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프, 브라질 사상 두번째 탄핵 수모…세계 탄핵 사례는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상원의 탄핵안 가결로 강제 퇴진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됐다.

탄핵은 법원이 소추할 수 없는 고위 공직자들의 부정 비리를 심판하려는 목적으로 14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제도다. 1787년 미국 연방헌법에 명문화됐고 이후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로 전파됐다.

호세프 대통령은 1992년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당한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전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에 탄핵으로 물러나는 두 번째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브라질 최초의 직선 대통령인 콜로르는 1990년 3월 취임했다가 1992년 10월 탄핵 위기에 처했다.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려고 은행계좌를 동결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가 실패한 데다 비리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악화한 여론을 등에 업은 하원이 그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했다.

콜로르는 같은 해 12월 상원이 탄핵 절차를 개시하자 바로 사퇴했지만, 상원은 그의 사퇴와 상관없이 탄핵안을 가결했다. 대법원은 1994년 12월 그를 탄핵으로 몰아넣은 부패와 범죄 혐의에 대해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세계 각지에서도 호세프 대통령처럼 탄핵소추안 발의에 맞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키다가 탄핵안이 가결돼 강제로 물러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탄핵소추 발의와 실제 사퇴로 귀결된 경우는 엄격한 사법체계와 정치문화 등이 발전한 선진국보다는 상대적으로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등 중ㆍ후진국에서 주로 발생했다.

의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돼 축출당한 대표적인 사례는 인도네시아의 압두라만 와히드 전 대통령이다.

1999년 인도네시아 사상 처음으로 민주적 절차를 거쳐 대통령으로 선출된 그는 수하르토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부패 혐의 조사에 착수하는 등 개혁조치로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조달청 공금횡령 사건과 각종 부패 스캔들로 취임 2년만인 2001년 7월 의회의 탄핵안 가결로 쫓겨났다.

당시 와히드는 탄핵안 투표를 앞두고 의회의 활동중단과 조기총선 포고령 등을 통해 강력히 저항했으며 탄핵안 가결 후에도 스스로 대통령이라고 선언하면서 퇴진을 거부하다가 결국 미국행을 택했다.

에콰도르의 압달라 부카람 전 대통령도 1997년 2월 의회의 탄핵으로 물러났다.

그가 쇼맨십을 활용한 유세로 1996년 8월 당선된 뒤에도 콘서트와 앨범 제작에 매달리자 의회는 무능을 이유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독립국가연합(CIS) 회원국인 리투아니아의 롤란다스 팍사스 대통령은 2004년 4월 대선 기간 재정후원자였던 러시아 기업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등 헌법위반 혐의로 탄핵당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탄핵 표결을 앞두고 자진사퇴해 권좌에서 쫓겨나는 최악의 불명예를 피하는 선택을 했다.

유명배우 출신인 필리핀의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은 1998년 빈민층의 절대적 지지로 당선됐지만, 재임 기간 축재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2000년 7월 상원이 탄핵재판에 착수하자 이듬해 1월 스스로 사임했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민주당 전국본부 사무실을 도청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1973년 탄핵 위기에 처했지만 실제로 탄핵 심리가 시작되자 그 이듬해 사임을 발표했다.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995년 5월 상원이 독직 사건에 연루된 자신에 대한 재판회부를 결정하고 대통령 직무수행을 정지시키자 자진 사임했다.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 역시 2000년 부정부패 혐의로 탄핵 절차가 시작되자 일본 방문 도중 팩스로 사임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페루 의회는 그에게 사실상 탄핵에 해당하는 파면조치를 했다.

탄핵안이 최종 부결돼 자리를 보전한 경우도 있다.

앤드루 존슨 전 미국 대통령이 1868년 남북전쟁 후 자신의 남북화해 정책을 거부한 국방부 장관을 해임하자 당시 의회의 다수당인 공화당은 탄핵안을 발의했다. 탄핵안은 하원에서 가결됐으나 상원에서 정족수에 단 1표가 부족해 폐기됐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백악관 인턴인 모니카 르윈스키와 관련된 성 추문에 대한 위증 혐의로 1998년 탄핵 소추됐으나 상원 투표에서 부결돼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2014년 5월 선거법 위반 등을 이유로 국회가 제기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이 심리 두 달여 만에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일단락됐다.

러시아에서는 1999년 5월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 대해 하원에서 체첸 전쟁과 국방력 약화, 소연방 해체 등 5가지 탄핵안으로 표결이 실시됐으나 부결됐고, 파라과이에서는 2003년 2월 루이스 곤살레스 마치 전 대통령이 독직 혐의로 탄핵 소추됐으나 상원 표결에서 부결돼 위기를 넘겼다.

대만에서는 야당인 국민당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 중단 결정에 반발,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을 상대로 2000년 12월 탄핵안을 입법부에 제출했으나 그의 사과로 표결이 실시되지는 않았다.

penpia21@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6/09/01 01:5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