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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신작 소설…부부들에게 건네는 조언

송고시간2016-09-0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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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만의 장편소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지지를 받는 외국 작가 중 하나인 알랭 드 보통이 21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을 냈다.

그는 스물세 살에 발표한 첫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1993)를 비롯해 '우리는 사랑일까'(1994), '키스 앤 텔'(1995)로 이어지는 사랑과 인간관계에 관한 소설 3부작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후 '철학의 위안', '여행의 기술', '불안', '행복의 건축' 등 에세이를 펴내며 소설은 쓰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4월 장편소설로는 21년 만에 신작을 냈다. 영어 원제는 '더 코스 오브 러브'(The Course of Love). 넉 달여 만에 한국에서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행나무)이라는 제목으로 독자들을 만나게 됐다.

이 소설을 내고 지난 4월 한국을 찾은 그는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언제 다시 소설을 쓸 거냐고 물으면 나는 항상 '사랑에 대해 쓸 것이 충분히 생기면요'라고 답했다"며 "이번 작품은 내 첫 번째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속편 격이라고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전작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연애의 기-승-전-결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을 제시하며 사랑과 이별로 상처받은 젊은이들을 위로했다면, 이번 소설은 결혼 생활로 이어지는 길고 긴 남녀관계에서 사랑의 형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며 이 관계를 슬기롭게 이어갈 길을 안내한다.

소설의 구성은 전작들과 비슷하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가는 주로 남자 주인공의 시점에서 심리와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풀어낸다. 또 이야기 전개의 중간에 각각의 상황을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짧은 글을 넣어 독자가 이들의 문제를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문제로 이해하게 한다.

알랭 드 보통 신작 소설…부부들에게 건네는 조언 - 2

작가는 주인공 '라비'와 '커스틴'이 결혼해 부부가 되고 함께 살면서 겪는 갈등을 아주 현실적으로 그린다. 작가 자신의 경험이나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녹인 듯한 각각의 상황은 결혼한 부부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만하다. 이케아 매장에서 컵 하나를 사면서도 서로 취향이 달라 한참을 싸운다든지, 잘 때 창문을 열어놓을지 닫아놓을지를 두고 싸우는 일상의 문제부터 남편과 아내의 경제적인 능력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다툼 등 부부 사이를 금 가게 하는 문제들은 너무나 많다.

게다가 아이를 둘이나 낳고 하루하루의 생활이 버거워진 부부에게는 낭만적 사랑과 열정이 사라지고 서로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가 쌓이면서 소통을 가로막는 벽이 점점 더 두꺼워진다. 급기야 남편은 이런 관계에서 오는 외로움의 도피처로 다른 여성과의 외도 유혹에 빠지게 되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아내 역시 다른 남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에 시달린다.

"사랑이 넘치는 결혼 생활과 아이들은 자연스러운 성욕을 죽이고, 외도는 결혼 생활을 죽인다. 두 패러다임이 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자유사상가인 동시에 결혼한 낭만주의자가 될 순 없다. (…) 이 문제엔 방도가 없다." (책 본문 238쪽)

부부는 파국에 다다르기 직전, 돌파구를 찾기 위해 심리상담사를 찾고 상담사의 도움으로 자기 자신의 문제를 돌아보게 된다.

결론과 해법은 주로 마지막 부분에 제시된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완벽하게 맞는 사람이기를 기대하지 말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라는 조언이다.

"낭만주의 결혼관은 '알맞은'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우리의 허다한 관심사와 가치관에 공감하는 사람을 찾는 것으로 인식된다. 장기적으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너무 다양하고 특이하다. 영구적인 조화는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파트너는 우연히 기적처럼 모든 취향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고 흔쾌하게 취향의 차이를 놓고 협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본문 283쪽)

알랭 드 보통 신작 소설…부부들에게 건네는 조언 - 3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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