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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혜부터 김유정까지…남장여자 로맨스 '흥행불패'(종합)

송고시간2016-09-0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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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구르미 그린 달빛' 인기…박민영, 박신혜도 성공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잘나서 난놈이고, 장차 크게 될거라 될놈이고, 돈 되는 일은 뭐든지 할거라고 할놈이지~."

그래서 삼놈, 홍삼놈이다.

운종가 유명인사 홍삼놈은 집도 부모도 없고 돈도 없어서 먹고 살기 위해 뭐든 하는데, 쥐방울처럼 귀여운 소년 행세지만 사실은 여인이다. 당연히 본명인 홍라온도 숨긴 채 상투를 틀고 여기저기 다람쥐처럼 돌아다니는 그는 빚에 쫓기다 얼떨결에 궁궐의 내시가 되고 만다.

이 기막힌 사연을 그린 픽션 로맨스 사극 KBS 2TV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이 지난주 3~4회에서 시청률 16%대로 올라서며 흥행가도에 들어섰다.

또다시 남장여자 로맨스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성공하나.

윤은혜부터 김유정까지…남장여자 로맨스 '흥행불패'(종합) - 1

◇ 성(性)을 숨긴 달콤한 로맨스

일찍이 오스칼이 있었고 유리우스가 있었다.

1970년대 출현해 70~80년대 소녀들을 열광시켰던 일본 이케다 리요코의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또는 '베르사이유의 장미')와 '올훼스의 창'(또는 '오르페우스의 창')은 남장여자 순정만화의 정수로 평가된다.

신분을 숨긴 사랑이라는 소재는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안타까움을 유발하는 장치로 동서고금 많은 이야기에서 활용됐는데, 그중에서도 남장여자 콘셉트는 성을 숨겼다는 점에서 더욱 극적이다.

'베르사유의 장미'는 프랑스의 귀족이 호위대로 키울 아들이 없자 딸로 태어난 오스칼을 아들로 키우기로 결심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해 이야기는 큰 강물처럼 장대하게 흘러가는데 그 중심에 한 떨기 백합 같은 외모의, 그러나 무술 실력이 남다른 오스칼이 자리한다.

'올훼스의 창'은 아버지의 유산을 받기 위해 남자아이로 키워진 소녀 유리우스의 이야기다. 음악학교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애틋한 삼각 로맨스에 소녀들은 넋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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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반대로 여장남자를 내세운 이야기도 많았다. 그러나 여장남자는 주로 코미디나 스파이영화에 나왔고, 그도 아니면 성적 소수자 캐릭터를 강조하는 진지한 장치로 활용됐다는 점에서 달콤한 로맨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국내에서는 안재욱과 김혜수가 주연한 영화 '찜'(1998)이 거의 유일무이하게 여장남자를 내세운 로맨틱 코미디다.

여장남자를 내세운 가벼운 로맨스는 남자 주인공이 불가항력적으로 끌린 남자가 알고보니 여자임이 드러나는 순간,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장점이 있다.

물론 남자 주인공이야말로 꿈에서도 그리던 일이었겠으나, 시청자(혹은 독자) 역시 어서 빨리 여주인공이 남장을 벗어던지고 여성으로 커밍아웃하기를 열심히 응원한다는 점에서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 생계형 남장…꽃보다 고운 잡초 같은 생명력

2000년대 들어 국내 안방극장에 남장여자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잇따라 성공하고 있다.

MBC TV '커피프린스 1호점'(2007), SBS TV '미남이시네요'(2009), KBS 2TV '성균관 스캔들'(2010)은 저마다 사정이 있어 남장을 해야하는 여자들이 주인공이다.

그중 '커피프린스 1호점'과 '성균관 스캔들'은 먹고 살기 위해 남장을 해야 하는 생계형 남장여자를 내세워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미남이시네요'는 쌍둥이 오빠를 대신해 밴드 생활을 하게 된 수녀 지망생의 이야기로 중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대히트를 쳤다.

'커피프린스 1호점' 고은찬
'커피프린스 1호점' 고은찬

'구르미 그린 달빛'의 홍삼놈(김유정 분)은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고은찬(윤은혜)과 '성균관 스캔들'의 김윤식(박민영)을 섞은 캐릭터다.

의지가지없는 신세라 남장을 하고 돈벌이에 나선 홍삼놈은 연서와 연애비법서를 쓰는 데 기가 막힌 재주를 뽐낸다. 그녀가 쓴 연애비법서 '우리가 몰랐던 조선 연애사'는 왕세자 이영(박보검)도 애독할 정도다.

고은찬과 같은 귀여운 미소년의 이미지에 김윤식과 같은 재주를 지닌 탓에 사실 홍삼놈은 새로울 게 없는 캐릭터다. 그런 점에서 '구르미 그린 달빛' 자체가 '유사 상품'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그러나 다행히 너무도 발칙하게 여자가 여자임을 들키지 않고 궁궐의 내시가 된 설정이 이 드라마를 구제한다. 남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성균관에 입학한 김윤식도 간이 배 밖으로 나왔지만, 내시가 되어 본의 아니게 왕세자를 '능멸'하게 된 홍삼놈의 상황은 식은땀을 더 많이 흘리게 한다.

누가 봐도 고운 미모에 남자라고 하기엔 작은 체구인 홍삼놈은 이미 허랑방탕한 척하는 양반 김윤성(진영)에게 여성임을 들켜버렸다.

그는 심지어 4회에서는 위기에 빠진 왕세자를 구하기 위해 궁궐 안에서 몰래 상투를 풀고 무희로 변신하다가 다른 내시에게 들키고 말았다. 그가 이 위기를 어떻게 빠져나갈지가 5일 방송되는 5회의 포인트다.

드라마는 홍삼놈이 꽃보다 고운 얼굴을 뒤로 하고, 먹고 살기 위해 잡초같은 생명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동력 삼아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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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세 김유정의 사랑스러운 연기

소재도 소재지만,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17세 청소년인 김유정이 보여주는 연기는 감탄이 나오게 한다. 너무 예뻐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막내 남동생 같은 사랑스러운 연기가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김유정은 지금껏 남장여자 연기를 펼친 여배우 중 가장 어리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윤은혜는 23세, '성균관 스캔들'의 박민영은 24세였다. '미남이시네요'의 박신혜도 10대로 어렸지만, 김유정보다 두살 많은 19세였다.

'성균관 스캔들' 김윤식
'성균관 스캔들' 김윤식

그런 점에서 김유정의 연기는 놀라울 정도다. 아역배우 출신답게 웬만한 성인 연기자보다 경험이 많다 해도, 이처럼 사랑스럽고 탱글탱글하게 소년행세를 하기란 쉽지 않다. 어색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17세 김유정이 가지는 싱그러운 매력과 엉뚱하고 발랄한 홍삼놈의 캐릭터는 찰떡궁합처럼 어울리며 시청자들이 일심동체로 그를 응원하게 만든다.

딸처럼, 여동생처럼 홍삼놈을 응원하는 시청자들이 모이면서 '구르미 그린 달빛'은 시청층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김유정은 물론이고 남자 주인공 박보검도 23세로 어린 탓에 '구르미 그린 달빛'은 자칫 청춘드라마로만 치부될 위험성이 높다.

하지만 김유정은 시청자의 눈에 하트를 그리게 하는 '어여쁜' 연기력으로 이 드라마의 체급이 낮아지는 것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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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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