 오작동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어민들의 신뢰도가 떨어져 구조 신호를 보내지 않는 장비를 쓰거나 그렇지 않으면 꺼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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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t급 소형 어선으로 조업 구역을 넘어서 원거리 조업하는 아찔한 영업행위도 여전하다.

지난 4월 20일 제주 우도 해상에 원거리 조업한 전남 완도와 여수 선적 낚시어선 3척이 낚시관리 및 육성법 위반 혐의로 해경에 검거됐다.

이들 어선은 9.77t의 소형 어선으로 제주시 우도 북쪽 15∼20㎞ 해상까지 내려와 야간에 조업했다.

지난 4월 24일에는 인천선적 낚시어선이 충남권까지 넘어와 영업하다 적발됐고, 같은 날 태안군 근흥면 격렬비열도 인근 무인도에 낚시객을 내려준 낚시어선도 영업구역 위반으로 단속됐다.

지난 6월 3일 오전 4시께 충남 무창포항에서 출항한 낚시어선 A호가 같은날 오전 8시께 조업 구역을 벗어난 전북 어청도 인근 해상에서 해경에 붙잡히기도 했다.

위법행위에 대한 행정조치가 강화된 7월 이후에는 낚시어선 1척이 출항신고를 하지 않은 채 출항해 영업하다 적발된 사례가 있다.

영업구역이 낚시어선 영업 면허를 받은 관할 시·도로 제한됐으나 먼바다까지 나가 변칙 영업에 나서는 것이다.

지난 7월 개정·시행된 낚시관리 및 육성법 시행 규칙에 따라 영업구역을 벗어난 낚시어선은 1차 위반 시 영업정지 1개월, 2차 위반 시 영업정지 3개월, 3차 위반 시에는 영업폐쇄까지 할 수 있다. 이전에는 3차례 위반하더라도 영업정지 3개월에 그쳤다.

정비 불량으로 기관실에 불이 나는 낚시어선도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전 남동쪽 7.4㎞ 해상에서 항해하던 부산 선적 낚시어선(4.4t·승선원 7명)의 기관실에서 불이 났다.

울산해양경비안전서 경비정과 순찰정이 도착했을 때 불은 기관실 일부를 태우고 선원들에 의해 자체 진화돼 부상자는 없었다.

같은달 27일 오후에는 제주 서귀포시 성산항 앞 13㎞ 해상에서 낚시하던 낚싯배(9.77t·승선원 6명) 기관실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50대 선장이 진화 중 크게 다쳐 해경 헬기로 제주 시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이 밖에 올해 들어 전국 해역에서 구명조끼 미착용 10여건, 낚시어선 신고확인증 미게시 13건이 적발되는 등 안전을 내팽개친 영업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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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술한 제도·관리로 '안전 위협' 여전

승선원을 초과하거나 승선명부와 다른 사람을 낚시어선에 태우는 불법 행위가 여전한 데도 인력 한계 등으로 단속의 손길은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 4월 29일 경남 통영해양경비안전서는 정원을 초과한 통영 선적 4.95t급 낚시어선 B호 선장 김모(40)씨를 붙잡았다.

김씨는 전날 밤 11시 30분께 통영시 산양읍 항포구에서 정원 12명보다 4명 많은 낚시꾼을 태운 데다 승선하지도 않은 낚시꾼을 승선한 것처럼 승객 명부에 허위로 기재한 혐의를 받았다.

제주에서도 올해 들어 4척의 낚시어선이 승선원을 초과해 태웠다가 적발됐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최대 승선 인원이 4명인 2.53t 낚싯배에 2명을 초과한 6명이 승선했다가 적발됐으며, 지난 4월 19일 태안군 소원면 어은돌항에서는 정원 22명의 낚싯배가 23명을 태운 채 입항하다 해경에 단속됐다.

낚시어선은 입출항 시간 제한이 없어서 주로 늦은 밤에 정원보다 많은 승객을 태우고 출항하는 행위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이 소규모 항포구에 매일 순찰조를 투입, 승선인 명부상에 있는 이름과 실제 탑승한 승객이 일치하는지와 승선인원은 적정한지를 파악하기로 했으나 주말 밤마다 쏟아지는 낚시어선의 승선 인원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개인 사정 등으로 인원수가 수시로 바뀌는 데다 선장이 그런 내용까지 일일이 해경에 알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5일 전복사고가 난 돌고래호도 사고 이후 하루가 흐른 6일 오후까지도 승선 인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돌고래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바다낚시 커뮤니티 등에서 낚시객을 모은 뒤 실제 승선인원과 다른 손님을 태우기도 한 것으로 해경 조사결과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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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관리 및 육성법이 과거 어민소득을 위해 만들어진 바람에 현실에 맞지 않거나 규제가 느슨한 점도 있다.

출입항 신고의 경우 낚시어선업자가 신고서와 승선원 명부를 첨부, 출입항 신고기관장에 제출하도록 했으나 어촌계장 등 민간이 접수를 대행하고 있다.

낚시어선업은 단지 신고 사항으로 안전 관리 등의 권한이 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을뿐더러 안전 관리 주체도 선주나 선원이 직접 하게 됐다.

사고가 난 뒤에나 지자체와 해경 등이 투입되지만 낚시어선의 불법 개조 등으로 복원력이 떨어져 전복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사전에 막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낚시어선들은 이동 시 낚시객 등이 쉴 수 있도록 어창을 개조해 방으로 만들기 때문에 고속 항해 중 어선이 그물에 걸리면 전복될 가능성이 크다.

낚시어선은 선박검사소에서 정기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나 관련 법에 낚시어선의 구조에 대해 명시가 되지 않아 변칙이 가능한 데다 정기검사만 피하면 언제든 구조변경한 어선으로 조업할 수 있다.

군산해경은 지난달 26일 선박검사 이후 낚시어선을 증·개축한 유모(36)씨 등 선주 2명과 선박 건조업체 대표 김모(50)씨를 선박안전법 및 어선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유씨 등 2명은 9.77t급(정원 22명) 낚시어선을 정기검사를 받은 후 다시 제조업체에서 불법 증축한 것으로 해경 조사에서 드러났다.

돌고래호는 지난해 9월 5일 저녁 제주시 추자도 해상에서 낚시를 마치고 신양항을 출항, 애초 출발지인 전남 해남 남성항으로 가던 중 통신이 끊겼다. 선박에는 21명이 타고 있었다.

이 배는 이후 6일 오전 6시 25분께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된 채 인근을 지나는 어선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한 어선이 3명을 구조했으나 15명은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

(이경욱 유의주 김재홍 임채두 고성식 기자)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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