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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학살93년>"'조선인 죽이자' 혐한시위, 말에 그치지 않는다"

송고시간2016-09-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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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은 실제 벌어진 일, 심각성 깨달아야…반복된다는 두려움"

간토학살 증언 엮은 니시자키 씨…도서관 일기 코너서 수백 권 뒤져

간토대학살 증언 1천100개 묶어 책 펴낸 니시자키씨
간토대학살 증언 1천100개 묶어 책 펴낸 니시자키씨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간토(關東)대학살 93주년인 1일 학살 목격자의 등의 증언 1천100개를 모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의 기록'(겐다이쇼칸<現代書館>)이 발간됐다. 책에는 간토대학살 진상 규명을 위해 반평생을 바친 니시자키 마사오(西崎雅夫·57) 일반사단법인 호센카(봉선화) 이사가 일본 각지의 도서관을 뒤져 찾아낸 생생한 증언이 담겨 있다. 사진은 니시자키 이사가 1일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이 열린 일본 도쿄도 요코아미초(橫網町) 공원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재일 조선인을 모두 죽이자고 혐한시위를 하는 이들이 있는데 말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예전에 그런 일이 일본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간토(關東)대지진 후 벌어진 조선인 학살 사건에 관한 증언 1천100개를 모아 책으로 엮은 니시자키 마사오(西崎雅夫·57) 일반사단법인 호센카(봉선화) 이사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가 심각한 문제인 이유를 간토대학살이라는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등 유언비어가 퍼지고 조선인을 내쫓자는 주장이 대두한 가운데 실제로 대량 학살이 벌어졌다는 점을 되새겨본다면 재일 한국·조선인을 향해 '돌아가라'고 하거나 '죽이겠다'는 등 혐한시위를 하는 것을 단순히 거친 발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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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집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의 기록'이 1일 발행된 것을 계기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한 니시자키 이사는 학살은 "전에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며 헤이트 스피치를 당하는 재일 한국·조선인은 자신이나 자식·손자가 살해당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을 구체적으로 느낀다고 분석했다.

그는 "간토대지진 때의 학살이 그리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증언집이 필요하다"며 학살이 "실제로 벌어졌다는 것을 알면 (헤이트 스피치를 대하는)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토대학살이 93년이 지나며 이를 목격한 생존자가 거의 없는 탓에 증언집에 실린 내용은 대부분 기존에 출간된 자료를 인용하는 형식을 취했다.

여기저기 흩어진 증언을 한 권으로 집대성했기 때문에 일반인이나 관련 연구자가 학살의 실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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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자키 이사는 증언을 찾아내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그는 "도서관의 일기 코너에 있는 수백 권을 모두 살펴보고 증언을 찾는다"며 "간혹 간토대지진에 관해 쓴 일기가 있으면 수십 권 중에 한 권 정도는 조선인 학살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실려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니시자키 이사는 6년에 걸쳐 일기, 기사, 자서전, 가족사 서적 등에 수록된 증언을 수집했으며 이를 정리해 책으로 펴내는 데 추가로 약 1년 반의 시간을 추가로 들였다.

그는 메이지(明治)대 재학 중에 '간토대지진 때 학살된 조선인의 유골을 발굴해 위령하는 모임'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간토대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에 전력을 쏟고 있다.

또 2009년 9월 도쿄도(東京都) 스미다(墨田)구를 흐르는 하천 아라카와(荒川)의 제방 아래쪽에 '관동대지진시 한국·조선인 순난자 추도의 비'를 건립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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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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