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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위기 구산성당 '원형이동보존' 극적 결론

송고시간2016-09-2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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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장 권고로 원형이동 실행위 구성" 공지

(하남=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택지개발과 성당 측의 결정으로 철거 해체 위기에 몰렸던 하남 구산성당이 원형 그대로 이전해 보존하는 쪽으로 다시 결론이 났다.

천주교 수원교구 구산본당 김봉기 마태오 주임신부는 25일 밤늦게 성당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를 통해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님의 권고와 지시를 받들어 옛 성당 원형이동을 바라는 신자를 중심으로 '원형이동 실행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며 "실행위가 결성되면 필요한 권한을 부여하고 자금 4억원을 준비해 공사비를 지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옛 구산성당 모습
옛 구산성당 모습

앞서 성당 측은 지난 19일 재정과 기술적 이유로 원형이동복원 포기 및 신축복원 방침을 결정하고 지난 24일 성당 종탑 이전을 위한 철거작업을 일부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지붕과 외벽 일부가 뜯긴 사실이 알려져 신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원형이동 복원을 맡았던 문화재 복원 업체가 경찰에 신고하는 소동이 있었다.

지난 24일 종탑이 철거된 구산성당
지난 24일 종탑이 철거된 구산성당

그러나 25일 미사를 집전하러 구산성당을 찾은 이용훈 주교가 원형이동 보존을 주장하는 신자들과 만나고 현장을 둘러본 뒤 상황이 달라졌다.

이 주교는 구산본당 공동체의 일치와 화합을 강조하면서 "소수라 할지라도 옛 구산성당을 원형 이동해 계속 보존하는 것을 소망하는 신자들이 있다면, 본당 신자들의 일치를 위해 소망이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고, 김 주임신부가 이런 뜻을 받아 원형이동 추진을 재공지하면서 극적 반전을 이룬 것으로 전했다.

이에 따라 구산성당은 지금 위치에서 150m 정도 떨어진 이전 부지에 성당 바닥을 제외한 상태로 벽체와 지붕 종탑을 옮긴 뒤 시멘트벽돌 조적(組積) 벽면을 보강하게 된다.

이후 진행할 내부 마감 공사는 원형이동 과정에서 모이는 성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실행위가 구성되면, 협의보상이 끝나 건물 소유권을 가진 LH와 다시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LH는 성당과의 보상협의 계약에 따라 이달 말까지 이전하면 옛 성당 터를 자족 용지로 공급(매각)할 예정이었다.

LH 관계자는 "성당 내부 이견으로 이전이 늦어지면서 미사지구 내 사실상 마지막 지장물이 됐다"며 "이전 지연에 따른 손실 부분에 대해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1836년 공소(公所)로 시작해 박해를 견디며 1979년 본당으로 승격해 올해로 공소 설립 180년, 공소 건축 60년이 된 구산성당은 미사지구(미사강변도시) 택지개발로 위기를 맞았다.

구산성지(2001년 향토유적 지정)는 보존 결정이 난 반면, 구산성당은 존치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신자를 중심으로 1956년 건축 당시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지난 7월 150여m 떨어진 새 부지로 원형이전 보존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들 신자와 안창모 경기대 대학원 건축설계학과 교수 등은 "김성우 성인 생가터에 구산마을 신자들이 한강의 모래와 자갈을 나르며 시멘트를 비벼서 만든 신앙공동체의 상징적 종교시설이자 역사적으로 보존할만한 가치가 충분한 근대유산"이라고 원형보존을 주장해왔다.

이후 원형이동 작업이 추진되던 지난 19일 김 주임신부가 재정 및 기술적 문제를 들어 원형이동 포기와 신축복원을 결정해 전격 공지하면서 철거될 상황에 몰린 바 있다.

옛 구산성당 모습
옛 구산성당 모습

kt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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