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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한진해운터미널 선석…야드 화물 옮기겠다 문의 '러시'

송고시간2016-09-0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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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워딩 업체 "화주들 다른 해운사 찾느라 발등에 불'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선석이 텅텅 비었더라고요. 실업폭풍이 밀려오겠구나, 위기감이 확 들더라고요."

1일 오전 부산 강서구 한진해운신항만 터미널에서 만난 트레일러 기사 김모(41)씨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며칠 만에 컨테이너를 싣고 한진해운터미널을 찾은 김씨는 항만의 텅텅 빈 모습을 보고는 '실업폭풍의 전야'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취재진의 눈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썰렁한 선석이었다.

텅 빈 한진해운터미널 선석…야드 화물 옮기겠다 문의 '러시' - 2

한진해운터미널에는 중대형 선박 3척, 소형 선박 1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4개의 선석이 있는데 다른 해운사 소속 선박 1척이 선석 말미에 하나 정박해있는 것 외에는 3곳 모두 비어있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소식에 위기감을 느낀 항만 래싱(컨테이너 고정작업), 줄잡이(접안선박 고정작업), 검수업체가 이날 자정부터 대금 지금을 요구하면서 작업을 중단하자 한진해운 소속 선박이 모항에 입항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부산항만공사가 이날 오전 대금 지금을 약속하면서 오후 8시 이후부터 다시 선박의 입항이 이어질 예정이지만 그사이 텅 비어버린 선석은 곧 다가올 법정관리 후폭풍의 전조처럼 비쳤다.

터미널 입구는 한진해운터미널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한진해운의 파란색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따금 다른 해운사의 이름이 적힌 컨테이너만 들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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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내 회관에서는 초조한 얼굴로 서성이는 컨테이너 수리업체 3곳의 사장도 만날 수 있었다.

냉동컨테이너나 드라이컨테이너를 수리하는 이들 업체의 사장들은 한진해운으로부터 못 받은 대금이 모두 30억에 달해 답답한 마음에 이곳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사장 A씨는 "저희 직원이 100여 명이 있는데 한진으로부터 대금을 못 받으면 70명을 내보내야 한다"면서 "저희는 대부분 인건비 장사라 돈을 못 받으면 대량 실업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A씨는 또 "한진해운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진작부터 있어서 수리 요율을 올리지도 못한 상태였고, 지난해는 심지어 요율이 8.5%나 깎인 상태에서 저희 작업자들이 일해왔다"면서 "대금을 받을 희망이 있었을 때는 굶어 죽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진짜 굶어 죽는 걱정을 해야 한다"며 가슴을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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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터미널 야드에 쌓여있는 화물들의 이탈 문의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터미널의 한 관계자는 "야드에 3개월을 두겠다고 한 화물인데도 '혹시 급한 물건은 어찌 될지 모르다'면서 미리 빼가겠다는 문의를 하는 전화벨이 쉴 새 없이 울린다"고 말했다.

화주들과 해운업체를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포워딩 업체에도 화주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D 포워딩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업체(화주)의 의뢰로 한진해운에 배를 연결해 준 것이 있었는데 지금 그 업체 사장으로부터 클레임이 엄청나게 결려오고 있다"면서 "선적이 이미 된 화물이라 외국에서 꼼짝도 못 해 사태가 해결되려면 최소 6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자동화 라인이 멈추게 될 수도 있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 업체를 이용하는 화주의 10%가 한진해운을 이용하고 있는데 지금 다른 해운사를 찾느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면서 "머스크 등 대형 해운사에 전방위로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아직은 다른 해운사에 스페이스(여유)가 있어서 어찌어찌 해결하고 있는데 상황이 조금 더 지나면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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