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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논란 여전히 '진행형'

송고시간2016-09-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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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하고 전문화된 법조인력 양성"…'고비용·불투명 논란'

"빈부·나이·학력 차별 없이 꿈 이루는 제도"…'낭인 논란'

지난 2월 27일 열린 제58회 사법시험 1차시험을 치르고 있는 응시생들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월 27일 열린 제58회 사법시험 1차시험을 치르고 있는 응시생들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사법시험 폐지를 예정한 변호사시험법이 합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29일 나오면서 사시는 올해 2월 치러진 제58회 1차 시험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다만, 법조계의 최고 권위자인 헌재 재판관들도 5대 4로 결정을 내릴 만큼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임이 확인됐다.

헌재가 이날 사시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이 합헌이라고 결정해 별도의 법 개정이 없는 한사시는 예정대로 내년 12월 31일 폐지된다. 미국식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이전까지 유일한 법조인 양성·배출의 통로였던 사시가 시행 70년 만에 사라지는 것이다.

1963년 '사법시험령'에 제정되면서 시작된 사법시험의 역사는 1947년 조선변호사시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험은 1949년까지 시행되다 이후에는 고등고시 사법과로 명칭을 바꿨다.

초기 사시는 합격 정원을 정하지 않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치러졌다. 평균 60점 이상을 얻으면 합격했고, 전원 판·검사로 임용됐다. 사실상의 판·검사 임용시험이었다. 하지만 합격자 수는 극히 적었다. 실제 1967년 합격자는 5명에 불과했다.

1970년부터는 합격 정원제가 도입돼 매년 60∼80명의 법조인이 배출됐다. 1980년에는 합격자가 300명으로 늘어나 '사시 합격 = 판·검사 임용'이라는 등식도 상당 부분 희석됐다.

사법시험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논란 여전히 '진행형' - 2

1995년 사법개혁의 하나로 선발 인원의 단계적 증원이 결정되면서 본격적인 변호사 시대가 열렸다. 변호사 자격시험의 성격이 두드러진 것이다.

합격자 가운데 일부만 판·검사로 임용되고, 대다수는 변호사로 개업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점차 법무법인 형태의 변호사 사무실이 늘어났다. 1996년 500명의 합격자를 배출한 뒤 해마다 100명씩 인원을 늘렸고 2001년부터는 합격자 1천명 시대가 열렸다.

합격 인원이 제한된 탓에 '장수생'이 늘어나 이른바 '고시 낭인' 문제가 대두했다. 법조인 부족으로 국민의 법률서비스 접근성이 제한된다며 변호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싹텄다.

이후 미국식 로스쿨 도입과 사시폐지 등을 포함한 사법제도 개혁 논의가 시작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2월 대통령 자문기구인 세계화추진위원회가 사법개혁에 착수했다. 대법원 및 법무부와 공동 연구해 그해 12월 법조인 선발 확대, 사시 개선, 사법연수원 개편 등을 담은 '법률서비스 및 법학교육의 세계화 방안'을 발표했다.

로스쿨 도입도 논의됐지만, 법조인 양성에 과도한 비용과 기간이 소요된다는 등의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다.

로스쿨 도입은 노무현 정부 때 결정됐다. 2007년 7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일명 로스쿨법)'이 제정돼, 2009년 전국 25개 로스쿨이 문을 열었다. 국회는 변호사시험법을 제정해 사시 정원을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줄여 2017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사법시험 존폐 어떻게?
사법시험 존폐 어떻게?

(서울=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 등 재판관들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헌법재판소에서 사시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을 선고하기 위해 대법정에 입장해 있다.

이후 사시 존폐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불붙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다. '빈부 격차·나이·학력의 차별' 없이 오로지 시험성적만으로 선발하는 '공정한 사다리'로서 사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제도인 로스쿨로 법조인 양성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로스쿨과 관련해선 입학을 둘러싸고 부유층·권력층 자녀들이 입학하는 데 유리하다는 이른바 '음서제 논란' 등 공정성 의혹이 불거졌다. 평균 2천만원 안팎의 비싼 학비도 경제력이 없는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은 입학하기 어려운 '천장'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애인·저소득층 선발과 장학금 지급은 비중이 크지 않아 보여주기에 그친다는 말도 나왔다.

사법시험의 경우 낮은 시험 합격률로 인해 시험 준비에 집중적으로 매달리면서 대학 교육이 황폐화하고 수험기간이 길어지는 이른바 '고시 낭인' 폐단이 두드러졌다. 또 법률시장 개방과 다변화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소양을 갖춘 법조인이 필요하다는 여론과 함께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 가능한 로스쿨로 일원화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에 따라 사시 존폐를 두고 여론이 양분됐다. 특히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배출되면서 법조계는 '연수원 변호사'와 '로스쿨 변호사'의 격렬한 내홍을 겪었다.

나승철 전 서울변호사회장 등 젊은 변호사들 사이에서 '사시 존치' 운동이 거세졌고, 고시생들이 이에 가세했다. 헌법소원까지 제기되면서 사시 존폐는 법적 분쟁으로 발전했다.

반면 매년 입학정원 2천명이 로스쿨에 입학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1천여명의 변호사가 쏟아지면서 로스쿨은 법조인 양성 과정의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헌재 결정은 사시폐지를 예고한 기존 입장에 힘을 실어준 결론이다. 다만, 국회의 논의를 통해 법을 개정할 수 있는 불씨는 남아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사시 존폐 문제는 '진행형'으로 남을 전망이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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