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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혈세낭비> 아파트에 둘러싸인 106m 전망대 '용인 아르피아타워'

송고시간2016-10-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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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억 들여 하수종말처리장 굴뚝 겸용 전망대 건설…하루 평균 관람객 80명선

'용인 대표 랜드마크' 역할 무산…'전시행정의 표본' 애물단지 전락 비판

(용인=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아파트와 도로 한복판에 세워진 106m짜리 전망대 '용인 아르피아 타워'.

용인 아르피아 타워[연합뉴스 자료사진]
용인 아르피아 타워[연합뉴스 자료사진]

용인시에 심각한 재정난을 불러왔던 경전철과 함께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 지목되는 시설이다.

이 전망대는 용인시가 2012년 6월 198억 원의 혈세를 투입해 수지하수종말처리장 굴뚝 겸용으로 세웠지만 하루 평균 관람객이 100명에도 못 미치는 등 이용률이 극히 저조하다.

아르피아 타워는 용인시 수지구 죽전2동 하수종말처리장 '용인 아르피아' 지상에 높이 106.2m, 폭 21.9m 규모로 건립됐다.

당시 용인시가 경전철 건설로 재정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용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건설했지만, 예산만 낭비한 전시성 행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전망대 입장객은 개장 직후인 2012년 10월 하루 평균 150여 명에서 점차 줄어 개장 3개월 만에 반 토막으로 떨어졌다.

그해 10월 3천917명, 11월 2천325명, 12월 1천480명, 이듬해인 2013년 1월 1천340명으로 줄었다.

무료로 운영되는데도 관람객이 없는 이유는 무엇보다 위치 때문이다.

용인 아르피아타워.[연합뉴스 자료사진]
용인 아르피아타워.[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르피아 타워에 올라가면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회색빛 아파트와 경부고속도로· 국도를 지나가는 자동차들 뿐이다.

고층 빌딩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뉴욕 맨해튼이나 도쿄 같은 풍경은 찾아볼 수 없다. 멀리 조그맣게 보이는 광교산이 그나마 잠시 시선을 잡을 뿐이다.

게다가 주변 아파트와 빌라 주민들의 사생활 침해를 우려해 망원경을 설치하지 못했고, 관람객들이 망원렌즈를 이용해 사진을 찍을 수도 없어 반쪽짜리 애물단지라는 비아냥을 받는다.

용인시의회에서는 "전망 타워로서의 기능을 전혀 할 수 없는 곳에 100m 높이의 타워를 세운 것은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용인 수지에 사는 황모(43)씨는 "용인에 100m가 넘는 전망대가 있다고 해서 작년에 아르피아 타워에 애들을 데리고 한번 가봤는데, 별다른 볼거리가 없어 실망했다"면서 "고속도로와 아파트만 잠시 구경하고 바로 나왔다"고 말했다.

아르피아에 스포츠센터, 포은아트홀, 체육공원이 운영되면서 잠시 관람객이 증가했지만, 시가 기대하는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용인시는 관람객 유치를 위해 개장 초기 전망대에서 가상현실을 볼 수 있는 디지털콘텐츠를 도입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재정문제로 포기해야 했다.

또 주변에 마땅한 관광지도 없어서 아르피아 타워와 연계하는 관광상품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할 수도 없었다.

그나마 아르피아 타워 3층에 레스토랑이 입점하면서 식사를 하러 온 손님들이 전망대에 올라가 구경하거나 전망대에 만든 북카페를 찾는 주민들의 늘면서 덤으로 전망대 관람객 수가 조금 증가했을 뿐이다.

아르피아 시설을 위탁운영 중인 용인도시공사는 아르피아 타워 관람객 수는 2012년 1만2천826명, 2013년 2만6천365명, 2014년 3만1천94명, 2015년 2만871명, 올 8월 말 현재 1만8천594명(하루평균 77명)으로 초창기보다는 증가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5년 관람객 수가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중동 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여파 때문이라고 했다.

용인시는 아르피아 타워가 예산 낭비의 표본으로 비난받는 것에 대해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항변한다.

아르피아 타워는 하수종말처리장 배출가스를 뽑아내는 배출시설이 핵심이고, 전망대는 이를 활용하기 위한 부대시설일 뿐이라는 것이다.

용인시는 당시 하수종말처리장을 지으면서 20m 높이의 굴뚝 6개를 만들려고 했으나, 혐오시설에 대한 주변 아파트 주민들의 거센 반대 민원을 받았다.

고심 끝에 용인시는 주민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하수처리 냄새를 시민들이 맡을 수 없는 높이인 100m짜리 환기구 겸용 전망 타워를 만들기로 결론을 내리고 민자사업으로 2012년 6월 아르피아 타워를 준공했다.

용인도시공사 오만석 아르피아팀장은 "아르피아 타워의 주 역할은 건물 가운데 환기구에서 가스를 배출하는 것이지, 전망대가 아니다"라면서 "100m짜리 굴뚝을 활용하기 위해 전망대를 만들었으나 기대만큼 시민들의 이용이 활성화되지는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개장 초기 하루 30∼40명에 그쳤던 관람객이 최근에는 80명 가까이 됐다"면서 "하루에 100∼120명의 관람객이 찾아오는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용인도시공사는 아르피아 타워를 최근 유행인 소규모 가족단위 결혼 트렌드에 맞춰 용인시민들에게 무료 예식장으로 빌려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환경시설 견학 코스에 추가하거나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장소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관람객 유치를 위한 지속적인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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